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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국제부부…대법 "국어 능력, 양육자 지정 기준 안돼"

등록 2021.10.17 09:00:00수정 2021.10.17 0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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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한·베트남 부부, 이혼 후 양육으로 갈등
1·2심 "베트남母, 국어능력 부족해 안돼"
대법 "딸과 오래 산 베트남母가 더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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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우리말이 서툰 외국인 부모도 이혼 후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녀의 한국어 소통능력은 학교 등에서 얼마든지 기를 수 있으며, 자녀가 어느 부모와 오래 안정적으로 살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양육자지정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우리나라 국적의 A씨는 베트남인 B씨와 결혼해 2명의 자녀와 살고 있었다. 혼인생활 중 갈등을 빚은 B씨는 큰딸을 데리고 나와 살았으며, 1년 후 서로 이혼을 청구했다. A씨는 자신이 큰딸의 양육자로 지정돼야 한다고 했다.

1심과 2심은 B씨가 아닌 A씨를 큰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했다.
 
B씨가 양육에 필요한 한국어 소통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B씨가 일을 할 때는 B씨 어머니가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데, B씨 어머니 역시 한국어를 쓰지 않아 자녀들이 언어습득이나 교육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국어 소통능력을 기준으로 부모 중 누가 양육자로 적합한지 판단해선 안 되는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공교육 등이 확립돼 있어 미성년 자녀가 한국어를 습득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돼 있다"라며 "외국인 부모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양육자 지정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에 대한 고려가 자칫 출신 국가 등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면서 "이혼 소송이 진행된 시점에 B씨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상될 수 있는 사정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미성년자 자녀의 양육자를 지정할 때 법원은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언급됐다.

이미 부부가 떨어져 지내 자녀가 한 명의 부모와 오래 살았다면, 다른 부모를 양육자로 지정할 때 자녀의 삶에 명백한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B씨는 큰딸을 2년이 넘는 기간 평온하게 양육하고 있다"며 "환경, 애정, 경제적 능력, 친밀도 등에 문제가 있다거나 A씨에 비해 적합하지 못하다고 볼 사정을 찾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문화가정의 양육자 지정에 관한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외국인 배우자의 양육적합성 판단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어떻게 고려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다문화가정의 존중 및 아동의 복리라는 차원에서 가정법원의 양육자 지정에 관해 중요한 원칙과 판단기준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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