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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거세지는 프랑스 극우세력…총선 대승으로 큰 발판 마련

등록 2022.06.27 11: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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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석 확보, 국회부의장·금융위원장 배정 요구

교섭단체 구성·법률 위헌심사 청구 등 "큰 물결"

당선자들 대부분 지방의회 등 경험한 새 인물들

[파리=AP/뉴시스]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 펜 대표가 지난주 총선에서 당선한 89명의 소속 의원들과 프랑스 국민의회 청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2022.6.22.

[파리=AP/뉴시스]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 펜 대표가 지난주 총선에서 당선한 89명의 소속 의원들과 프랑스 국민의회 청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2022.6.2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017년 총선에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은 하원인 국민의회에 8명밖에 당선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주 총선 결과 89명이 당선했다. 이는 국민연합 출범 이래 가장 많은 수다.

장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지난 22일 새로 당선된 의원들을 이끌고 의회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리가 많은 일을 해낼 것이다. 진지하고 유능하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국민연합 내부에서도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르펜 대표의 친척 겸 특별고문인 필리페 올리비에는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 577석의 의석 중 89석은 "큰 물결"이라고 묘사했다.

국민연합은 제 2정당으로 부상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연립 정부 소속 정당들은 과반수를 잃었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과 타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에게 새 정부 구성을 맡겼다. 그는 새 연립정부에는 극좌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당과 국민연합을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합의 의석수는 법안을 독자 추진할 정도가 되지 못하며 다른 정당과 제휴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선거결과에 따라 국민들의 헌금액수가 늘어나면서 정당 부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돼 하원의 협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또 불신임 표결을 발의할 수 있으며 헌법위원회에 법률 위헌심사 청구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밖에 특별 조사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고 의회 요직에 진출할 수 있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권을 행사하고 법률 제정을 지연시킬 수 있게 됐다.

르펜 대표는 관례에 따라 국민의회 부의장과 국가예산을 감독하는 강력한 금융위원장 자리 등 야당에 배정된 자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극우 세력이 의회에 교두보를 확보함에 따라 프랑스 정계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돼 다음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보연구단체의 전문가인 장-이브 카뮈는 "마린 르 펜이 이번 기회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여전히 국민연합의 능력에 대해 회의적이라면서 르 펜이 자기 당이 제도권 안에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비에 고문은 국민연합이 에너지와 필수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하, 이민자수 대폭 감축, 경찰 인력 확충 등 주요 관심사항에 대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국민연합이 "문제아"가 아니라 "건설적 야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크롱이 원전 법안을 제안하면 지지할 것"이라면서 "올바른 방향의 법안이라면 깊이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르 펜 대표는 2017년 총선 참패 뒤 당의 이미지를 개선해 유권자 지지를 늘리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특히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한 극우 의원들은 대부분 이런 변화 추진 와중에 입문한 사람들로 지방 의회나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민연합 간부들의 반유대주의나 인종혐오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르 펜 대표는 또 유권자 주류의 외면을 받은 유로존 이탈 등의 주장을 접었다. 그 결과 지난 4월 대선에서 2017년 선거 때보다 지지율이 8% 올라 41.5%를 득표했다.

지난주 2차 투표가 있었던 선거구의 절반에서 르 펜 대표의 국민연합이 마크롱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당 연합 후보들에게 승리했다.

국민연합의 이번 총선 승리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카뮈 연구원은 르 펜 대표가 "기존 관행을 깨면서도 완전히 정상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미묘한 줄타기를 해야한다면서 "유권자들은 국민연합이 기성세력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지했으나" 지금은 기성 세력의 핵심으로 진출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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