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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의 신개지' 송예린 "음악이 있어서 버틸 만했죠"

등록 2021.12.03 10: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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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제3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금상 출신
최근 발매한 첫 번째 EP '바다'로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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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송예린. 2021.12.03. (사진 = 플러스앤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포크의 신개지(新開地)다.

싱어송라이터 송예린(25)의 목소리에서 새로운 포크의 풍경을 본다. 그녀가 최근 발표한 첫 번째 EP '바다'를 듣다보면, 정체불명의 감정들이 포크 심장으로 밀물처럼 들어온다.

R&B 솔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목소리로, 세련된 포크를 선보인다. 포크를 포크답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노랫말인데 직접 곡을 쓰고 노랫말을 붙이는 송예린의 가사엔 그녀의 삶이 물들어 있다. 

최근 논현동에서 만난 송예린은 "제 인생에서 최악이라고 느꼈던 순간에 그걸 기억해준 음악이 있었다"면서 "음악이 있어서 버틸 만했다"고 말했다.

이번 EP엔 송예린이 역시 작사, 작곡한 5개 트랙이 실렸다. 타이틀곡은 '바다'다. 본래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서 곡을 쓰는 송예린이 드물게 한번에 쓴 곡이다. "보이는 건 검은 바다겠지만 / 그대와 그 끝으로 / 우릴 아프게 할 수 없어"라는 노랫말은 절망 속 어슴푸레한 희망을 길어올린다.

"작년 장마철에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이걸 이겨내야만 한다'는 다짐만이 맴돌았죠. 그 다짐을 기억하려고 만든 곡이에요. 용기를 얻었거든요. 그 힘듦을 이겨내는 과정을 이 곡 때문에 씩씩하게 버틸 수 있었어요."

'어디' 역시 힘든 상황을 씩씩하게 버티고자 만든 곡이다. 지난 2018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그를 기억하고자 만든 '자기 주문' 같은 노래다. 자신의 주변 사람과 첫 '영원한 작별'이었다.

'엄마를 닮은 얼굴'은 친 오빠 송현종과 함께 만든 곡이다. "오빠가 엄마에게 심하게 혼이 난 날, 엄마를 닮은 얼굴로 우는 모습을 보고 만든 곡이에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씩씩해야 한다' '어른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엄마 앞에선 한 없이 약해도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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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송예린. 2021.12.03. (사진 = 플러스앤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송현종은 홍대 앞 인기 밴드였던 '문댄서즈' 출신 기타리스트다. '전인권 밴드'에 몸 담기도 했다. 송현종은 송예린에게 스승과 같은 존재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5곡의 편곡에 모두 참여했다. 

두 남매의 관계는 흡사 작년 초 '그래미 어워즈'를 휩쓴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와 작곡가 겸 프로듀서 피니어스 오코넬 남매를 떠올리게 한다. 아일리시와 오코넬은 어릴 때 곡을 같이 쓰며 놀았는데, 그들 역시 송예린과 송현종처럼 네 살 터울이다.

"오빠가 기타 치는 걸 보고 기타를 배웠어요. 오빠는 기타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실력도 뛰어나고요. 오빠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더 빛을 봤으면 좋겠어요."

'어른이 되는 중' 역시 송현종과 작업한 곡이다. 3년 전 "시간이 밀어서 어른이 돼 가는 기분"이 뜰 때 만든 곡이다.

마지막 트랙 '내 맘이 내맘인데'는 애초 발매할 계획이 없던 곡이다. 송예린이 평소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혼자 흥얼거리던 노래다.

그런데 "내 맘이 내 맘인데 / 내 맘대로 안되는 게 / 이 밤이 너무 길고 / 내 창문을 두드리네"라는 노랫말의 정서가 이번 앨범 서사의 문을 살며시 닫아 완결시켰다. 다음 앨범의 첫 트랙을 예고하는 곡이기도 해 싣게 됐다.

송예린은 어떤 대상이 애틋하게 느껴지거나, 귀하다는 생각이 들면 "아낌 없이 표현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 그런 성향을 아무렇지 않게 해준 것이 음악이었다. "음악을 하면서 마음을 최대한 예쁘게 좋게 다듬어서 완성시키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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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송예린. 2021.12.03. (사진 = 플러스앤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대학 실용음악과 입학은 쉽지 않았다. 3수를 해서 들어갔다. 하지만 정해진 방식으로 노래를 부르기보다, 자신의 노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곡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제3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모순'으로 금상을 차지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 공인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첫 디지털 싱글 '이건 사랑이야'로 데뷔했다. 같은 해 10월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숨 쉬고 춤추며'를 발표했다. 그 해 말 엠넷 포크 오디션 프로그램 '포커스 : 포크 어스(Folk Us)'에 출연해 눈도장을 받았다.
 
올해 7월엔 CJ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오! 서머(OH! SUMMER!)'의 여성 아티스트로 선정돼 첫 단독공연도 열었다. 3일 CJ 아지트 광흥창에서 열리는 라이브 클럽데이 무대에도 오른다.

"지난 2년 코로나19로 인한 아쉬운 마음밖에 없어요. 음악은 관객과 마주하는 것이 '메리트'라고 생각해요. 눈을 마주볼 수 있고, 표정을 보면서 진심을 느끼는 건데 그 통로가 차단돼 있었죠. 그럼에도 공연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했어요. 이번 라이브 클럽데이엔 제가 존경하는 정미조 선생님(7일)도 나오셔서 정말 영광이죠."

송예린이 가장 좋아하는 디바인 정미조(72)와 송예린의 나이 차는 거의 50년에 가깝다.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송예린은 '어른이 되는 중'이 아닌, 이미 세상의 어두운 면을 아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항상 행복과 용기를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너무 불행했던 때, 돌이키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행복했던 기억보다, 절망의 바닥을 쳤던 기억으로부터 힘이 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행복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이 바라보는 희망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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