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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잇단 죽음…왜 '기초생활'마저 힘들었나

등록 2021.08.04 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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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수급 가구 연일 사망

지원 부족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전문가 "기초법 보완 필요해" 지적

기초생활수급자, 잇단 죽음…왜 '기초생활'마저 힘들었나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기초생활수급자가 질병사, 극단적 선택 등으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더불어 기존 수급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 주택단지에선 지난 한 달 새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던 40대 남성과 중장년 모자·친척 관계의 일가족 3명이 연이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의 죽음에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 등 정황으로 미뤄봤을 때 질병사나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서초구 방배동 모자' 사건에선 발달장애 아들을 둔 60대 여성의 변사체가 약 반 년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은 생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는 이유로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대상에서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관리가 필요한 취약가구에서 제외된 기초생활수급자는 지자체의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빈곤층이 두터워지고 소득조사가 더 활발히 이뤄지면서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급자들이 많아졌지만 정작 지원 체계는 촘촘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에서 주어지는 급여가 빈곤층이 필요로 하는 지원 수준에 못 미친다고 한다.
상공에서 보이는 다세대 주택들. 뉴시스DB.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상공에서 보이는 다세대 주택들. 뉴시스DB.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강서구 일가족 변사사건에서 발견된 모자는 120여만원 상당의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주거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병을 앓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진 아들과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100만원 남짓한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부족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정부의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한다면 올해 기초생활수급자 1인 가구 생계급여는 최대 월 54만원 남짓이지만 이는 생계를 유지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라며 "수급자가 된 이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어 일을 해서 수급비를 보충하려고 하면 수급 자격을 없애거나 금액을 깎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수급자들은 고립돼 더욱 사각지대로 내몰린다. 생활 여건과 상황을 살펴야 하는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수급자들을 대면하기 힘들 뿐 아니라, 코로나19 관련 업무까지 겸직해야 해 상황을 촘촘히 점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마스크 대란'이 있었을 당시 약국에 파견 나가서 안내하는 일도 복지전담공무원들에게 떨어졌다"며 "새롭게 생겨나는 일들이 주민센터 등 지자체의 복지전담공무원들에게 쏟아져 내려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완해 수급자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활빈곤연대는 지난해 9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20년을 맞아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주거 및 의료 서비스 보장을 위한 현물급여 강화 ▲제도에 대한 수급권자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민주적 제도 운용 등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방배동 모자' 사건 이후 서울시가 복지 수급 가구를 정기 방문해 어려움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만든 정책 사업인 '위기가구 방문 모니터링'도 점검망을 더욱 촘촘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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