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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 채무 상환 허용 조치 종료…100년만에 디폴트 가능성

등록 2022.05.25 09: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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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로 러 디폴트 가능성 높아져

러, 다음달 말 4억 달러 상당 상환 앞둬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등 비우호 국가에 천연가스를 팔 때 대금을 유로나 달러가 아닌 자국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밝히자 루블화 가치가 8% 이상 반등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을 비우호 국가 목록에 포함하면서 이들 국가에 채무를 지고 있는 러시아 기업과 시민, 지자체 등은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채무 이행을 해도 된다는 정부령도 발표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검수중인 루블화. 2022.03.25.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등 비우호 국가에 천연가스를 팔 때 대금을 유로나 달러가 아닌 자국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밝히자 루블화 가치가 8% 이상 반등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을 비우호 국가 목록에 포함하면서 이들 국가에 채무를 지고 있는 러시아 기업과 시민, 지자체 등은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채무 이행을 해도 된다는 정부령도 발표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검수중인 루블화. 2022.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미국이 러시아의 채무상환을 위해 자국 내 러시아 계좌의 동결을 일시 해제했던 조치를 25일로 종료한다.

일종의 면책특권이 끝나면서 앞으로 러시아는 달러화 채권 원금 및 이자 상환일이 다가오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5년만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동결했던 계좌를 일시 해제했던 조치를 종료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가 달러화 채권 원리금 및 이자 상환, 주식 배당금 지급 등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임시 조치를 통해 동결된 자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미국이 올해 러시아에 무더기 제재를 가했음에도 이 부분에 있어 면책특권을 적용한 것은 미국 은행과 투자자들이 기존 러시아 채권에 대한 대금을 처리하고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25억 달러 상당의 외화채권 상환을 계속 이어왔다. 이는 주로 면제 규정에 의존하고, 승인되지 않은 러시아 은행을 이용해 대금을 송금함으로써 이뤄졌다.

이 면제 제도가 시행되지 않으면 미국에 기반을 둔 금융 중개인들이 채권 대금을 대신 처리할 수 없게 되고, 이는 러시아가 빚을 진 자금을 투자자들의 계좌로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디폴트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JP모건체이스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다음달 23일 달러화 채권 중 일부에 대해 약 2억3500만 달러의 상환을 앞두고 있다. 다음달인 6월24일까지는 1억5900만 달러의 추가 상환을 앞두고 있다.

이를 갚지 못할 경우 6월23일부터 30일간 유예기간을 갖고, 6월24일부터 15일간 유예기간을 갖게 된다. 이는 이르면 오는 7월9일부터 채권단이 계좌로 돈을 받지 못하면 러시아 정부의 디폴트가 선언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그들의 자금을 받기 위해 법적 구제책을 찾을 것이고 이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이 상황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한 강연에서 "우리는 어떤 디폴트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다. 돈이 있다. 서방 인프라(기반 시설)가 폐쇄된다면 루블화로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외채 규모는 400억 달러 상당으로 알려졌다. 이중 외국 채권자의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러시아는 64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제재로 동결됐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의 디폴트와 관련된 비용이 국가 경제 규모의 2~3%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의 기한 연장이 없다면 러시아가 결국에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몰리는 게 필연적"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라이언 오툴 전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국장은 "이번 조치의 의도는 본질적으로 디폴트 시나리오를 강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스티븐 카민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국제금융부장은 "투자자들이 디폴트 가능성을 예상해 러시아 채권 가격이 이미 크게 하락했다. 그리고 서방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러시아 부채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러시아의 채권은 현재 달러당 10~20센트로 거래되고 있는데, 지난 2월 말 이후 거래된 수준이다.

카민은 "저는 이런 관점에서 (러시아에 대한 면책특권 종료가) 체계적인 위협을 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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