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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송승환 "다시 '난타' 신나...이젠 나이 든 역 멋지게 하고 싶어"

등록 2021.11.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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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코로나로 문닫은 '난타', 21개월만 재개
리허설 직접 살펴보며 꼼꼼히 공연체크
연극 '더 드레서', 작년 중단후 올해 다시
"배우 좋은 직업…'살리에르' 역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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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난타' 제작자이자 배우인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이 22일 서울 중구 명동 난타전용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1.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25년간을 해온 작품이죠. 제가 이미 모두 외우고 있기 때문에 대충 봐도 알아요. 허허허"

무대 중앙에 적힌 '난타(NANTA)', 그 바로 맞은편 관객석 정중앙에 배우 송승환이 자리 잡았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명동 난타 전용관에서 펼쳐진 '난타' 리허설 무대에 그는 제작자로 날카로운 눈빛을 빛냈다.

"바로 가자!" 그의 말에 조명이 꺼지고 음악이 흘러나오며 리허설이 시작됐다. 놋쇠그릇부터 주방그릇까지 다채롭게 펼쳐지는 흥겨운 소리에 그의 고개와 발이 절로 장단을 맞췄다. 무대를 향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옆쪽에 놓인 모니터 화면에 가까이 가 닿았다. 지난 2018년 급격히 나빠진 시력에 그는 현재 시각장애 4급이다. 30㎝ 정도 가까워야 볼 수 있다는 그는 모니터에 얼굴을 바짝 대고 뚫어지게 보며 무대에 오롯이 집중했다.

이날 명동 난타 전용관에서 만난 그는 "눈이 나빠졌지만, 다행히 더는 악화되진 않고 멈췄다. 처음엔 겁도 났지만, 익숙해져서 생활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다. 안 보이면 들으면 된다"고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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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난타' 제작자이자 배우인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이 22일 서울 중구 명동 난타전용관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난타 리허설을 살펴보고 있다. 송 총감독은 시력이 좋지 않아 모니터를 통해 연출을 하고 있다. 2021.11.23. pak7130@newsis.com

◆"'난타' 중단 장기화되며 무력감…배우들 택배·식당 일하며 버텨줘"

"난타의 두들기는 소리를 다시 들으니까 기운이 좀 나는 것 같아요. 다들 의욕도 넘치죠."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가 12월 돌아온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 3월 문을 닫은 지 21개월 만이다.

"한두 달이면 될 줄 알았는데 너무 오래 걸렸죠.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어요.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많이 겪지만, 그때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해결했는데 코로나는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게 가장 답답하고 무력했죠. 어떤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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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난타' 제작자이자 배우인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이 22일 서울 중구 명동 난타전용관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난타 리허설을 살펴보고 있다. 송 총감독은 시력이 좋지 않아 모니터를 통해 연출을 하고 있다. 2021.11.23. pak7130@newsis.com

특히 난타는 외국인 관광객이 관객의 70~80%를 차지하다 보니 문을 닫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닫혔고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 기간에 배우들은 택배, 대리기사, 식당 일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버텨냈다.

"마음이 굉장히 아팠어요. 10년, 20년 이상 공연한 배우들에겐 '난타'가 자기 인생의 전부죠. 가끔 불러 식사도 했지만, 그 사이에 스터디·떡볶이 가게 등 창업한 친구들도 있어요. 결국 극장 문을 여는 게 해결책이니까 조금만 버티고 살아남자고 했죠."

하지만 예상보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난타'가 잊힐 수 있다는 두려움도 생겼다. 최근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12월에 우선 국내 관객들을 만나기로 했다. "1997년 초연 때 IMF였는데, '난타'가 역으로 위안도 주고 희망도 줬다. 사실 외국인 관광객을 받기 시작한 건 1999년 전용관을 열면서부터였다. 그 전엔 국내 관객이 대상이었고, 그때 기분으로 다시 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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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난타' 제작자이자 배우인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이 22일 서울 중구 명동 난타전용관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11.23. pak7130@newsis.com

"난타는 두들기기만 하는 공연이 아니에요. 드라마, 코미디가 있죠. 손자든 할아버지든 다 똑같이 웃고 감동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요. 온 가족은 물론 나이, 학력, 국적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게 난타의 성공 원인이었죠. 피로감을 씻어내고 난타의 리듬으로 관객들이 심장의 리듬을 다시 느끼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내년에 25주년을 맞는 난타는 해외 공연도 재개한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6주간 공연하며, 뉴욕 공연도 예정돼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중단됐던 하와이 난타 전용관 등 해외 전용관 설립 추진도 이어갈 계획이다.

"2000년대에 미국 50개 도시를 투어했어요. 브로드웨이에도 2003년 진출했죠. 당시 미국 유명 토크쇼에 거의 출연했고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도 했죠. 그땐 SNS가 없어서 '방탄소년단'이나 '오징어 게임'처럼 국내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류를 본격적으로 알린 최초였죠. 최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10년 전, 20년 전 투어했던 곳들이 다시 '난타'를 찾고 있어요."

다시 관객들을 만나는 '난타'는 에피소드 변화 등 업그레이드된 무대도 예고했다. 다만 '난타' 고유의 콘셉트는 변치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25년은 오래된 게 아니에요. 제가 런던에서 늘 가는 곳이 세인트마틴 극장인데, 그곳은 오로지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 공연을 70년 넘게 하고 있죠. 새로운 세대가 이어지기에 '난타'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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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난타' 제작자이자 배우인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2021 국립정동극장 연극시리즈 '더 드레서'(THE DRESSER)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1.11.22. pak7130@newsis.com


◆노(老) 배우 역 맡아 한층 더 공감…"지난해 아쉬움, 더 단단한 팀워크로"

송승환은 배우로서의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공연이 중단됐던 연극 '더 드레서(THE DRESSER)' 무대가 지난 16일 다시 막을 올렸다. 그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다행히 이번 주 매진되는 날이 꽤 나오더라. 아침에 문자를 받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작년에 2주 공연하고 극장이 셧다운돼 막을 내려 너무 아쉬웠다"며 "다시 모이니 굉장히 반가웠고, 팀워크가 더 단단해졌다. 올해 보신 분들은 작년보다 더 좋다고 하더라. 작품 해석이나 몰입도가 더 높아졌고, 저도 작년에 그냥 지나쳤던 대사들이 올해 새롭게 와닿았다"고 돌아봤다.

'더 드레서'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에서 '리어왕' 공연을 앞두고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며, 노(老) 배우와 그의 의상담당자와의 관계가 주를 이룬다. 영화 '피아니스트' 각본가로도 잘 알려진 로널드 하우드의 동명의 희곡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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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난타' 제작자이자 배우인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이 22일 서울 중구 명동 난타전용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1.11.23. pak7130@newsis.com


노 배우 역을 맡은 그는 "한 살 더 먹어선지 노인의 감정을 좀 더 느끼는 것 같다"고 웃으며 "배우와 극단 대표로서뿐만 아니라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며 할 수 있는 노인의 말에 작년보다 더 공감이 간다. 나이 든 세대는 그동안의 인생을 돌아보고, 젊은 세대는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이 무대 뒤편을 보여준다는 것도 색다르다. 이 작품을 직접 선택한 그는 "바로 무대 뒷이야기라는 점이 와닿았다"고 했다. "배우가 무대에 서는 건 두 시간이지만, 사실 무대 뒤와 분장실에서 온종일 있죠. 그곳에서 많은 드라마가 펼쳐져요. 제가 아역으로 1968년 무대에 처음 선 그때부터 지금까지 50년 넘게 많은 시간을 보낸 친숙한 곳이죠."

배우 인생 3막을 예고한 그는 앞으로 나이 든 역을 멋지게 해내고 싶다고 했다. "늙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어요. 젊을 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지요. ('더 드레서'에서)'연극 배우는 관객들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니까'란 대사가 있어요. 그 말처럼 연극 배우는 오로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그 공연을 본 관객들의 기억에서만 존재하죠."

연극 '에쿠우스'에서 '앨런'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 역을 모두 해낸 그는 젊은 시절 '모차르트'를 했던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를 하고 싶다고 다시 꿈꿨다. "배우는 참 좋은 직업이에요. 은퇴가 없잖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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