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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 "내가 만든 음악들이 쓸모를 찾았다는 확신"

등록 2022.01.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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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작년 데뷔 20주년…기념 콘서트 라이브 앨범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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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소영. 2022.01.17. (사진= 애프터눈레코드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포크 싱어송라이터 오소영은 삶의 슬픈 얼굴을 읽어낼 줄 안다. 기쁨이 아닌 것을 헤아리기 때문에, 고통의 언어를 읽어낼 수 있는 뮤지션이다.

작년 데뷔 20주년을 전후로, 그녀의 음악에서 조금씩은 아물어 가는 문장과 정서를 만나게 됐다. 쓸쓸함과 비관의 정서에 물들어 있기보다, 단호한 아픔 속에서도 생에 대한 희미한 긍정이 섞여드는 멜로디와 노랫말이다.

그녀의 20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 라이브 앨범 '웃고 살 거야, 아이처럼 1부'는 그 변화의 흐름을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소중하다. 1집 '기억상실'(2001), 2집 '어 템포(a tempo)'(2009), EP '다정한 위로'(2010), 3집 '어디로 가나요'(2020) 등 과작(寡作)의 뮤지션이라 더 귀하다.

작년 10월23일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열린 콘서트 실황을 담았다. 데뷔앨범부터 3집까지, 오소영 자신이 사랑하는 곡들과 팬들에게 사랑받아온 곡들을 모아 세트리스트를 구성했다. 남아 있는 2부는 올해 안에 발매된다. 다음은 오소영과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우선 데뷔 20주년을 막 넘긴 소감이 궁금합니다. 20주년 콘서트를 잘 끝내시고 든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그래도 '음악을 하면서 꽤 잘 살아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고, 저뿐만 아니라 공연을 보러 와주신 팬분들과 친구들에게서도 좋은 평가가 많았어요. 내가 만든 음악들이 쓸모를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할까, 관객분들 앞에서 공연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아주 좋은 힘을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 음악을 하면서 지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원래부터 라이브 앨범 발매는 계획됐던 일이었나요? 유튜브로 숱한 라이브를 찾아볼 수 있는 시기에 라이브 앨범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유튜브에 많은 라이브 영상이 올라와 있지만, 밴드와 함께 한 영상은 많지 않아요.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혼자 공연할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번 공연은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밴드로 공연을 할 수 있었고, 20주년이 됐는데 뭔가 팬분들에게도 저 자신에게도 선물이 되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라이브 앨범도 함께 계획하게 됐어요. 공연하기 전에 확정이 돼 있는 상태는 아니었어요. 녹음해 보고 공연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낼지 안 낼지 정하려고 했는데, 공연을 마치고 보니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꼭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죠."

-1, 2부를 나눠서 발매하시면서 그 시기를 다르게 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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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소영. 2022.01.17. (사진= 애프터눈레코드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요즘은 앨범 단위보다는 싱글로 많이 발표하시잖아요. 여러 곡을 한 번에 냈을 때, 몇 곡만 들어보고 다른 곡들은 듣지 않고 넘겨버리는 일도 굉장히 흔하고요. 그래서 회사에서는 더 적게  곡을 묶어서 발표하자는 의견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공연을 하면서 세트리스트를 정말 고민해서 짰는데, 그 순서 그대로 들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무척 강해서 제가 설득을 했어요. 그래도 1부, 2부를 함께 묶어서 내기에는 회사에 미안한 마음도 좀 있어서 일단 1부랑 게스트와 함께 부른 곡 묶어서 이번에 내고, 남은 곡들은 다음에 내는 것으로 결정이 됐습니다."

-'웃고 살 거야, 아이처럼'이라는 타이틀은 이 시기에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해당 타이틀에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하셨나요?

"가끔 핸드폰에서 뭔가 만지다 실수로 전면 카메라가 켜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의 제 표정은 정말 지쳐있고 무표정했어요. 어떤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거나 느끼는 것이 사치인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작은 기쁨에도 크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싶었어요. 삶의 태도나, 음악의 태도에서 그런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그만두지 않고 극복해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2020년에 무려 11년 만의 정규작을 발매하셨죠. 이후에 음악을 대하는 태도 등에 있어서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간 무겁고 어두웠던 이미지가 컸는데 이후 뭉근한 희망이 묻어나는 거 같다고 저는 보고 듣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음악을 하지 못하면 삶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음악에 대한 사랑이 크기도 했지만, 뭔가 극단적으로 음악에 의지하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마음 덕분에 지금까지 음악을 놓지 않고 있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마음이 좀 더 편해졌어요. 음악을 해서 상업적으로 성공하면 좋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하는 음악이 형편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제 음악의 힘을 믿기에 좀 더 여러모로 단단해졌는데 그래서인지 성격이 긍정적으로 많이 변했고 그런 것들이 곡으로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정규 앨범 발매가 텀이 긴 편인데 왠지 4집은 그 텀이 길지 않을 거 같습니다.

"예상하신 대로 4집은 최대한 빨리 내고 싶어요. 이미 생각해두고 있는 주제가 있고요. 그 주제에 대해 더 좋은 곡들을 모으려고 계속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와 함께 살았던 고양이 순둥씨(2002~2019)에 대한 여러 가지 마음을 담아 앨범을 만들 생각이에요.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 아쉬움, 슬픔, 함께 했을 때의 기쁨, 행복…. 순둥씨가 제 삶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 기억들을 잘 다듬어서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앨범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소중한 주제이기도 하고요."

-한동안 트로트 이후의 음악은 포크가 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 기대가 컸죠. 하지만 아직 그 시대는 오지 않은 거 같아요. 한국 포크의 계보를 잇는 주인공으로서 우리 음악계에서 포크의 생명력은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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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소영. 2022.01.17. (사진= 애프터눈레코드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크게 주목받지 않아도 언제나 포크를 지켜가고 있는 음악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문제없이 지속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음악계에서 포크의 생명력에 대해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현재의 한국 포크 음악들을 듣다 보면 막연히 그렇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막연한 믿음이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낙관적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트위터를 잠깐 살펴봤는데, 본 계정 외에 기록을 위한 계정을 만드셨더라고요. 올해는 특히 '기록'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한해로 보낼 거 같습니다.

"사실 기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전까지는 그냥 큰 목표 정도를 정해두고, 세부계획들은 일이 진행될 때 융통성 있게 정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는 마감일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급해져서 서두르곤 했었거든요. 이제 그런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방식에서 벗어나, 언제나 준비돼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록을 통해 지금의 나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록하면서 좋은 습관을 만들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코로나19는 모든 이들에게 타격이 됐지만 특히 공연이 생업과 직결되는 인디계에 큰 타격을 줬지요. 코로나19가 소영 씨에게 어떤 고민거리를 안겨줬나요

"아무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공연이 거의 취소될 때, 계속 이렇게 이어지면 어떻게 하나 굉장히 겁이 많이 났어요. 공연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하기도 하지만, 제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하기도 하거든요. 관객분들이 제 노래에 반응해주시면 정말 힘이 많이 되지요. 지금은 공연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관객분들이 박수 외에 다른 소리를 내기가 힘들어 공연장에서 서로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고 다음에 더 나은 무대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평소 인디 신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생태계를 위해 우리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인디 음악가들의 자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척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도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다른 일(기타 레슨)을 하고 있고요. 대부분의 분들은 그렇게 다른 일로 삶을 유지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지켜가고 있지요. 저희가 다양한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지원사업들이 더 많아지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디 음악가들의 생활이 유지될 수 있어야 다양한 음악들이 유지될 수 있고, 그리고 다양한 음악들을 리스너분들이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야 우리의 존재의 이유가 존중받을 수 있을테니까요."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뮤지션의 음악이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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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소영. 2022.01.17. (사진= 애프터눈레코드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에이트레인(A.TRAIN)의 '페인그린(PAINGREEN)' 앨범을 자주 듣습니다. 곡들을 앨범 단위로 듣는 걸 좋아하는데, 구성과 소리의 결이 아주 훌륭하고, 곡들을 다 듣고 난 뒤에는 왠지 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어두운 무드에서도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다고 할까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이불'이라고 하셨는데요.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이불은 아픈 사람에게, 지친 사람에게, 슬픈 사람에게 덮어주고 편히 쉴 수 있게 도와주니까, 언제나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엄청 기쁘고요."

-'덜 박힌 못 같은 존재'라고 스스로를 칭한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못의 쓸모를 알게 해준 존재가 소영 씨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덜 박힌 못 같은 존재라고 스스로를 생각하시나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예전보다는 잘 사회에 녹아들어 살 수 있게 된 것 같지만, 어려운 부분들은 여전히 존재해요. 그래도 어릴 적에 벽을 무너뜨리기 힘들어 더 높게 쌓고 살아갔던 걸 생각하면, 지금은 조금씩 구멍을 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멍으로 빛도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도 들어오고 많이 살만해졌지요."

-반려묘 '순둥씨'는 소영 씨 삶에 큰 의미였다고 들어서 조심스런 질문이지만 또 따른 반려묘를 맞이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순둥씨를 보낸 직후엔 제가 혼자 삶을 버텨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만큼 순둥씨에게 많이 의지하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슬픔 속에서 생각해보니 이런 상태로는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더 단단해지고 커지고 그러면서도 유연해져야 나 스스로를 그리고 다른 존재를 책임질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요. 아직은 제가 많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고요, 언젠가 이쯤이면 됐다 싶은 때가 온다면 다른 식구와 함께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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