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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잔인하게 되살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록 2021.08.03 0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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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건 감독, 청소년 불가 등급 설정

할리 퀸 미친 매력 여전...4일 개봉

[클로즈업 필름]잔인하게 되살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 영화 중 가장 유쾌하면서 동시에 완성도 높은 시리즈다.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러닝 타임 내내 이어지는 타율 높은 B급 유머, 적재적소에 삽입돼 흥을 높여주는 음악이 딱 들어맞은 결과물이었다. 산만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 가는 집중력도 인상적이다.

이를 두고 전 세계 평단은 마블 스튜디오 내부에 축적된 제작 역량에 제임스 건(James Gunn·55) 감독의 특출난 재능이 조화를 이뤘다고 평했다.
[클로즈업 필름]잔인하게 되살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오는 4일 개봉하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가 건 감독의 재능에 더 많은 빚을 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의 연출력은 MCU에서 DC 확장 유니버스(DC Extended Universe·DCEU)로 자리를 옮겼는데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더 대담하다.

워너브라더스 입장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놓칠 수 없는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2016년에 개봉한 동명 영화는 수준 이하의 완성도로 큰 비판을 받았으나 전 세계에서 7억468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엔 대성공했다.

이 확실한 흥행 카드를 버릴 수 없다고 판단한 워너브라더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DCEU에서 시리즈물로 계속 이어가기 위한 결정을 내린다. 자존심을 버리고 마블과 함께 일하던 건 감독에게 손을 내밀어 그에게 연출·각본·편집 전권을 준 것이다.

이 용단은 적중했다. 건 감독은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다시 출발(reboot)시키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 생명을 줬다(revive).
[클로즈업 필름]잔인하게 되살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그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장점을 그대로 이식했다. 캐릭터 작법과 구성, 난무하는 B급 유머, 올드 팝 음악까지 건 감독 특유의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건 감독의 전작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MCU 대표 안티히어로(antihero) 영화. 그의 새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시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건 감독은 비주류 영웅에 관한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관객이 좋아하는지 최상의 조합을 알고 있고, 그 방식을 이번에 또 한 번 활용했다.

그렇다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일반적인 마블·DC 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15세 관람가 등급을 맞추는 것과 달리 건 감독은 이번 작품을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설정했다.

영화는 악당이 주인공이라는 걸 증명하듯 러닝 타임은 장난스러운 살육으로 가득차 있다. 잘리고 썰리고 뜯겨나간다.
[클로즈업 필름]잔인하게 되살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물음에 건 감독은 '왜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되느냐'고 묻는 듯하다. 건 감독의 재능이라는 건 자칫 불쾌할 수 있는 이런 장면을 영화적 재미로 만들줄 안다는 것이다. 선정적이지 않다고 말할 순 없어도 역겹지 않다(할리 퀸의 탈옥 장면을 보라).

건 감독의 장난기는 잔인함에만 있는 건 아니다. 액션 역시 더 과감하다. MCU 대부분 영화가 캐릭터 하나 하나에 애정을 쏟는다면, DCEU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만큼은 더 쿨한 연출을 위해 캐릭터를 소모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영화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내달린다는 느낌을 준다.
[클로즈업 필름]잔인하게 되살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가장 뛰어난 건 역시 캐릭터다. 전작에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준 할리 퀸(마고 로비)의 '미친 매력'은 여전하고, 새롭게 투입된 주요 캐릭터인 블러드스포트·피스메이커·킹샤크·폴카닷맨·랫캐처2 등이 하나 하나 인상적이다.

 건 감독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어차피 DC코믹스 내엔 영화화 하기 좋은 캐릭터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결국 문제는 그걸 활용하는 사람이 누구냐이다.'

DCEU가 앞으로 게속 해서 세계관을 넓혀갈 거라는 점에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캐릭터 구축 성공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 이 작품에서 조형한 캐릭터를 활용해 앞으로 나올 시리즈에서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클로즈업 필름]잔인하게 되살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건 감독은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MCU와 DC를 오가며 영화를 만드는 데 "어떤 부담감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최근 행보를 보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건 감독은 내년에 공개될 예정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스핀오프(spin-off) 드라마 '피스메이커'를 촬영 중이다. 이 작업을 다 마치면 다시 MCU로 넘어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을 만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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