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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레코드 가게의 운명을 결정한다"…2막 여는 김밥레코즈

등록 2022.06.24 18:54:58수정 2022.06.26 14: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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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혁 대표 인터뷰…음반 가치 알려준 올해 9주년된 매장

'음악계 성지' 홍대 앞 터줏대감…공간 넓혀 25일 재오픈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LP레코드샵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김밥레코즈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6.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LP레코드샵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김밥레코즈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6.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013년 8월15일, 음반매장계에 '독립 선언'이 이뤄졌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쪽에 소규모 음반 판매점 '김밥 레코즈(GIMBAB RECORDS)'가 문을 열었다.

지나치기 쉬운 골목 중간에 자리하고 있지만, 마스코트인 귀여운 고양이 '김밥'(스노우캣이 디자인했다)이가 그려진 작은 간판과 주인장의 음반 편집 안목이 맞물려 음악 마니아들을 주술처럼 인도하는 곳. 3~4명이 들어서면 꽉 차는, 서울에서 가장 작은 음반 매장이지만 사람들은 그곳에서 광활한 '음악세계'를 경험해왔다.

오프라인 음반 매장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바이닐(LP) 같은 음반의 가치를 알려준 곳이다. '김창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의 일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 싱어송라이터 이랑·김사월·안다영 같은 유명 뮤지션들도 이곳 단골이다.

매장 개점 9주년을 앞두고 이곳이 2막을 연다. 지난 19일까지 원래 위치에서 운영됐다. 오는 25일부터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인근 3층에 새로 둥지를 튼다. 원래 위치에서 도보로 3~4분가량 거리에 있다. 여전히 음악계 성지로 통하는 홍대 앞 터줏대감으로서, 존재감을 이어가게 됐다.

이전 준비가 한창인 지난 20일 원래 위치에서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를 만났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음반사를 다닌 그는 소니뮤직 마케팅본부장으로 유명했다. 음악과 음악 업계에 빠삭해 수많은 음악 관계자들이 그를 찾았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LP레코드샵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김밥레코즈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6.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LP레코드샵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김밥레코즈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6.23. [email protected]

김밥레코즈는 김 대표가 2012년부터 운영해온 레이블 이름이기도 하다. 해외 음반을 수입 또는 국내 라이선스 발매하거나 공연 기획을 하는 곳. 이 레이블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올해 '그래미 후보'였던 한국계 미국인 음악가 미셸 자우너의 솔로 프로젝트로 출발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등이 이곳을 통해 내한공연했다.

김 대표는 2011년부터 국내에서 바이닐(LP) 등 음반을 재발견해온 대표적 행사 '서울 레코드 페어'도 주축으로 이끌고 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음반가게 시작은 일종의 부업이었는데, 이곳이 홍대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가 됐다. 이날부터 휴점을 한다는 공지를 온오프라인에 일찌감치 했음에도, 인터뷰를 하는 1시간 남짓 동안에만 각각 원하는 음반을 찾는 4팀이 이곳을 찾았다.

-김밥레코즈 음반 매장이 문을 연지 내년이면 벌써 10주년입니다.

"처음엔 매장을 운영할 생각이 없었어요. '서울레코드페어'는 이미 시작해서 해야 했지만, 음반 관련 일은 질린 감이 있어 가급적 쉬자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해외 아시는 분이 음반을 국내에 내려고 하는데 '낼 곳이 없다'며 연락이 와서 그럼 '내가 낼게'라고 했죠. 사업자가 필요하니까, 제가 키우던 고양이 '김밥' 이름을 따서 레이블을 시작했어요. 음반도 내고, 조금만 공연도 기획을 했지만 매장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이 필요했어요. 중개인 분이 이곳 1층을 한번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되게 작았는데 사무실이지만 좋아하는 음반들을 진열해놓으면, 누군가 한번이라도 물어봐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그렇게 우연치 않게 매장 운영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진열대로 쓰고 있지만 이건 원래 책상이었고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LP레코드샵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김밥레코즈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6.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LP레코드샵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김밥레코즈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6.23. [email protected]

-처음부터 운영이 잘 됐나요?

이 골목이 저희 가게 오픈할 때만 해도 유동인구가 없었어요. 이른바 '연트럴 파크'가 생기고 유동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죠. 처음부터 매장엔 음반을 빼곡하게 채울 생각도 없었어요. '우리가 딱 추천하는 음반만 갖다 놓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갈 만한 곳이 별로 없다 보니, 이곳에 와서 필요로 하는 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 생각보다 음반이 훨씬 많아졌어요. 제 텃밭처럼 생각하고 시작한 곳인데, 생각보다 일이 커진 거죠. 근데 음반 매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전에도 업계에 대해 고민해왔지만, 손님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하니까 기존에 생각 못한 부분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음반업계에 대한) 아쉬운 점도 발견하게 됐죠. 이런 조그만 매장이 음반 업계 전체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마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아쉬운 점이란 어떤 부분인가요?

"음반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생각보다 수요가 다양해요. 그걸 심지어 디지털로 들을 수 있는데 물리적 음반으로 사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회사에 다닐 땐 실제 손님들을 접하기 힘들었으니까 몰랐죠.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나이가 많으신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원하는 음반을 이야기하는데 너무 다양해요. (거짓말처럼 이 부분을 이야기할 때 지역에서 올라오셨다는 노인 분이 인터뷰 중인 매장 안에 들어와 '7080 흘러간 노래'를 안 파냐고 물어보셨다. 김 대표는 골목길까지 나가서 친절하게 그 노인 분이 원하는 음반을 살 수 있는 곳 위치를 알려줬다.) 거짓말처럼 이런 케이스가 생겼는데,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서울에 오면 (원하는 음반을 살 수 있는 게) 해결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그걸 다 구비를 해서 팔 수 없거든요. 그래서 온라인 매장도 필요했고, 힘이 닿는 한 필요로 하는 걸 구해주는 사이트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김밥레코즈 온라인 사이트도 만들고, 원하시는 걸 주문하면 해외에서 배송을 해주는 온디맨드(On-Demand) 역을 하는 '김밥레코즈2'라는 사이트도 만든 거예요. 단지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라, 그런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사실 음반 매장은 아무리 장사가 잘 돼도 재고(在庫)가 남으면 영업이 어려워요. 책 같은 경우만 해도 도서정가제와 부가세(부가가치세) 면제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는데, 음반에는 그런 게 없으니 아쉽죠. LP 리셀러 같은 문제도 공급과 수요가 맞으면 해결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관련 이야기도 제가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고 '서울 레코드 페어'를 하고 있지 않았으면 개인 의견으로 끝이 났을 거예요. 관계자로서 그런 이야기를 제작사나 음악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내 관련 부서에 전달이 가능하니 그런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대단한 일을 하거나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업계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그간의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됐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전 앞둔 서울 마포구 연남동 LP레코드샵 '김밥레코즈' 매장. 2022.06.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전 앞둔 서울 마포구 연남동 LP레코드샵 '김밥레코즈' 매장. 2022.06.23. [email protected]

-매장을 옮기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기존 매장에 세 분, 네 분이 들어오시는 건 괜찮은데 그 이상 들어오시면 불편했어요. 추천하는 음반 관련 디스플레이도 친철하지 않죠. 매장이 크지도 않는데 뒤져야 하는 느낌이라…. 매장 운영의 아쉬운 점을 해결하려면 자본·공간과 여력이 필요한데, 사실 그게 너무 없었어요. 그렇다고 저희가 이번에 복권이 당첨돼 힘이 생긴 건 아니에요. 돈이나 공간이 여유가 생겼다기 보다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코로나19 기간 온라인 매장 매출이 늘어나면서 수익이 좀 생겼어요. 결정적인 건 지난 2년간 공연을 못했잖아요. 공연이 저희 대표적인 '적자 비즈니스'였어요. 못하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 회사에 여력이 조금 생긴 거죠. 이걸 가지고 당장은 부족하더라도, 옮길 수는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9년 동안 작은 매장에서 충분히 버텼죠. '여기까지 찾아오셨는데, 덜 불편하게 해드리자. 최소한 쪼그리고 앉는 경우는 없애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울러 매장이 작다 보니까 손님들뿐 아니라 스태프도 불편했어요. 이 두가지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공간을 찾는 게 좋겠더라고요. 지금보다 나아질 겁니다."

-옮기신 장소를 정한 이유가 있나요?

"최근 5, 6년 동안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월세가 많이 올랐어요. 저희 역시 중간에 문을 닫을 뻔한 적이 있었죠. 저희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작아서'였어요. 아마 두 배 정도 넓어서, 월세를 두배 이상 줘야 했다면 아마 2~3년 전에 문을 닫아야 했을 거예요. '작은 비즈니스'니까 9년간 운영이 가능했죠. 그래서 매장을 넓히는 것도 그렇고, 한번에 한명이 아닌 두 명이 근무하는 것도 저희에겐 모험이에요. 하지만 '시도를 해도 될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이 상태로 있어서 여전히 불편해지면 손님이 줄어들 수 있겠죠. 그걸로 인해 더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까요. '구멍 가게'로 끝내지 말고 범위를 확장해보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 공간이 6~7평가량인데, 옮기는 곳은 20평이에요. 2.5배 이상 커진 거죠. 서울에서, 아니 세계를 봐도 제일 작은 매장이었을 테니 어디를 가든 넓어질 수밖에 없어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LP레코드샵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김밥레코즈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6.2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LP레코드샵 '김밥레코즈' 김영혁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김밥레코즈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6.23. [email protected]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홍대 대표 명소이기도 합니다.

"외국 분들이 많이 찾는 홍대에 있고 지하철역에서 가깝기도 해서죠.  해외 매체에서 다룬 적이 있기도 하고요. 공항 철도가 연결돼 있어서이기도 해요. 그런데 재밌는 지점은 해외에서 못 구하는 한국 음반, 즉 신중현의 음악이나 신중현이 프로듀싱한 음악을 많이 찾아요. 1970년대 한국 사이키델릭, 한국 포크, 한국 옛날 재즈나 펑크 또는 솔(Solu) 음반을 찾으시죠. 최근 그런 것들이 재발매돼 다행이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분들은 잘 안 사는데, 외국 분들이 잘 사서 균형을 맞췄어요. 더 재밌는 건 다양한 지역의 분들이 오신다는 거예요. 북유럽, 그리고 미국에서 오시는 분들도 큰 도시가 아닌 조그만한 도시에서 오는 분들이 많아요. 로컬 음악을 추천하시는 분들도 많고, 음악일을 하시는 분이 자기가 제작한 음반을 팔고 싶다거나 트레이드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하시죠. 뮤지션분들도 찾아오시고요. 그렇게 만나는 재미가 커요. 예전부터 음악을 많이 들어왔지만 추천해서 새롭게 알게 된 음악도 많거든요. 외국인 분들 중엔 진짜 제가 잘 몰랐던 음악을 추천해 주시는데 그게 쌓이고 쌓여 우리의 자산이 되는 거죠. '손님들이 레코드 가게의 운명을 결정해주는 것'이 분명 있어요.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와서 좋은 에너지를 주시는 거죠. 저희가 추천해도 관심이 없거나 안 찾아주시면 문을 닫아야 하잖아요."

-음악업에 지쳐 있을 때 '배운 게 도둑질'이라 이 일을 다시 하시게 됐다고 하셨는데, 이 일을 하시면서 지친 적은 없나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일이죠. 특히 '음악 비즈니스'는 수익을 얻는 게 힘들어요. 비주류 음악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주류 음악을 해도 그렇죠. '방탄소년단'(BTS) 같은 성공 사례가 얼마나 되겠어요. 인디라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도 하고요. 미디어도 많이 생기고 홍보 수단도 새로운 방식이 생기지만 저희 같은 옛날 방식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뮤지션들에게 저희 같은 루트도 있어야 하거든요. 무엇보다 음반을 파는 비즈니스인데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운들을 손님들로부터 받아서, 힘든 가운데도 기운을 얻어요. 사명감이라는 말은 이상한데, 그런 비슷한 생각까지 듭니다. '저희가 힘들어도 할 수 있는데까지는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 그렇게 좋은 에너지를 받아서 열심히 하다보면 잠깐이라도 좋은 결과가 생기고,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니까…. 그런 걸 보면서 계속 하게 되는 거죠. 제가 한 분야만 열심히 하는 성격이 아닌데(김 대표는 과거 카페 창업도 했다)도 말이에요."

-김밥이는 잘 있나요?

"2010년생인데, 집에서 잘 크고 있어요. 이제 중년도 아닌 장년이죠. 아직은 활력이 있는데 가끔 기운이 없으면 걱정이 되기도 해요. 매장이 계속 잘 됐으면 좋겠지만, 김밥이도 계속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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