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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가 TV에서 사라졌다…이유는?

등록 2021.10.20 13:35:17수정 2021.10.20 15: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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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여자부에 밀려 이번 주 6경기 중 1경기만 생중계

국제경쟁력 하락, 스타 플레이어 부재에 팬들 관심도 떨어져

"연맹, 구단 합심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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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021~2022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선수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여자부 3경기를 지상파에서 중계하면, 그 다음 1경기는 남자부를 해달라고 방송사에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쉽지 않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남자배구가 TV에서 사라졌다.

지난 19일 열린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전은 생중계로 TV 전파를 타지 못했다. 중계권을 가진 KBSN 스포츠는 여자부 페퍼저축은행-KGC인삼공사전을 중계했고, 또 다른 중계권사인 SBS스포츠는 프로야구를 내보냈다.

시즌 초반 V-리그 생중계가 쉽지 않다는 점은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2020 도쿄올림픽으로 인해 잠시 중단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그나마 KBSN 스포츠가 야구 대신 배구를 택하면서 한 경기라도 팬들과 만나는 중이다.

문제는 남자배구다. 이번 주 남자배구 중계 일정은 23일로 예정된 한국전력-KB손해보험 한 경기 뿐이다. 나머지 5경기는 TV 생중계로 볼 수 없다. 그나마 야구와 시간이 겹치지 않은 토요일 낮 2시 경기 덕분에 전멸을 면했다.

남자부가 중계 경쟁에서 철저히 외면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만큼 팬들과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여자부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배구 관계자는 "시장 논리로 보면 된다. 여자 배구의 인기가 올라가는 동안 남자 배구는 정체됐다는 것이다. 시청률이 더 많이 나오고, 광고가 더 많이 붙는 것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전했다.

지난 시즌 여자부 평균시청률은 1.29%로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이 맞붙은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은 4.72%의 순간 시청률로 V-리그 출범 후 역대 최고 순간 시청률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에 비해 남자부 평균시청률은 오히려 2019~2020시즌보다 하락한 0.81%로 집계됐다. 2승2패에서 마주한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나온 최고 시청률 1.58%는 여자부 평균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인기의 척도인 시청률과 중계방송에서 밀린다는 것은 자연스레 남자배구의 위기로 귀결된다. 내부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남자 A구단 관계자는 "재미 자체가 없는 경기들이 많다. 팬들에게 이런 경기들을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외국인 선수를 자유롭게 뽑는다고 해도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남녀 배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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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생중계 없이 치러진 19일 삼성화재-한국전력전 경기 모습.(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여자배구는 범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며 새로운 팬들을 유입하는데 성공했다.

김연경을 통해 올림픽 여자배구를 접했던 이들이 김희진(IBK기업은행), 박정아(한국도로공사)를 발견하고 자연스레 V-리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식이다. 선수들 역시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적극적인 대외 활동으로 이들을 붙잡으려 노력했다. 국제 대회로 누릴 수 있는 바람직한 선순환 구조다.

반면 남자배구에는 기존 팬들 외에 다른 이들을 매료할 만한 기회조차 만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스타 탄생 역시 더디다.

A구단 관계자는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니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 구단들의 우승 경쟁으로 몸값은 올라가는데 정작 스타성을 갖춘 선수가 없다. 아직도 문성민, 박철우, 한선수"라고 꼬집었다.

V-리그의 기틀이 돼야 할 아마추어 시장은 매력을 잃은지 오래다. 대학부 최고의 선수로 불려도 프로에 오면 벤치를 지키기 일쑤다.

남자 B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문성민, 김요한 등 이미 대학 때부터 국가대표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선수들이 프로에 오면서 생기를 불어넣었다"면서 "전체 1순위로 입단하면 사실 경기를 뛰어야 하는게 맞지 않나. 그런데 그 수준이 아니다. 가르쳐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4~5년은 걸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직도 30대 중반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관리를 잘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어린 선수들 기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면서 "프로도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프로로 선수를 보내는 아마추어 지도자들도 안주하지 말고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한다"고 보탰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남자부는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로 인기를 끌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이들의 선발을 자유계약으로 돌리는 방안을 물밑에서 논의 중이다. 아시아쿼터와 2군리그 등 매력적인 단어들도 꾸준히 거론된다.

늘 그래왔듯 핵심은 의견 개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유의미한 정책으로 이어지느냐다.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여러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정작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여자부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는 한국배구연맹이 남자부의 인기 하락을 심각하게 고민하는지도 사실 의문"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구단과 연맹이 미래를 위한 철저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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