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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은 없었지만…여전한 '수요시위' vs '반대집회' 갈등

등록 2022.01.19 14:55:05수정 2022.01.19 15: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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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인권위 권고 이후 차벽 하나 세워졌다"

경찰 "신고된 집회를 제지할 법적 근거 없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7차 정기 수요시위'와 보수단체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22.01.19.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7차 정기 수요시위'와 보수단체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2022.01.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소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방해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라"는 권고를 한 뒤 처음 열린 수요시위는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다만 인권위 권고가 나온 뒤에도 수요 시위와 반대 집회가 차벽 하나를 두고 맞불 형식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정의기억연대는 아쉬움을 표했다.

19일 정의연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서머셋팰리스 건물 앞 인도에서 제1527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수요시위가 진행된 장소는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30m가량 떨어진 장소로 밀려났다. 소녀상 앞은 친일 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단체인 반일행동 회원들이 지켰다. 일부 보수단체는 반일행동 바로 옆자리를 선점했다.

이날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주간보고를 통해 "인권위는 수요시위 방해와 참가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행위에 대해 경찰의 제지와 수사를 권고하고 집회 시간과 장소를 달리할 것을 적극 권유했다"며 "반갑고 환영한다. 이로써 우리는 대한민국 인권 수호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인권위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종로경찰서 서장과 소속 경찰들이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수요시위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온전히 해소해야 한다"며 "수요시위 방해를 목적으로 한 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라"고 경찰에 주문했다.

이날 일대는 정의연과 보수단체의 시위 소리에 경찰의 경고 방송까지 겹쳐지면서 혼잡을 이뤘다.

정의연과 차벽 하나를 사이에 둔 위치에 자리잡은 자유연대와 위안부법폐지공동행동,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는 '위안부 동상 철거하라', '수요집회 중단 정의연 해체' 등을 외치며 집회를 벌였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확성기 방송을 통해 수차례 안전을 강조하는 내용의 경고 방송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단체를 벗어나서 의견이 다른 집회 장소로 이동하면서 의도적으로 마찰이나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주길 바란다"며 "집회도중 모욕행위나 명예훼손 발언 삼가해달라. 현장에서 제지하지 않더라도 경찰 수집 자료로 사법처리 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경고했다.

인근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30대 남성 김모 씨는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서 어느쪽 목소리도 알아듣지 못했다"며 "앞으로 지나는 것 자체가 꺼려질 정도로 시끄러운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수요시위와 반대 집회 측 사이에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은 채 1시간가량 진행됐다. 다만 이나영 이사장은 집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의 조치에 "인권위 권고 이후 뭐가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2.01.19.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527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2.01.19. [email protected]


이 이사장은 "가운데 차벽 하나 세우고 옆에 경찰차 하나, 펜스 하나 친 거 말고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며 "오히려 경찰이 수요시위 앞에서 시위 경고 방송을 하며 방해 요소를 더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요시위에 참석한 23세 강모 씨도 "시정 조치를 요구했는데도 제지하지 않는 건 미온적 태도로 보여 실망적이다"라며 "경찰이 행동하면 제지하겠다고 하지만, 소리로 더 크게 방해하는 것도 행동 아니냐. 울타리 밖에서 서 있기만 해서 충돌이 일어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집회 모두 원칙에 따라 신고된 집회이기 때문에 직접적 제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두 집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경찰이 배치됐고, 집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모욕적 발언 등을 중단하도록 경고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은 수요시위와 보수단체의 반대 집회가 열린 곳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앞까지 200m 구간에 경력 100여명을 투입해 충돌에 대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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