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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이 김보름에게 "잘 버텼다, 수고했다"[베이징2022]

등록 2022.02.19 19: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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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올림픽 '왕따 주행' 논란 휘말려 마음 고생

"아무도 나를 응원 안 해주면 어떡하지" 걱정도…"스스로에게 '잘 버텨줬다'고 말해주고파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 한국 김보름(4번)이 질주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2022.02.19. bjko@newsis.com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 한국 김보름(4번)이 질주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2022.02.19. [email protected]


[베이징=뉴시스]김주희 기자 = 힐링의 레이스였다. 메달은 얻지 못했어도 사람들의 따뜻한 눈길 속에 더 큰 힘을 받았다.

김보름은 19일 중국 베이징 내셔널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여자 결승에서 5위를 기록했다.

중간 그룹을 달리던 김보름은 막판 스퍼트를 노렸지만 뒷심 부족으로 메달 도전이 무산됐다.

그러나 실패는 아니었다.

경기를 마친 뒤 만난 김보름은 "지난 4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아무도 나를 응원 안 해주면 어떡하지"란 고민 속에 준비했던 대회. 그간의 두려움을 날릴 만큼 많은 응원 속에 뛰었다.

정확히 4년 전인 2018년 2월 19일, 김보름에겐 '악몽'이 시작된 날이다. 

노선영, 박지우와 2018 평창올림픽 팀추월에 나선 김보름은 마지막 바퀴에서 세 번째 주자로 달리던 노선영을 고의로 챙기지 않았다며 '왕따 주행' 논란에 휘말렸다.

매서운 비난 속에 나선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축하는 없었다. 김보름은 펑펑 울며 큰절을 올렸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감사로 고의성 의혹을 벗었다. 그러나 김보름에겐 이미 큰 상처가 남은 뒤였다.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 한국 김보름(4번)이 질주하고 있다. 2022.02.19. bjko@newsis.com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 스케이팅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 경기, 한국 김보름(4번)이 질주하고 있다. 2022.02.19. [email protected]


큰 시련에도 계속해서 자신을 다잡은 김보름은 다시 이곳, 올림픽 무대에 꿋꿋하게 섰다.

"4년이 정말 힘들었다. 오늘 4년 동안의 아픔과 상처가 조금은 아물었던 시간이 된 것 같다"며 베이징 올림픽의 의미를 돌아본 김보름은 "지금은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행복한 것 같다. 응원을 받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다"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결승에선 레이스 중간부터 앞쪽에서 달리는 전략을 세웠지만 뜻대로 이뤄지진 않았다. "서둘렀던 것 같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고 패인을 짚은 김보름은 "그래도 많이 노력했고, 열심히했다. 과정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당당히 말했다.

지난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이번 대회에서 메탈리스트로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김보름은 "메달을 못 따서 너무 아쉽긴 하다"면서도 "응원 한 마디, 한 마디가 힘이 됐다. 응원이 없었다면 5위라는 성적 조차도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6일 김보름은 노선영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알려진 것과 달리 노선영이 김보름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간 마음고생에 비해 300만원의 판결이 아쉽지 않느냐'는 물음에 김보름은 "정신적인 피해가 인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아쉽긴 하다. 나는 그 일로 너무나도 힘들었고, 너무 아팠고, 그런 사실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걸 잘 극복해냈기 때문에 돈의 액수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보탰다.

쉽지 않은 시간을 견뎌온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잠시 말을 고른 김보름은 "사실 힘들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혼자 이겨내려고 했고, 혼자 무너질 때도 많았다. '잘 버텨줘서 수고했다'고 해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어 "이제는 편하게 웃으면서 쉬라고 해주고 싶다"고 보탰다.

세 번의 올림픽을 치렀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힘겨운 시간을 건너오며 더 단단해졌고, 더 큰 용기도 얻었다.

김보름은 "평창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까, 내가 베이징에 갈 수 있을까를 걱정하다 보니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베이징 올림픽도 끝났다. 지금부터 마음을 다잡고,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의지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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