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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문화재청의 직무유기가 '왕릉뷰 아파트' 만들어

등록 2021.10.27 11: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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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포 장릉 인근 인천 검단 아파트 불법 건축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된 21일 오후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문제의 검단 신도시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1.10.21.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인조는 반정으로 왕위에 올랐다. 서인을 앞세워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자리를 차지했다. 적통이 아닌 인조는 자신의 정통성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광해군의 이복 동생이었던 아버지를 왕으로 추존하는 것이었다. 인조의 아버지가 바로 '원종', 김포 장릉의 주인이다.

원종의 장릉 앞에 20층 이상의 아파트가 올라설 예정이다. 장릉의 핵심 가치는 부자지간인 파주 인조의 왕릉, 김포 원종의 왕릉과 계양산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탁 트인 경관이다. 이 경관은 조선 시대 효(孝), 나아가 왕권 확립의 상징이다. 장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이기도 하다. 고층 아파트가 경관을 막는다면 유산의 가치도 사라진다.

김포 장릉 아파트는 지난 주 종료된 국회 문화체육위원회의 뜨거운 문제였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기에 관리에 투입된 예산이 3200억원(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세계문화유산 자격이 박탈될 일(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국감장에서의 지적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사후 질타다.

진짜는 문화재청이 벌어진 일을 어떻게 수습하느냐다. 분양까지 완료한 아파트를 무너뜨리는 건 건설사와 입주예정자의 재산권 침해다. 장릉을 세계문화유산에서 빼달라는 극단적인 청와대 국민청원의 뒤에는 겨우겨우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이들의 간절함이 있다.

애석하게도 국감에서 나온 김현모 문화재청장의 답변은 거짓에 거짓으로 이어졌다. 문화재청은 지난 7월 말 유네스코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 '문화재 내·외부 불법적 건설행위가 없었다'고 기재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유네스코 공식 보고가 아니었다"고 말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유네스코 공식 보고서를 작성한 건 주무관 단 한 명이었다. 그는 배현진 의원실과의 통화에서 "제가 마음대로 쓴 내용들이 몇 개 있다"고 실토하듯 말했다. 그가 '마음대로' 쓴 유네스코 보고서는 문화재청장은 물론 담당 사무관, 실·국장의 검토도 거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수년 간 이어진 문화재청의 직무유기가 '왕릉뷰 아파트'를 만들어 낸 셈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오는 28일 '김포 장릉 아파트' 문제를 심의한다. 문화재청은 세계문화유산을 지킬 것인가, 시민의 재산권에 무릎 꿇을 것인가.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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