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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설경구의 세 가지 스트레스

등록 2022.01.20 0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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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영화 '킹메이커'서 김운범 역 연기
김대중 전 대통령 모티브 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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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신나서 연기하진 못했어요. 부담감이 컸거든요.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여느 배우가 이런 말을 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설경구(55)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면 생경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의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 '대한민국 최고 배우'라는 수식어 때문일 것이다. 최고 배우에게 그렇게 큰 스트레스를 안길 만한 캐릭터가 있나. 있다.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의 '김운범'이다.

오는 26일 '킹메이커'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설경구는 이 역할의 부담감에 대해 길게 얘기했다. "부담스러워서 다른 역할을 하겠다고 했어요." 김운범이라는 인물의 어디가 그를 그렇게 힘들게 했길래 그랬던 걸까. 김운범이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이 누구인지 알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대중, 대한민국 15대 대통령이자 한국 민주주의 상징. 영화는 1971년 4월 대선이 주요 배경이다. 제1야당 후보인 김대중과 박정희 대통령이 맞붙었던 바로 그 선거다.

"처음엔 배역 이름이 '김대중'이었어요. 그 이름이 주는 하중이 심해서 감독님께 실명을 쓰지 말자고 했죠. 그래서 김운범이 된 겁니다. 이름 바꾸니까 조금 낫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참 어려웠어요. 너무 많이 알려진 인물이고 존경받은 인물이었으니까요. 이름을 바꿨어요 보면 누군지 딱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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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4일 이 영화 시사회 땐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가족과 함께 왔다. 설경구는 이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이 돼서 눈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했다. 김 이사장 측에서 잘 봤다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그제서야 안심했다.

김 전 대통령은 명연설가였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엔 김운범이 김운범이 연설하는 장면이 수차례 나온다. 이는 설경구에겐 또 다른 부담이었다. "첫 연설 장면 촬영하기 두 달 전부터 스트레스가 오더라고요. 제 성격이 남 앞에서 막 얘기하고 설득하고 그런 게 아니니까요." 그냥 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다. 대사량이 많았던 건 물론이고 폭염과 싸워야 했고, 멀리서 다가오는 카메라의 속도를 맞춰가며 말을 해야 했다. 게다가 그 모든 걸 생각하면서 연설에 설득력까지 담아내야 했다. "정신적, 물리적 스트레스가 심해서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죠."

설경구의 세 번째 스트레스는 김운범의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이었다. 김운범은 대체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자기 생각을 끝까지 밀고나간다. 이에 반해 배우 이선균이 연기한 선거전략참모 '서창대'는 자기 신념을 밀어붙이면서도 자꾸만 자신을 의심한다. 김운범이 듣고 결정하는 캐릭터라면, 서창대는 말하고 설득하는 인물이다. "김운범이 대선주자이기 때문에 자기 주장을 펼쳐나가는 인물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는 참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리액션을 주로 합니다. 자기 자리를 지키는 캐릭터랄까요. 그리고나서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죠. 연기가 정적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 그렇게 연기하다보니까 실제 대선 후보들은 좀 외로울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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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가 김운범을 연기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던 것과 무관하게 관객은 그의 연기에 또 한 번 기대를 건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변성현 감독과 함께하는 두 번째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할 거이다. 설경구는 변 감독의 전작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2017)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 작품이 나온 해에 15년만에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2021)로 지난해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제가 상을 많이 받았던 건 영화를 처음 했던 2000년대 초였죠. 그땐 연기하고 상받는 게 당연한 것 같았어요. 해외영화제도 많이 나갔죠. 그것도 당연한 것 같았죠. 힘들어서 안 간 영화제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나서 뚝 끊겼죠. 그러다가 '불한당' 때 받고, '자산어보'로 작년에 많이 받았어요. 신인상 받을 때처럼 떨리더라니까요. 정말 감사했어요. 상은 기대하면 안 와요. 편하게 상황을 즐기다보면 오나봐요. 보너스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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