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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뭐길래…타 학교 반발 확산되나

등록 2021.09.20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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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13개교 중 9곳 학부모 반발 끝에 보류

의견수렴 부족…디지털교육·모듈러교사 거부

타 학교 및 과밀학급 해소대책에도 반발기류

[세종=뉴시스]서울시교육청(교육청)이 그린스마트미래학교 관련 오해를 풀기 위해 제작한 Q&A 카드뉴스 중 일부. (자료=교육청 블로그 캡쳐) 2021.09.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서울시교육청(교육청)이 그린스마트미래학교 관련 오해를 풀기 위해 제작한 Q&A 카드뉴스 중 일부. (자료=교육청 블로그 캡쳐) 2021.09.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교육부·교육청이 18조5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40년 이상 노후한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개축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을 두고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져 급기야 일부 학교의 사업이 보류됐다.

서울시교육청이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그린스마트미래학교로 선정된 다른 학교로도 반발 기류가 확산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일 서울의 한 맘카페에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로 지정된 다른 초등학교도 지정 철회 목소리를 내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초등학교 교장은 지난 15일 학부모들에게 화상회의를 통해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관련 협의를 실시하겠다는 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게시글에는 '아는 분들 거의 다 반대 의견을 갖고 있어서 간담회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내 아이를 시행착오 대상으로 둘 수는 없다' '최대한 많은 학부모들이 반대 의사를 피력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400여 개 학교의 노후한 건물 2835개동을 개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그린'은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친환경 공간, '스마트'는 블렌디드 수업이나 가상·증강현실(AR·VR) 등 디지털 수업이 가능한 교육환경을, '미래'는 향후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등을 감안해 토론이나 실습에 적합한 공간으로 바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에서는 213개교가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대상으로 지정됐다. 사업대상인 일부 학교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대방초와 신용산초, 여의도초, 여의도중, 연희초, 영본초, 용강중, 언북초 중대부중 학부모들은 학교나 교육청 정문 앞에 반대의 뜻으로 근조화환을 가져다 놓고, 여러 차례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학교 공간과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두고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센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학생·학부모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비판을 받고 있다. 선정 단계에서 학부모 설문 등 의견수렴 요건을 필수로 넣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개축 대상으로 선정된 93개교 중 학교운영위원회 의견 수렴을 한 학교는 13곳(14%)에 불과했다.

공사가 이뤄지는 기간 동안 학생들이 조립식 모듈러 교사를 사용하게 된다는 점도 학부모들의 우려를 키웠다.  과거 철제 컨테이너 교실로 생각해 교육환경이 열악해진다는 지적이다.

교육 당국은 모듈러 교사가 일반건물 수준의 내진·소방·단열·에어컨·방음 성능을 갖춘 이동식 건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추가로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를 설치하고 헤파필터가 장착된 기계식 환기장치를 설치하는 등 추가 조치를 하기로 했다. 또한 모듈러 교사를 원치 않는 경우 기존 건물에서 수업을 하는 동안 빈 부지에 신축 교사를 짓거나 휴교 후 인근 학교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실시하기로 했다.

수업 시간에 태블릿PC등 디지털 스마트기기를 사용해 학습할 수 있다는 점도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다. 종이 교과서나 종이책이 완전히 없어진다거나, 학생들이 수업 중 태블릿PC로 공부하면 시력·집중력 저하 또는 게임이나 동영상을 시청할 우려가 크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혁신학교나 마찬가지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도 이 대목이다. 혁신학교는 운영체제와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도록 다소 실험적인 교육을 시도하는 사업으로, 공모로 대상 학교를 선정하는 사업으로, 공간 리모델링과는 무관하다.

지난 7일까지만 해도 "학생·교직원 안전은 양보하거나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교육청은 결국 한발 물러섰다.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9개교는 사업을 보류하기로 했다. 건물 안전등급이 C등급 이하인 건물에 대해서만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사업 추진 여부를 협의할 방침이다. 이후 학교 건물이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학교를 대상으로 공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사업 대상 학교별로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개별 학교별로 개축에 따른 어려움, 공사 기간의 학생 배치 등 학부모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육 당국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린스마트미래학교를 추진하는 다른 학교뿐 아니라 단순 모듈러교실 설치를 추진하는 학교에도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현재 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을 해소하기 위한 모듈러 교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모듈러 교실 설치 관련 설문을 진행 중인 경기도 하남시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분반할 교실이 부족하다면 행정실이나 교무실을 임시 건물에서 사용하고 아이들이 학교 건물을 쓰는 것이 옳지 않느냐"며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아 교육청에 강력히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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