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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승인 위해 직접 뛴다

등록 2022.05.25 15:05:10수정 2022.05.25 1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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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심사 지지부진…무산설·아시아나 독자생존설 잇따라

대한항공, 자문사 선임 등 절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

조원태 회장, 우기홍 사장 등 경영진 미국 찾아 설득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 통과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양대 항공사의 합병을 위한 선행 조건인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14일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미국, 유럽연합(EU) 등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지난 2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은 났지만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과 임의신고국인 영국, 호주의 결합심사가 남아있다.

해외 경쟁 당국은 기업 결합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해외 경쟁당국 중 한 곳이라도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통합항공사는 물 건너 간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미국 경쟁당국에 두 회사의 합병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해 미국 경쟁당국이 심의 기준을 상향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또 EU의 경우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캐나다 1위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셋 항공사 간 합병에 독과점 이유로 추가 시정 조치를 요구해 결국 무산됐다. 스페인 1위 항공사 IAG와 3위 에어유로파 합병도 승인하지 않았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독자생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경쟁당국에서 독과점 우려가 큰 가운데 아시아나의 독자 생존 능력이 입증된다면 기업결합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이후 화물사업 호조로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1466억원, 영업이익 1769억원으로, 1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형과 달리 부채비율은 2020년 1343%, 2021년 2282%를 기록하며 1년 만에 938.5% 포인트가 높아졌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 또한 2217%를 기록했다. 회사채 발행, 금융회사 차입 등을 통해 메우다 보니 부채비율 상승을 막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고유가, 고환율 현상도 이어지고 있어 부채 비율을 줄여나가기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합병이 지연될수록 아시아나항공의 재정 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 인수와 관련해 부정적 여론이 잇따랐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기업결합심사 통과를 위해 국내·외 항공사들의 신규 진입까지 설득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조속한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 맞춤형 전략을 안정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 경영진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기업 결합심사와 관련된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달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국내 기업 환경 세미나 2022'에 참석해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기 전까지 연 평균 여객 290만명을 미국으로 수송한 실적이 있다"며 "현재 (미국의) 직간접 고용은 대한항공이 맡고 있다”고 했다.
조원태 회장,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승인 위해 직접 뛴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서 미국 경제에 대한 공헌도를 키울 것"이라며 "현재 대한항공의 인수합병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이후 미국의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미 법무부가 이번 심사를 '간편'으로 분류하자 경쟁 제한 이슈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이트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스타얼라이언스' 항공동맹을 맺고 있다. 이번 M&A로 스타얼라이언스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에서 빠지면 미주 노선과 중국·동남아시아 경유 노선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델타항공과 ‘스카이팀’ 항공동맹에 속한다. 미국 법무부는 심사 수준을 '심화'로 격상했고,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독과점을 해소할 구체적 방안을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이에 조 회장 등 경영진이 직접 해결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측은 "미국은 피심사인 자료 제출을 통한 승인, 시정조치 계획 제출을 통한 승인 등 두 가지 절차 중 하나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3월 최초 신고서 제출 후 시정조치를 마련해 대응하려고 했지만 미국 경쟁당국의 최근 강화된 기조를 감안해 자료 제출과 신규 항공사 제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조속한 승인 획득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현재 양 방향으로 심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지난해 1월 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보충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심사에 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신고를 철회했다가 재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심사 시한 종료에 따라 결합신고 철회 후 재신고 하는 것은 중국 당국의 심의 절차상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영국, 호주도 지속적으로 사전 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U의 경우 지난해 1월 EU 경쟁당국(EC)과 기업결합의 배경·취지 등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했다. 현재는 정식 신고서 제출 전 전체적인 심사기간 단축을 위해 경쟁당국이 요청하는 자료 제출 및 시정 조치안에 대한 사전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사전 협의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진행현황을 총괄할 글로벌 로펌 3개사 ▲각국 개별국가 심사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한 로컬 로펌 8개사 ▲객관성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한 경제분석업체 3개사 ▲협상전략 수립 및 정무적 접근을 위한 국가별 전문 자문사 2개사와 계약해 각국의 경쟁당국 요구에 적극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월까지 기업결합심사 관련 자문사 선입비용에 약 350억원을 지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M&A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 기조라는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조금 더디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며 "혼신의 힘을 다 해 각국 경쟁당국의 요청에 적극 협조해 승인을 이끌어내는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통합을 굳건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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