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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피아니스트 김선욱 "이번엔 '베'-'브' 빼고 슈베르트·리스트"

등록 2022.05.14 05:10:00수정 2022.05.14 08: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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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5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공연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벗고 싶은 마음 컸다"
"이번 공연 슈베르트·알베니즈·리스트의 곡으로 채워"
지휘자 데뷔 1년…"어렸을 때부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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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빈체로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제공) 2022.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이제야 음악을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어 음악가로서 진짜 시작했다고 믿고 있어요. 다시 신인 같은 마음이 드는 게 스스로 고무적이죠."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음악가로서 본격적인 청년시대를 시작한다. 3살 때 처음 피아노를 시작해 18살인 2006년 리즈 콩쿠르 40년 역사상 최연소이자 첫 아시아 출신으로 우승을 거머쥔 후 16년간 세계 무대를 활보해왔다.

하지만 "(20대 시절의) 베토벤, 브람스를 쳐온 시간은 유년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너무 중견 연주자로 보진 말아달라"고 웃었다.

10여년 전부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소나타 전곡 연주 등 베토벤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오며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려온 김선욱이 이번엔 베토벤을 벗어던졌다. 슈베르트와 알베니즈, 리스트의 곡으로 채운 리사이틀을 오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다. 18일 마포아트센터, 19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빈체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이번 공연은 베토벤, 브람스를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며 "저나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겼으면 했다"고 밝혔다.

"사실 듣다 보면 숨 막히는 음악들이에요. 베토벤의 음악의 여정은 확고하고, 브람스도 쓸데없는 음표가 하나도 없죠. 이를 따가라는 관객들은 희열을 느끼면서도 힘이 들어요.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은 아니죠. 그래서 이번엔 '베'자와 '브'자를 빼자 싶었어요.(웃음)"

서막을 여는 슈베르트의 '네 개의 즉흥곡'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는 그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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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빈체로/marco borggreve제공) 2022.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이 이렇게나 아름답다는 걸 처음 느낀 작품이 슈베르트 즉흥곡이었다"며 "추억이 가득한 곡"이라고 했다. 6살 때 부모님께 처음 악보를 사달라고 졸랐던 곡도 슈베르트 작품이었다. "그간 앙코르로 자주 연주했는데, 진지하게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10대 때 많이 연주했던 리스트도 꺼내 들었다. 콩쿠르 때 자신 있게 선보였던 곡이기도 하다. "리스트의 소나타를 안 친지 10년이 넘었더라고요. 오랜만에 꺼내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두 곡은 제 유년시절에 가장 중요했던 곡이에요."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무대에서 처음 연주하는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즈의 '이베리아' 모음곡 2권이라고 했다. 슈베르트를 좋아했던 리스트, 리스트를 존경했던 알베니즈로 연결고리가 이어진다. "사실 알베니즈 곡을 치고 싶어서 슈베르트와 리스트 곡을 배치했다"고 미소 지었다.

해외에 가면 그 나라 작곡가의 음악을 듣고 악보를 꼭 사온다는 그는 스페인에서 알베니즈의 곡을 처음 샀다고 회상했다. "많이 연주되는 곡은 아니지만 스페인이라는 나라, 그 풍경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죠. 집에서 쿵쾅쿵쾅 치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평생 칠 일이 있을까 하고 넣어놨는데, 갑자기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네권 중에 2권이 대중적이고 재밌어서 골랐어요."

김선욱은 지난해 1월 데뷔한 '신예' 지휘자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지휘자가 꿈이었지만 피아니스트로서 치열한 삶 속에 병행할 엄두를 못 냈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닿게 된 건 의외로 코로나19 여파였다. 공연 취소 등으로 집에 머물게 된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악에 빠져 악보를 연구하며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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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빈체로/marco borggreve제공) 2022.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시도를 못 했을 것 같아요. 큰 각오가 필요하거든요. 어린 나이부터 정글 같은 세상에 있다 보니까 피아니스트로서 지휘할 엄두가 안 났어요. 배워야 할 곡도, 해결해야 할 무대도 산더미였기에 시간을 배분할 여유가 없었죠. 지금도 여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경험이 쌓인 만큼 할 수 있게 됐죠."

피아니스트나 지휘자나 음악의 접근법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결과물을 보여주는 건 꾸준한 연습뿐이라고 강조했다. 벼락치기와는 거리가 먼 그는 "하루 중 연습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매일매일 해야 자연스럽게 쌓인다. 하루라도 쉬면 불안하다. 씻고, 밥 먹는 일상과 같다"고 했다. 피아노 연습과 악보 보는 시간을 분리해 규칙적으로 파고들고, 그 외의 시간에도 그의 곁엔 늘 음악이 흐르고 있다.

"경험이 쌓일수록 음악의 해석이 더 넓어지죠. 몇 년 후 같은 곡을 연주해보면 느껴져요. 피아니스트로는 15년여의 세월이 숙성됐는데, 지휘자로는 너무 짧다 보니 오케스트라와의 리허설을 하는 순간순간이 다 엄청난 공부예요. 지휘는 연습 과정을 토대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공연 전의 시간이 매우 중요해요. 무대에선 단원들을 믿을 수밖에 없죠."

올해 피아니스트로서는 물론 지휘자로도 바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7월엔 부산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지휘하고, 8월엔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스페인 등 유럽 무대에도 설 예정이다. "지휘자로 이제 시작했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제 직업은 음악 애호가가 첫 번째, 피아니스트가 두 번째, 지휘자가 세 번째다. 결국 다 음악 관련이라 똑같다"고 웃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건 복이고 즐거웠지만, 부담도 컸고 버거울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여유 있고 행복하죠. 34년 삶 중에 제일 열심히 살고 있어요. 끝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음악이 재밌고 신기해요. 음악을 한다는 것에 항상 감사함을 느끼죠."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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