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바스'와 맨발의 박상원 허심탄회한 이야기[이 공연Pick]
[서울=뉴시스]'박상원 콘트라바쓰' 공연사진. (사진=박앤남공연제작소 제공) 2022.01.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20년 초연 이후 다시 돌아온 연극 '박상원 콘트라바쓰'는 더 깊어진 소리를 낸다. 박상원은 콘트라바스 연주자가 되어 그의 삶, 사랑, 음악을 허심탄회하게 꺼낸다.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는 있어도, 콘트라바스가 없는 오케스트라는 없죠!" 국립오케스트라 단원인 남자는 가장 낮은 음으로 연주의 밑바탕이 되는 콘트라바스가 오케스트라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콘트라바스를 뺀다면 음악이 파편이 되고 연주자들은 혼란을 겪게 될 거라며 자신만만해한다.
하지만 사실 큰 덩치에도 콘스라바스가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불만이다. 오케스트라 맨 끝줄에 서는 콘트라바스, 그 역시 악기와 함께 존재감 없는 연주자일 뿐이라고 토로한다. 객석의 박수도 늘 독주자, 지휘자 차지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박수도 이어지지만, 콘트라바스는 개중 하나일 뿐이다.
[서울=뉴시스]'박상원 콘트라바쓰' 공연사진. (사진=박앤남공연제작소 제공) 2022.01.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콘트라바스에 녹아있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우리 인생과도 닮아있다. 거대한 오케스트라 속 콘트라바스처럼, 현실에서 조명받지 못한 채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이 많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지만, 그 자존감과 가치는 때때로 시험에 든다.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와, 자신의 가치와 투쟁하며 스스로를 바라보는 그는 이 시대 소외된 평범한 이들의 자화상이다.
땀에 흠뻑 젖어 90분간 모노드라마를 펼치는 박상원은 한마디로 종합 예술을 보여준다. 초연 당시의 헝클어진 머리와 수염, 안경 대신 맨발에 멀끔하고 익숙한 모습으로 선 그는 한층 더 자유로워지며 무대 위를 훨훨 날아다닌다. 기존 무대를 채웠던 의자와 축음기, 전화기 등 소품도 모두 없애 여백을 주는 동시에 집중력을 높였다. 무대 위에는 콘트라바스와 그, 단 둘뿐이다.
[서울=뉴시스]'박상원 콘트라바쓰' 공연사진. (사진=박앤남공연제작소 제공) 2022.01.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단조로울 수 있는 모노드라마의 틀을 깬다. 박상원은 무용수 같은 몸짓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춤추며 온몸으로 감정을 분출해낸다. 마지막 절정에 다다라서는 콘트라바스를 직접 켠다. 프로의 실력이 아니지만, 오히려 한음 한음 길고 묵직하게 이어가는 콘트라바스의 소리가 마음을 더 진하게 울린다.
음악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흐른다.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듯 브람스, 슈베르트, 바그너, 베토벤, 모차르트 등 다양한 클래식 곡과 그에 얽힌 음악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하나씩 풀어지면서 몰입감을 높인다. 생소할 수 있는 콘트라바스의 역사 등 음악적 지식도 빼놓지 않는다.
[서울=뉴시스]'박상원 콘트라바쓰' 공연사진. (사진=박앤남공연제작소 제공) 2022.01.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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