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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OTT]내 안의 야수성과 위대한 연기

등록 2022.04.08 0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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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뉴시스는 넷플릭스·왓챠·웨이브·디즈니+·티빙 등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수준 높은 드라마·영화·다큐멘터리 등을 매주 2편씩 소개한다.

4월 두 번째 주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과 웨이브에서 공개한 HBO 드라마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을 골랐다.

◆내 안의 야수성을 위해…메이의 새빨간 비밀(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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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작품에 관한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 메이는 중학생이다. 막 이성에 눈을 떴고, 팝스타에 환장하는 평범한 소녀다. 다만 이 아이는 어딘가 조금 자신의 생활을 답답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메이가 자기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엄마가 바라는대로, 엄마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똑똑하고 반듯하게 생활해야 한다는 강박을 이 아이는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메이가 레서판다가 되는 일이 발생한다. 알고 보니 이건 일정 나이가 된 메이 집안 여성 모두에게 일어나는 변화로, 흥분하면 레서판다가 되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레서판다가 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일종의 의식을 치르고 레서판다의 영혼을 봉인하게 되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메이가 레서판다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썩 맘에 들어한다는 거다. 레서판다로 변할 때만큼은 메이는 자기 욕망을 맘껏 펼쳐보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게 바로 엄마가 원하는 메이의 모습이 아니라 메이가 원하는 메이의 모습이니까 말이다. 이제 메이는 결정해야 한다. 자기 안의 레서판다를 봉인할지 안 할지.

당연히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메이다. 픽사는 메이가 레서판다로 변하는 걸 내 욕망의 표출, 내 안의 야수성의 발현으로 표현하고 있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길로, 누군가가 규정하는대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고, 네가 원하는 걸 하면서 커나가면 된다고, 이 작품을 보고 있을 모든 소녀들에게 얘기한다. 메이가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것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설정이다. 이건 비주류이고 약자이지만 움츠려들 이유가 없다고, 네가 생각한대로 살아도 된다는 명확한 메시지다. 여기서만 그쳤다면 이 애니메이션은 평범한 작품에 그쳤겠지만, 역시 픽사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메이처럼 꿈이 있었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자기 욕망을 꽁꽁 싸맨 채 살아야 했고, 그래서 딸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삶을 강요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는 엄마 '밍'을 끌어안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밍이기도 하다. 메이는 이미 정해진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어린 밍을 위로한다. 그리고 이 위로를 통해 어머니 세대의 부족함 혹은 아픔을 포용한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픽사가 얼마나 사려깊은 창작 집단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케이트 윈슬렛, 그 완벽한 연기…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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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가 지난해 내놓은 드라마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은 같은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에서 열린 각종 시상식에서 리미티드(limited)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그만큼 주연을 맡은 배우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의 뛰어난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윈슬렛은 이 드라마에서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이자 그가 사는 펜실베니아 이스트타운의 형사인 '메어'를 연기한다. 주체하지 못할 슬픔에 빠져 허우적 대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한 인간의 고달픈 삶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윈슬렛의 연기가 일품이다. 윈슬렛은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도 메어가 겪는 마음 속 고통을 시청자가 피부로 느끼게 한다. 이 천의무봉(天衣無縫) 수준의 연기력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7회 분량 드라마에 투자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윈슬렛의 모습을 보는 게 이색적이기도 한데, '메어 오브 이스트 타운'은 윈슬렛이 2011년 HBO에서 만든 드라마 '밀드레드 피어스'에 나온 이후 10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드라마다.

그렇다고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이 윈슬렛의 연기를 빼면 별 볼 일 없는 드라마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이 작품은 메어가 마을에서 벌어진 미스테리한 살인 사건을 해결해가는 형사물처럼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 드라마는 어떤 인생도 피해갈 수 없는 뜻 모를 불행과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 비극이 안기는 고통을 지켜보는 신(神)에 관한 우화이기도 하다. 삶이 자꾸만 더 깊은 수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느낄 때 우린 종종 신의 부재에 분노하곤 하는데,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은 그때 신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엔, 메어가 그런 것처럼 고통받고 있는 인간들이 유독 많다. 일종의 스릴러물로서 서스펜스의 완급을 조절하며 몰입감을 높여가는 연출력이 일품이고, 이 흐름 안에서 적재적소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각본 역시 뛰어나다. 이만큼 위엄과 품격을 갖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윈슬렛 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 모두의 연기가 뛰어나다.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은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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