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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내쫓는 격"...광주 서구 미숙·안일 행정 '도마'

등록 2021.12.09 12:58:12수정 2021.12.09 13: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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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용도' 건물 매입 서두르다 임대차계약 못 살펴

"임차 기간 아직인데…" 세입자 급히 이사해야 할 형편

"마음 아프다" 행정사무감사서도 질타…"대안 강구 중"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청 전경. (사진=뉴시스DB) 2021.01.04.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청 전경.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가 경로당으로 활용하고자 다가구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미숙·안일한 행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기존 임대차 계약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 세입자가 갑작스럽게 이사해야 할 처지에 놓였고, 사업도 당초 계획과 달리 일정·공간 활용 등이 달라지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9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서구는 '파랑새원룸타운 경로당' 이전사업을 추진하면서 올해 6월 쌍촌동 1360-1 내 지상 4층 규모 다가구주택을 매입했다.

현재 경로당 건물이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해당 건물이 시설 여건·입지가 좋은 편이고 매매가도 주변시세에 비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개인 임대인으로부터 건물을 사들이면서 교부세 5억 원을 포함해 예산 6억4136만 원이 쓰였다.

매입 당시 해당 건물은 1층에 음식점, 2~3층엔 투룸 구조의 일반 거주공간 4가구(201·202·301·302호), 4층엔 기존 임대인의 주거공간으로 쓰였다.

서구는 당초 해당 건물의 구조를 살려 일부 시설을 개축해 남·여 경로당, 조리 등 각종 프로그램 공간, 자생단체 사무실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계획대로라면 4개월 간의 개축·보수공사를 거쳐 올해 10월이면 경로당으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매매계약 체결 직후 1층 음식점, 일반 2가구의 임차기간이 남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1층 음식점 세입자는 경로당 입주 시점보다 한 달 늦은 11월까지 임차기간이 보장됐고 '자리를 옮길 수 없다'며 계약연장을 원했다.

특히 전 임대인과 2016년 작성한 임차계약서 상 '계속적으로 영업을 보장한다' 특약조항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권리도 주장했다.

201호 세입자는 내년 12월 7일까지, 302호의 경우 내년 4월 3일까지 임차기간이 남은 상황이다.

서구는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임차기간이 남은 세입자와 협의에 나섰으나 302호 만이 최근 이주를 마쳤다. 1층 음식점과 201호 세입자는 당장 이주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1층 음식점은 '다른 상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고, 서구는 새로운 임대차 계약 체결 없이 월세는 면제하되, 이달부터는 공유재산 무단점유에 따른 변상금을 받기로 했다. 변상금 액수는 기존 월세 8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세입자의 이주가 지연되면서 일정·사업 내용도 큰 폭으로 바뀌었다. 입주 예정시기보다 두 달 늦은 최근에서야 경로당 조성 개·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나 이마저도 이주 협의가 진행 중인 201호를 제외한 2층 일부, 3·4층에 한해 진행되고 있다.

서구는 추후 세입자 이주가 끝나는 대로 공간 재조정을 거쳐 본래 취지에 맞게 해당 건물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문제 지적은 이날 오전 구 의회 제300회 2차 정례회 사회도시위원회 행정 사무 감사에서도 나왔다.
               
김수영 의원은 "계약 당시 세입자가 6가구나 살고 있었고, 충분히 임차기간 내 이사를 갈 것인지 확인하지 못해 아쉽다"며 "1층 음식점의 경우 오랜 기간 살려고 얻었는데 이번 매입절차로  갑자기 이사가야 할 형편에 놓여 탄원서까지 냈다"고 질타했다.

또 "계약 잔금을 치르기 전에 전 건물주가 기존 세입자 설득, 이사비용 보전 등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어야 한다"며 "잘못을 가리는 일을 떠나 구청이 소상공인을 내쫓는 격이어서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로당은 이동 편의, 낙상위험 등을 감안해 1층을 권장한다. 첫 사업계획도 1·2층을 경로당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며 "이제 와서 2·3·4층에 경로당을 우선 조성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이용 목적이 분명한 건물을 매입하는 만큼, 임차계약 내용을 잘 살펴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구 측은 "세입자에 대해선 안타깝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송구하다. 기존 경로당 계약 만료 시점에 쫓겨 서두르다가 생긴 일이다"며 "기존 세입자와 새로운 계약관계를 맺기는 어려워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원만한 이견 조율과 사업 정상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해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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