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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깃발 올린 이재용…제도 개편 이어 곧 임원인사

등록 2021.11.30 01:21:00수정 2021.11.30 01: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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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처럼 유연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 추구

불필요한 관리 최소화하되,업무 성과 기대 높일 듯

'전무-부사장' 직급 통합…내년부터 새 제도 본격화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인사제도 개편안은 유연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통해 '뉴 삼성'으로 도약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연공 서열 중심의 경직적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으며, 이번 개편 역시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에 배출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과감한 발탁 승진이 가능하도록 직급별 표준 체류 기간과 승격 포인트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제도에서는 CL2(이전 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는 승격까지 10년 가깝게 걸렸다. 성취와 보상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인재들은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조기에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도입하는 새로운 제도는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증명하면 단 몇 년 만에도 승격할 수 있도록 바꿨다. 인사평가도 평가등급별 비율을 폐지해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 평가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핵심 인재 유출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임원 직급단계도 과감히 축소했다. 전무 직급을 폐지해 사장-부사장-전무-상무 등 4단계에서 사장-부사장-상무 등 3단계로 간소화됐다. 불필요한 관리는 최소화하고 보상은 확대하되, 업무에서 최고의 성과를 입증하길 요구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구글, 애플 등으로 대표되는 실리콘밸리 혁신기업들의 조직 관리 모델을 일부 수혈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동료평가제도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는 제도다.

삼성의 혁신은 조직문화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재계 전반에 파문을 던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연공 서열 타파, 성과주의 강조를 담은 이번 조직 개편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할지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부서 간·팀원 간 경쟁 심화와 연봉 격차 확대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와 노사협의회, 노동조합, 각 조직의 조직문화 담당자 1000여 명 등 대상 설명회를 통해 임직원들이 개편 과정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냉정한 평가와 더불어 성과 입증에 실패하면 도태되는 등 실리콘밸리식 성과주의가 한국 기업 문화에 뿌리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인사제도 혁신안은 2022년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 개편으로 나이나 직급, 연공 서열이 아닌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달 1일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기존 인사제도에 따른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장 올 연말 임원인사부터 전무 직급을 폐지하는 등 부사장으로 직급 통합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어 내년부터는 새로운 인사제도가 운용되면서 과감한 인재 발탁도 기대된다. 특히 30대 임원, 40대 CEO 등 깜짝 인사가 나올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에서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부문 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s)과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RA)의 연구원과 만나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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