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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SNL 인턴기자 역대급 연기에 가려진 '풍자 개그' 아쉬움

등록 2021.09.22 16: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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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SNL 코너 '위켄드 업데이트'(사진=유튜브 캡처)2021.09.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오랜만에 '풍자 개그'가 돌아왔다.

코미디 프로그램 SNL KOREA(SNL)가 플랫폼을 달리해 쿠팡플레이에서 부활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tvN에서 방송된 SNL은 '콩트의 신' 신동엽을 중심으로 신랄한 정치 풍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크루(고정 출연진) 정상훈과 안영미의 진면목을 알아보게 했고, 권혁수와 유병재라는 스타를 탄생시킨 이 프로그램은 매회 큰 화제를 낳았다. 그만큼 신생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에서 부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호스트(출연자)로 이병헌을 섭외하는 등 엄청난 섭외력을 보였고 첫 회 공개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번 '리부트'가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지점은 문재인 정권 들어 사라진 풍자 개그가 부활했다는 점이다.

◇'풍자 개그' 왜 없어졌나

코미디 프로그램 시청 재미 중 하나는 '정치 풍자'다. 풍자 개그의 역사는 1987년께로 거슬로 올라간다. 6월 민주 항쟁을 통해 한국에 민주화 바람이 불고 5공 시대가 청산되는 듯 하면서 고(故) 김형곤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라는 풍자극이 탄생했다. 이후 개그맨 최병서가 유명 정치인을 성대모사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의 정권 외압 속에서도 '개그 콘서트'와 'SNL'의 풍자 개그는 계속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풍자 개그가 사라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속된 말로 풍자는 자고로 '까야 제 맛'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대신 정부를 찬양하는 극만 이어졌기 때문에 시청자의 외면을 샀다고 비판한다. 'SNL'이 사라진 사이 풍자 개그는 '개그콘서트'가 전담하다시피 했다.

이용호 의원은 '개그콘서트'와 관련해 "정치 편향성을 통한 억지 웃음"이라는 표현을 한 바 있다. 그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발언과 관련해 설명했다. 이 의원은 "실제로 있었고 여론도 그렇더라. 개그맨들도 진영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전 정부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나. 현 정부도 우호적인 사람을 보이지 않게 발탁을 해주고 있다. 그런 시도가 있다 보니 개그라는 분야가 순수하지 않게 보인 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풍자 개그가 사라진 또 다른 이유로는 특정 정치인 혹은 정치세력의 열성 지지자들의 거센 비난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팬덤 정치'가 강화되면서 극단적 정치세력이 등장했고 풍자를 모욕으로 받아들여 이들을 풍자할 경우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한동안 '개콘'를 떠났던 김원효가 복귀하며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라는 풍자 코너를 시작했다. 김원효는 이 지사가 지방선거 당선 직후 방송사 인터뷰 도중 연결을 끊으며 인터뷰를 거부한 사건을 풍자했는데, 이 지사를 지지하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폭주했고 김원효는 위축돼 이후 정치 풍자를 이어가지 못했다.

개그우먼 김영희도 2019년 10월 팟캐스트 '육성사이다'에서 출연진들과 '금수저'를 주제로 농담을 주고받다가 "지금 어떤 느낌인지 아세요? 조국 딸 느낌 나요. 박탈감 느껴요"라고 말했다가 비난 여론에 결국 방송을 중단했다.

◇풍자 개그 왜 필요한가
 
한 나라의 언론의 자유는 레거시 미디어(기성 매체)의 기사의 수준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풍자 개그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미디(예능)를 통해서 예능인들은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정치·사회를 비판하고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풍자 개그가 사라지고 '무한도전'이 한창 인기있던 시절 김태호 PD는 많은 상징과 은유를 통해 정부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앞선 인터뷰에서 개그 프로그램에서의 풍자 개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권력에 대한 풍자,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주고 비판을 해줘야 한다. 억지로 정치인을 옹호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들이 얼마나 불편했겠는가"라며 "예전 조선 시대 탈춤이나 마당극이 양반 풍자고 권력 풍자다. 개그콘서트도 그런 쪽으로 가야 웃음 주고 박수를 받을 수 있다. 윗사람 보기 좋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콘' 출신 개그맨 김영민은 2019년 4월 '내시십분'이라는 채널을 만들어 정치 풍자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풍자를 한 이유에 대해 "코미디가 시사를 다룰 때 가장 빛이 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영민은 "대통령하고 '맞짱' 뜨고 당당할 수 있는 직업은 코미디언뿐이라고 생각해 왔다. 코미디는 현실을 담아 비틀어야 맛이 나는데 어느 순간 시사 코미디라는 것이 이 시대에서 사라지고 있더라. 때마침 유튜브가 뜨기 시작해 '저기서 시사 코미디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SNL 대표 풍자 코너 '위켄드 업데이트' 왜 욕 먹나
 
SNL의 대표적인 정치 풍자 코너였던 '위켄드 업데이트'는 쿠팡판 2회 차부터 부활을 알렸다. 인턴 기자 역의 신인 배우 주현영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공개되자마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됐다.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하지만 이후 20대 초반 여성의 무능한 모습이 그려졌다며 '여성 비하',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곁가지로 '세대 갈등' 양상도 관찰됐다.

그러는 사이 기획 의도였던 '정부의 추석 연휴 코로나19 방역 완화 정책의 근거 부족'은 묻혔다. 그 다음 편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기준에 대한 모호함'에 대한 비판 역시 주현영의 연기에 묻혔다.

쿠팡플레이가 공개한 위켄드 업데이트 인턴 기자 하이라이트에는 주현영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댓글 중 연출의 의도에 대한 댓글은 겨우 하나 찾아낼 수 있었다. 주현영의 뛰어난 연기력에 연출 의도가 묻혔거나 애초에 얕은 연출 수준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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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위켄드 업데이트' 연출 의도에 대한 한 누리꾼의 댓글. 주현영 연기 호평에 대한 댓글 속 겨우 하나 찾아낼 수 있었다.(사진=유튜브 캡처)2021.09.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군사정권 시절 풍자 개그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민주화 이후 SNL '여의도 텔레토비'로 풍자 개그는 절정에 치달았다. 하지만 SNL의 정치 풍자를 마뜩지 않게 여긴 박근혜 정부는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사를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013년 '개그콘서트'에서 정태호가 '박근혜'를 언급한 후 방심위의 제재를 받았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선 강성범이 세월호를 언급했다가 행사가 끊어지는 등 고초를 겪었다고 알려졌다.

 과거에 비해 국민의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만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풍자를 할 때에는 과거보다 훨씬 더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 수박 겉핥기식의 말장난 수준으로는 의도했던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의미다. 단순히 피상적으로 '이것이 문제다'라는 수준보다 '왜 문제'라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의도된 방향으로 극을 따라갈 수 있다.

이에 더하여 SNL이 과거 방송되던 5~10년 전과 달리 성인지감수성 등 PC(사회적 올바름)에 시청자들의 기준이 날카로워졌다. 그만큼 과거에는 허용됐던 방식의 개그가 이제는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심위의 방송 심위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청자가 외면하면 결국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돌아온 '풍자 개그'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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