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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시니엄으로 옮긴 '카포네 트릴로지', '거리두기'의 매력

등록 2021.09.20 16: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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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1월2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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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중 '로키'. 2021.09.20. (사진 = 알앤디웍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후발 주자에게 대조 작업은 고역이다. 3년 만에 리프로덕션 버전으로 돌아온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역시 그 난관을 겪어야 한다.

'카포네 트릴로지'는 20세기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마피아 '알 카포네'가 주름잡던 미국 시카고가 배경.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 편에 약 60분간 진행되는 연극 세 편이 같은 기간 번갈아 가며 공연한다. 10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시대별 사건을 '로키(Loki)', '루시퍼(Lucifer)', '빈디치(Vindici)' 세 개의 타이틀로 구성했다.

제이미 윌크스의 대본·제스로 컴튼의 연출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2014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초연했다. 2015년 국내 초연부터, 2016년 재연, 2018년 삼연까지 매 시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마니아층을 보유한 공연이다.

관객들이 렉싱턴 호텔 방의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 지난 버전에 대한 열광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 시즌 모두 블랙박스 형태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했다.

배우들은 마주 본 객석 사이에서, 특히 관객들 코 앞에서 공연했다. 좌석은 불편하고 바로 옆자리에 앉은 관객과 순간순간 몸을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이전의 '카포네 트릴로지'는 극 중 인물들처럼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그 불편을 감수했던 건, 그 이상의 전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전 시즌 연출가 김태형과 작가 지이선은 원작에 없는 빨간 풍선을 매 에피소드마다 넣는 등 세 작품의 통일성을 꾀해, 드라마적인 부분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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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중 '루시퍼'. 2021.09.20. (사진 = 알앤디웍스 제공) photo@newsis.com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한 관객들이 프로시니엄 무대(무대와 객석이 명확히 구분된 액자형 무대)로 옮긴 이번 시즌 '카포네 트릴로지'에선, 아무래도 이전의 몰입감을 느끼긴 힘들다. 창가의 독약 등이 계속 부각되기는 하지만 각 에피소드마다 연관성도 덜하다.

이전 버전 제작사 아이엠컬처가 알앤디웍스와 공동제작사로 참여한 이번 '카포네 트릴로지' 리프로덕션이 그렇다면 마냥 매력이 없는 극인가. 그건 또 아니다.

'카포네 트릴로지'의 핵심 주제 중 하나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폭력적인 시스템이다. 겉으로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시카고를 손에 쥔 카포네의 존재는 이미 공고한 시스템에 속해 자신도 모르게 살아가는 지금 대한민국을 은유한다.

그래서 '카포네 트릴로지' 속 폭력적인 사건은 예외가 아닌 상징적이다.

쇼걸 롤라 킨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과 이를 둘러싼 거짓말이 맞물리는 과정을 위트 있게 풀어냈지만, '로키'는 수많은 거짓의 가면을 끼고 하루하루를 겨우 넘기는 우리네 모습과 같다.

아내 말린과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조직의 2인자 닉 니티가 조직의 시스템과 갈등을 빚으며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루시퍼'는 조직 생활을 하는 이들이 공감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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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중 '빈디치'. 2021.09.20. (사진 = 알앤디웍스 제공) photo@newsis.com

정의를 꿈꾸던 경찰 빈디치가 정의가 순진한 것임을 깨닫고 복수를 벌이는 이야기인 '빈디치'는 폭력과 혐오가 가장 강한데, 현재 뉴스면도 이해하지 못할 다양한 악행으로 장식되고 있지 않은가.

이번 리프로덕션된 '카포네 트릴로지'는 무대에서 다소 떨어져 이 냉정한 현실을 인식하게 만든다. 무대가 커진 만큼, 이전 버전에서 보이지 않던 복도와 화장실의 공간을 노출시켜 관객의 상상력이 줄어들긴 했다. 

그런데 우리는 수많은 이미지에 자신을 노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종종 감각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거리를 두고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폭력적 세계를 경계해야 할 만큼, 상처가 많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을, 들리게 만들고 보이게 만드는 것이 공연의 매력이다. 가끔은 그것에 대해 거리를 두고 완강한 질서를 재조직하며,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것도 인생을 환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카포네 트릴로지'는 원작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이전과 다른 각도와 매력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무대와 연출이 세련됐고, 사운드가 좋기로 소문난 연강홀인 만큼 음악도 풍부해졌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 역시 배우들의 열연도 볼거리다. 올드맨은 이건명·고영빈·박은석, 레이디는 홍륜희·소정화·박가은, 영맨은 송유택·장지후·강승호가 맡았다. 오루피나 연출, 강남 작가, 신은경 작곡가가 새로운 창작진으로 합류했다. 오는 11월2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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