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北 종전선언 호응 진의는 뭘까…美 여전히 의심 눈초리

등록 2021.09.27 12:12:0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사내용 요약

8월 퇴짜 맞은 北, 다시 文정부 압박 시도
美, "전제조건 없이 만나야" 떨떠름 반응
美내부, 종전선언 중국만 좋아할 일 우려

associate_pic

[뉴욕=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09.2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한반도 정세에 변화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어 종전선언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해 한국을 움직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4~25일 연이은 담화에서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여정은 종전선언을 비롯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당근을 제시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거두라고 요구조건을 내밀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이란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한미동맹 차원의 군사 대비 태세, 그리고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한국 정부에 이 같은 대북 적대시 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한 셈이다.

김여정은 "남조선은 미국을 본떠 이런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억지주장을 내들고 조선반도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아가 이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포기 요구는 물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여정이 이 시점에서 다소 무리한 듯한 요구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은 문 대통령이 지난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을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로 해석한 듯하다.

북한은 지난 7월말부터 8월초까지 남북 연락선을 복원하면서 그 대가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를 요구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당시 한국 정부는 한미 동맹 균열을 우려해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지난 29일 주재했다고 30일 방영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6.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랬던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종전선언을 재차 주장했다. 종전선언은 주한미군과 유엔군 사령부 주둔의 근거를 약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미국은 이에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이처럼 변화의 기미가 보이자 북한은 이를 문재인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한 발짝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덥석 제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북한은 내년 베이징올림픽 참석 등을 계기로 한국의 적극적인 행보를 무기 삼아 대북제재 완화와 핵보유국 인정, 한미 군사대비태세 이완 등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 같은 흐름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뉴욕 외신기자클럽이 개최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이미 여러 번 밝혔듯이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인 의사가 없으며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의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은 종전선언 등 전제조건을 달고 대화에 응할 경우 북한에게 협상의 지렛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북한의 수락이 자칫 바이든 정부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내놔야 하는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동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23일 미국 민간단체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미국의 우려는 어떤 형태로든 주한미군 주둔이나 미한동맹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거짓 이야기'를 북한에 해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한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전술에서 차이가 있다"며 "한국 정부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유인책을 제공하는데 있어 미국이 더 빨리 움직이길 원하지만 미국의 접근법은 이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associate_pic

[워싱턴=AP/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브리핑 중인 모습. 2021.04.02.

램버트 부차관보는 김여정의 담화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향후 협상에서 북한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많은 학자들과 선의를 가진 외교관들로부터 '미국의 적대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 적대정책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북한이 미국의 적대정책을 규정한 적이 있다면 말해보라"고 꼬집었다.

일부 미국 전문가들도 문 대통령의 제안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은 24일 미국의 소리 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서 제 머리 속에 'BTS'의 노래보다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이 맴돈다"며 문 대통령의 제안이 이상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중국과 정면충돌 중인 미국으로서는 종전선언이 달갑지 않은 측면이 있다. 종전선언을 통해 명목상으로나마 한국전쟁이 종식되면 주한미군과 유엔군 사령부의 주둔 근거가 취약해진다. 이 경우 중국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지난 23일 미국의 소리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당사국 중 하나인 중국의 한반도에서 장기적 목표는 미-한 동맹이 종료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북한도 공유하는 목표"라며 "따라서 미국과 한국이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면 중국은 적극 개입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과 미국의 시각차는 물론 한국 내 보수진영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3일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자동차에서 브레이크와 액셀(가속페달)을 동시에 밟는 것과 같다"며 "그러면 차는 무조건 고장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