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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 중 위치 발각될까 두려웠다"…종신형 받은 러 전범 사건 전말

등록 2022.05.24 14:08:33수정 2022.05.24 15: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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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월 말 북동부서 우크라 공격으로 퇴각 중 사살
"주저했지만, 다른 부대원이 윽박…위치 노출 우려"
계속된 피격에 도주 중 항복…부대원 2명은 러 귀환
검찰총장 "이번 재판은 본보기…책임자 전부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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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AP/뉴시스] 지난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군 하사 바딤 시시마린이 법정에 서 있다. 2022.05.24.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우크라이나 법원이 러시아 침공 이후 열린 첫 전쟁 범죄 재판에서 러시아 군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상사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고 호소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재판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법원에서 국제 전쟁법 위반 등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은 바딤 시시마린(21) 하사는 러시아 전차사단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했다.

시시마린 발언과 법정 증인 진술을 종합하면, 시시마린은 부대원 4명과 함께 지난 2월28일 오전 11시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320여㎞ 떨어진 북동부 수미주 추파히우카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주민 올렉산드르 셸리포프(62)를 발견했고, 앞 좌석에 타고 있던 장교는 시시마린에게 셸리포프를 총살하라고 명령했다.

시시마린이 주저하자, 다른 부대원이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한 부대원은 시시마린에게 "네가 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우리 위치가 노출될 것"이라며 소리치기 시작했고, 시시마린은 소총을 꺼내 셸리포프에게 총격을 가했다.

셸리포프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현장에서 쓰러진 지 몇 분 뒤 셸리포프의 배우자 카테리나 셸리포바에 의해 발견됐다.

셸리포바는 지난주 열린 증인 신문에서 "남편은 내 수비자였다"며 "남편을 잃고 난 모든 걸 잃었다"고 호소했다.

당시 추파히우카에는 러시아군 포격 등을 받고 있었으며, 셸리포프는 이웃들이 숨은 지하실 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오전 10시께 근처에서 탱크 폭발음이 들렸고, 셸리포프는 확인하고 오겠다며 대피소를 나섰다. 셸리포바는 "가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남편은 괜찮을 거라며 자전거 타고 갔다"고 설명했다.

남편이 떠난 지 얼마 안 돼 셸리포바는 멀리서 총성을 들었고, 물을 뜨기 위해 우물 근처로 갔을 때 더 가까운 거리에서 두 번째 총성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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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AP/뉴시스] 지난달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파괴된 러시아군 전투 차량을 살피고 있다. 2022.05.24.


시시마린의 부대는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동료는 전했다. 증언에 따르면 전날 밤 수미주 한 지역에서 야영 중 한 부대원이 기절 수류탄을 밟았고, 탱크병들이 그 방향으로 대응 사격하면서 아군 4명이 부상을 입었다.

다음날 아침 부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의료 차량과 급유 트럭 2대, 탱크 2대를 포함한 차량 호송대가 마련됐다. 시시마린도 호송대에 포함됐다.

호송대가 25㎞가량 이동했을 즈음 이들은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받았으며, 대열 가장 앞에 있던 차량에 포탄이 떨어졌다. 1호차와 2호차가 즉시 파괴됐고, 대원들은 뛰쳐나와 왔던 길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약 2㎞ 이동했을 즈음 한 차량이 오는 걸 발견했고, 총격으로 차를 탈취했다. 시시마린은 명령에 따라 차에 올라탔고, 운전하는 방법을 몰라 다른 군인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전했다.

500m가량 운전한 뒤에야 자신들의 총격으로 앞 타이어가 망가진 것을 확인했고, 왼쪽으로 돌자마자 셸리포프를 발견해 사살했다.

시시마린은 "나에게 소리치던 군인은 '우린 위험에 처해 있으며, 다른 부대로 복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며 "짧게 총을 발사했다. (셸리포프를) 보지도 못했다"고 진술했다.

시시마린 부대는 다른 차를 탈취해 이동했고, 얼마 못 가 우크라이나인들의 총격을 받았다. 차에서 탈출한 이들은 부상 당한 중위를 남겨둔 채 인근 숲으로 도망갔다.

부대원 4명은 한 돼지 농장에 도착해 밤을 보내기로 했지만, 농장에서 보초를 서던 한 주민에 의해 발각되자 다시 숲으로 도피했다.

밤새 들판을 지나며 도주하던 이들은 마을에서 마주친 주민에게 다가가 항복했고, 이후 우크라이나군에 넘겨졌다. 부상 당한 중위는 사망했으며, 부대원 2명은 포로 교환 대상에 포함돼 러시아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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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우크라이나)=AP/뉴시스] 바딤 시시마린 러시아군 하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법정에서 대기하고 있다. 2022.05.24.


시시마린은 법정에서 셸리포프 살해 혐의를 인정했으며, 어떤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또 "진심으로 뉘우친다"며 "당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으며,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시시마린의 국선 변호인은 "살해할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며 "(형량이) 가장 무거운 혐의인 계획 살인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은 이번 재판을 러시아에 보여주는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전범 책임자를 모두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딕토바 총장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현재 전범 사건 1만3000건가량을 수사 중이며, 러시아군 48명에 대한 전범 재판이 추가로 열릴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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