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1심 집유..."방역상 집회금지 조항, 위헌 아니다" 눈길
민주노총 7·3 노동자 대회 주도한 혐의
1심, 유죄 판단…징역 1년·집행유예 2년
"감염병은 지역마다 양상·형태 다르다"
"법률로 미리 조치 정할수 있는지 의문"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지난 9월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2021년 정기국회 민주노총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9.01. [email protected]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위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집회를 제한하는 감염병예방법 조항은 위헌이 아니다'라며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감염병예방법은 지자체장 등이 집회 등 여러 사람의 집합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조항을 통해 집회금지 고시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규정한다.
당시 서울시 측은 이를 근거로 민주노총에 집회금지를 6월22일 통보한 바 있다. 종로구청장도 종로1가부터 종로6가 주변 도로 및 인도에서 개최되는 일체의 집회를 금지한다고 고시했다.
경찰도 민주노총에 '코로나19 전염병 확산 위험성이 높아 공공의 안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집회금지를 통고했다.
양 위원장 측은 '고시 등을 위반해 10인 이상 집회를 열었다'는 혐의의 전제가 되는 감염병예방법 조항이 죄를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집회를 부당하게 금지해 기본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도 했다.
구체적으로 사실상 형법의 구성요건을 지자체장 등에게 '백지 위임'한 것이어서, 처벌 법규와 구성요건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에 대한 기본권 침해 주장은 그동안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보수성향 단체 등에서도 제기한 내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 판사는 "감염병은 언제든 새로운 것이 출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양상과 형태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또 감염병 예방을 위해 고려할 조치는 다양해 각 지역마다 필요한 조치가 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지난 7월3일 서울 종로3가에서 1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1.07.03. [email protected]
신종 감염병의 특성을 감안할 때 지자체장 등에게 구체적인 집회금지 상황을 고시할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양 위원장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미리 신고한 집회는 그 내용을 토대로 제한할 수 있지만 미신고 집회와 신고 범위를 벗어난 집회는 고시·명령을 통해 미리 정하지 않을 경우 감염병 예방의 실효적 조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시장, 군수, 구청장의 집회 제한 여부가 소속 시·도단체장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각 고시의 처분이 적법한지는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 따져야 하는 문제"라고 봤다.
결국 정 판사는 감염병예방법 중 집회를 제한하는 조항과 이를 처벌하는 조항이 죄형법정주의 등을 위반한 위헌이 아니라고 보고, 양 위원장의 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을 마친 뒤 양 위원장 측 변호인은 "(집회 시 감염병예방법 위반 적용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제청 등을 기각한 이유는 판결문을 봐야 할 것 같다"며 "민주노총과 협의해서 항소 여부 등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서울 도심 집회가 금지된 지난 7월3일 종로에서 주최 측 추산 8000여명이 참석한 민주노총 7·3 노동자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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