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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 北에 팍스로비드 치료제부터 지원해야" 하버드 한인 교수

등록 2022.05.20 10: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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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드의대 박기범 교수 CNN 기고문에서 촉구

의료능력 태부족·식량난으로 사망자 급증 우려

진단키트 지원과 mRNA 백신 지원도 서둘러야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17일 평양 거리가 텅 비어 있다. 2022.05.18.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17일 평양 거리가 텅 비어 있다. 2022.05.1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전세계 185개 국가중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두 나라중 하나인 북한에 코로나 19가 확산하면서 국제사회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큰 위기에 봉착했는지 여부와 지원이 필요한지, 지원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참이다.

미 CNN은 19일(현지시간) 15년 이상 북한에 의료 지원활동을 펴온 미 하버드대 한인의사 박기범 박사의 기고문을 실었다. 박기범 박사는 북한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 상황을 지적하며 국제사회가 시급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5년 동안 평양에서 북한 의사들과 함께 수없이 많은 수술을 해본 경험을 통해 북한 의사들은 절대 포기하는 일이 없다는 걸 목격했다.

수없이 여러번 사용해 무뎌진 메스로 절개를 하곤 했다. 마취과 의사가 몇 시간 동안이나 3, 4초 간격으로 공기주머니를 눌러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산소호흡기와 같은 의료장비가 부족한 평양에선 흔한 일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북한 의사들의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 19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북한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지난주 북한은 코로나 19 첫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최소 172만명의 "발열자"가 발생했고 이들중 절반이 격리돼 있으며 10여명이 숨졌다고 한다. 숨진 사람중 최소 1명이 오미크론 BA.2 변이 감염자로 확인됐다.

2500만명 북한 주민의 7% 가량이 증상을 보이는 상황은 북한에 큰 재앙이다. 북한을 시급히 도와야 한다. 북한 주민 전체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기에 사망자수가 전례없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북한은 중국처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취해왔다. 국경봉쇄를 통해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은 사실 효과적이었다. 2년여 동안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전염력이 매우 강한 오미크론 변이로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은 상하이 등 대도시 여러 곳을 엄격하게 봉쇄하면서 최근까지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북한의 봉쇄망을 뚫었다. 대규모 환자 발생을 막기 위한 북한의 능력이 취약한 점이 우려된다.

우선 의료 능력이 부족하다. 다수의 중증 호흡기 질환자 를 치료할 능력이 없다. 산소, 정맥주사, 호흡기, 의료진을 위한 개인 보호장구와 항생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새로 개발된 코로나 치료제다. 오미크론 BA.2 변이에 효과가 있는 팍스로비드는 경구 투약이 가능하고 보관과 수송을 위한 특별 장비가 필요없다. 이 치료제를 가능한 빨리 보내줘야 한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우리는 도울 수 있고 도와야 한다.

둘째, 북한은 코로나 검사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세계보건기구(WHO) 동남아시아 사무국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매주 1500명을 검사한다.

검사능력 최대치가 그 정도라면 172만명에 달하는 증상자들을 검사하기가 불가능하다.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려면 검사로 확진됐음을 확인해야 한다. 당장 충분한 양의 검진세트를 보내줘야 한다. 북한은 지금 실상을 모른 채 대응하는 상황이다.

셋째, 북한의 식량난이 문제다. 봉쇄조치는 사람들을,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린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봉쇄조치가 전보다 훨씬 강화됐다. 북한 주민들이 봉쇄조치를 극복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식량 지원을 해야 한다.

북한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 봉쇄조치로 감염을 차단할 수 과신해 백신 지원 제안을 거부했다.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적 확산을 막으려면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mRNA 백신이 오미크론 BA.2 변이에 효과적이다. 서둘러 충분한 양의 백신 지원 제안을 해야 한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기존의 냉장시설만으로도 mRNA 백신 접종을 감당할 수 있다.

매일 수많은 코로나 환자들을 보살펴야 하는 의료진부터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북한에 지원하는 경우 "누구에게, 어떻게" 못지 않게 "무엇을" 지원할 지가 중요하다. 전국적 위기 상황에서 모두가 협조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

유엔이 나서서 WHO, 유니세프(UNICEF), 세계식량계획(WFP)는 물론 비정부기관들의 지원을 조율하고 북한 정부와 함께 지원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은 모니터링이나 지원 평가를 우선시하면 안된다. 사람들 목숨이 걸린 문제다. 유대감을 발휘해 북한이 먼저 지원을 요청하도록 요구해선 안된다.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북한은 명백히 도움이 필요하다.

북한도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개별 단체들의 지원을 적당히 짜맞추려 하면 안된다. 국제사회에 무엇이 필요한 지를 확실히 알려야 한다. 유엔 본부에는 북한 대사관이 있다.

분명 북한을 지원하기에 걸림돌이 많다. 환자 발생을 발표한 날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감염이 억제될 때까지 한반도 군사활동을 유예해야 할 수도 있다. 군사행동으로 북한주민들의 긴급한 상황을 주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모든 당사자들이 팬데믹 억제에 집중해야 한다. 당장의 팬데믹 확산과 미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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