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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48년 터줏대감…식용유 대란에 "이런 급등 처음 본다"

등록 2022.05.19 08:40:07수정 2022.05.19 10: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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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기름 18리터 1통 3만원→5만9000원 97%↑

엔데믹 뜨는 핫플레이스 불구 "수익 큰 증가 없어"

[서울=뉴시스]서울 중구 광장시장에서 40년 넘게 빈대떡집을 운영해왔다는 A씨(78)의 모습. 2022.05.18.

[서울=뉴시스]서울 중구 광장시장에서 40년 넘게 빈대떡집을 운영해왔다는 A씨(78)의 모습. 2022.05.18.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여기서 48년 장사하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야."
"기름 값이 무서워 전 부치기가 겁나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집을 운영하는 노장의 할머니 A씨는 기자가 "이 시장에 대통령도 다녀가고, 손님들이 더 많아졌겠다"고 질문하자 손사래를 쳤다. A씨는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하루 종일 장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48년 간 빈대떡집을 운영했다는 할머니 B씨가 옆에서 거들었다. 식용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전 부치기가 겁날 정도라고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식용유 가격이 폭등하며 광장시장 빈대떡집과 치킨 가게 등 기름 사용량이 많은 상인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기자가 광장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 같이 식용유와 밀가루 급등을 매일 체감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A씨는 "기름 값이 매달 올라 요즘 너무 놀라고 있다"며 "코로나가 풀리며 장사가 잘 되나 싶었는데 식재료 값이 너무 올라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장사 경력이 더 오래된 B씨는 이런 물가 상승을 난생 처음 본다고 밝혔다. B씨는 "48년 넘게 광장시장에서 장사하며 아들, 딸을 대학까지 보냈는데, 이렇게 기름 값이 오르는 건 처음 본다"며 "여기서 더 오르면 우린 남는 게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 상인에 따르면 지난해 18리터 한 통에 3만원 하던 옥수수 기름은 현재 5만9000원으로 97% 올랐다. A씨 같은 광장시장 부침개 가게들은  하루에 18리터 짜리 식용유를 평균 반 통씩  쓰는데 "기름 값이 무서워 전 부치기가 겁난다"고 할 정도다.

광장시장 부침개 상인들은 밀가루 대란도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하루에 밀가루 3㎏짜리 한 포대를 쓰는데, 두 달 전 4000원이던  밀가루가 지금은 4600원이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 오른 4916원에 달한다.

밀가루 가격 상승도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참가격에 따르면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중력다목적용 곰표 밀가루(1㎏)의 지난 6일 기준 평균가격은 1460원으로 1년 전 평균가격(1338원)과 비교해 9% 상승했다.

이 같은 원재료 가격 상승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다.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금지한데 이어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도 식량 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금지하며 관련 가격이 계속 오를 기세다.

한국은 주로 미국에서 밀을 수입해 인도 밀 수출 금지령이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 가뭄까지 겹치며 밀가루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밀가루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로는 국수 가게나 빵집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성동구의 한 칼국수집은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을 지난달 말부터 8000원으로 이전보다 1000원 더 올렸다. 이전까지 8000원이었던 김치전은 1만원으로 높였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칼국수 면을 사다가 칼국수를 만드는데, 면 한 상자 가격이 5000원이나 올라 어쩔 수 없이 칼국수 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경기도 안산에서 호떡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D씨도 "지난주까지 1포대(20㎏)에 2만7000원 하던 밀가루가 3만5000원으로 올랐다"며 "밀가루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D씨는 이런 밀가루 값 추이라면 1개당 1500원 하는 호떡 가격을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원자재 값 급등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연일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식용유 값이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밀가루 가격까지 상승세라며 장사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한 자영업자는 "식용유 한 통에 2만7000원 할 때 장사를 시작했는데 현재는 5만원이다"며 "10만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돈까스 가게를 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는 "식용유와 밀가루는 물론 최근 돼지고기 가격까지 폭등해 너무 힘들다"며 "가격을 올릴지 중량을 줄일지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트레이더스 같은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창고형 할인마트에는 식용유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져 자영업자들의 물가 피로가 더 커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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