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천태만상' 보험사기…홀인원보험 어떻게 속였나

등록 2022.06.29 07:00:00수정 2022.06.29 07:12:4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홀인원보험, '홀인원 턱' 등 비용까지 보장

카드 긁고 취소 후 영수증은 보험사 제출

[서울=뉴시스]비콘힐스 골프클럽 전경(사진=뉴시스 DB)2022.06.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비콘힐스 골프클럽 전경(사진=뉴시스 DB)2022.06.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지난 2017년 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A씨는 홀인원 보험금을 거짓으로 타냈다. 보험사는 현재 홀인원보험 가입자가 홀인원증명서와 함께 '홀인원 턱'을 낸 비용 등 사용한 카드 영수증을 제출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A씨는 홀인원을 한 후 240만원어치를 카드로 긁은 후 카드매출전표만 챙겨 보험사에 제출하고 해당 거래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수령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에 가담한 보험설계사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지난 23일 보험사·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들에게 '등록취소' 또는 '업무정지 180일' 제재를 부과했다.

골프에서 홀인원(hole in one)은 한 번의 타수로 홀에 공을 넣는 것을 뜻한다. 골프 경기에서 홀인원은 매우 드문 일인 만큼 통상 홀인원을 하면 한턱을 내는 경우가 많다. 함께 골프를 친 사람들은 상패 등 기념품을 만들어 축하해 주고, 홀인원을 한 사람은 기념 골프공을 만들어 돌리기도 한다. 다음 골프 경기에 일행을 다시 초대하는 것도 일종의 관례다. 골프장에 기념 식수를 심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홀인원에 수반되는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하다 보니 보험업계에선 이를 보장해주는 상품을 내놨다. 일반적으로 홀인원보험은 홀인원 이후 축하 만찬 비용, 축하 라운딩 비용, 축하 기념품 구입 비용, 골프장 기념식수 비용, 동반 캐디에 대한 추가 지출 등을 보장한다.

과거 주로 장기보험 상품의 특약 형태로 판매됐는데, 최근에는 단기형 단독 상품으로도 출시됐다. 보험료는 연 3~7만원 수준인데, 최근 출시된 일회성 단기보험은 보험료가 1000원인 상품도 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보험료로 수백만원 수준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가성비'가 좋고, 보험사는 해당 상품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한 후 다른 상품으로 연계하기 좋아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

다만 출시 초부터 최근까지도 보험사기가 빈번히 발생했다. A씨가 보험금을 수령했던 2017년도 해당 보험사기가 횡행하던 시기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5월 '홀인원보험 보험사기 혐의자' 140명을 적발해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금감원은 주요 보험사기 방식으로 ▲보험설계사와 공모해 라운딩 동반자끼리 홀인원 보험금 편취 ▲허위 영수증을 홀인원 소요비용 증빙자료로 제출 ▲보험계약 해지와 재가입을 반복하며 홀인원 보험금 수령 ▲홀인원 특약이 있는 보험에 다수, 중복 가입해 보험금 집중 수령 등을 꼽았다.

초기에는 일부 캐디 등 골프장 관계자가 고객과 짬짜미해 없는 홀인원을 만들어 냈다면, 이와 관련한 보험사의 단속이 강화되자 가짜 영수증을 만드는 방식이 주로 유행했다. 

다만 금감원에서 이와 관련해 계속해 철퇴를 가한 후 최근에는 관련 보험사기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과거 홀인원보험의 보험사기 유발가능성이 너무 크다며 판매중단까지 검토했지만, 손보사들의 반대로 보장한도를 최대 1000만원에서 수백만원으로 줄이는 등 상품구조를 손질해 상품 판매가 이어졌다. 현재는 중복 수령을 포함해 최대 500만원까지만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보험금 지급이 강화됐다. CCTV로 실제 홀인원 여부를 확인하고, 정규홀만 홀인원이 인정돼 홀 구멍이 큰 곳 등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다. 최근에서야 단독보험으로 나와 손해율 측정이 어렵지만, 현재는 손해율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기에 가담하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의해 일반 사기죄보다 더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8조에 따르면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김형주 변호사(법무법인 평안)는 "보험사기를 일반사기와 똑같이 처벌하다 보니 보험사기가 만연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 이 법이 제정됐다. 형법상 사기죄는 벌금이 2000만원 이하다. 일반 사기보다 벌금도 더 세고 가중처벌 조항도 있는 등 처벌이 더 무겁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이전보다 더 원할하게 해 보험사기 적발이 수월해졌다. 특히 수사기관은 보험사기행위 수사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계약자 등에 대한 입원적정성 심사를 의뢰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