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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년새 서해염전 위치 800m 당겨져…기후변화에 한반도 해수면 '민감'

등록 2021.10.26 15:08:50수정 2021.10.26 18: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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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 1530에서 1750년 사이 염전 위치 800m 변경

지질자원연구원, 고문서 염전 위치 연구 결과서 확인

'기후변화가 서해안 해수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전=뉴시스] 연구조사 지역인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의 염전위치가 1530년에서 1750년 사이 800m 가량 변화가 생겼다.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연구조사 지역인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의 염전위치가 1530년에서 1750년 사이 800m 가량 변화가 생겼다.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조선시대 집필된 이중환의 택리지 등 고문서에 나온 염전 위치를 분석한 결과, 200년 새 서해지역의 염전 위치가 크게 변한 것으로 확인됐고, 한반도 서해안의 해수면이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국토지질연구본부 남욱현 박사 연구팀이 조선시대 염전위치에 따른 소금생산 지역과 수송경로에 관한 자료연구 등을 통해 1500년대 초반에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의 해수면이 낮아졌다가 1700년대 중반에 다시 상승한 것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우리나라 염전의 대부분은 밀물이 들어오는 끝자락에 위치한다. 연구팀은 이점에 착안해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지봉유설(1614), 택리지(1751), 지방지도(1872) 등 고문헌에 나와 있는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의 염전을 중점 연구했다.

연구팀은 곰소만으로 흘러드는 갈곡천 하류에 대한 시추 조사서 해수면이 낮아졌을 때 갯벌 흙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만들어진 고토양을 발견했다.
 
고토양은 퇴적암에 남아 있는 옛 지질시대에 생성된 토양으로 과거에 해당 지역이 지표면이었음을 밝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연구팀은 고토양을 비롯한 시추조사 자료를 정밀분석해 1530년 무렵에는 염전 위치가 해안에서 800m 떨어져 있었고 밀물로 가장 높아졌을 때의 수위인 만조선(滿潮線)의 높이는 1.6m 정도임을 확인했다.

 또 220년이 지난 1750년께는 2.2m로 약 0.6m 만조선이 높아졌으며 염전 위치가 당초 보다 800m 가량 육지쪽으로 이동했다. 1872년 지방지도에 나온 곰소만 줄포항 앞바다의 깊이는 4.37m로 만조 때의 수심은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연구 결과로 1500년대 초반에서 1700년대 중반의 서해안에는 자연적 요소에 의해 비교적 큰 폭의 해수면 변동(매년 1.3~1.4㎜ 정도)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서해안의 평균 해수면은 지구온난화 등 인위적 영향으로 매년 1.31㎜씩 높아졌으나 이미 1500년~1700년 사이에 서해안 지역서는 현재와 유사한 수치의 해수면 변화가 있었다는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연구팀은 한반도의 해수면 상승이 소빙기 말(1850년 무렵)보다 더 일찍 시작됐고 특히 1700년대 초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이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상승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남욱현 박사 연구팀은 넓고 편평하게 발달한 서해안 갯벌의 특성상 해수면 높이가 조금만 변하더라도 해안선 변화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전지구적 기후변화와 해수면 변동에 한반도가 특히 민감하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는 경북대, KAIST, 인하대, 미 터프츠대학 등의 연구진이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해양지질학 분야 권위지인 '마린 지올로지(Marine Geology, IF:3.04)'에 ‘Sea-level fluctuations during the historical period in Gomso Bay, Korea’이란 제목으로 최근 발표됐다.  

남욱현 박사는 "우리 조상들이 택리지 등 고문헌에서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소개한 것은 당시의 시대상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주거의 이동경로 등을 나타내주는  귀중한 연구자료"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서해안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게 확인됐으므로 후속 연구를 통해 미래 해수면 변동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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