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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전 러에 수천명 학살당한 중 헤이허 주민들 미에 적대감

등록 2022.07.01 12:44:15수정 2022.07.01 14: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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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애완견 이름 "트럼프"로 짓고 수시로 야단쳐
"미국 추종 지도자 때문 우크라 총알받이 됐다"
"러시아 무너지면 다음은 중국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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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자료사진]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헤이허에서 2015년 6월29일 중러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기공식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군의 만행에 치를 떨던 중국 동북부 헤이허의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면서 러시아에 우호적이 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블라고베슈첸스크 맞은 편 중국 도시인 헤이어의 주민 왕수전(67)은 이곳에서 몇 십년을 살았지만 한번도 강을 건널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1980년대 양국간 교류가 재개되기 전 중러 양국이 이곳에서 치열하게 대치하면서 겪은 끔찍한 일들을 잊지 못한다. 그는 손자들에게 100년도 전에 러시아인들이 이곳에서 중국인들을 학살한 일을 잊어선 안된다고 가르친다.

그런 그가 미국의 전세계 장악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아닌 러시아 편에 섰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러시아를 지지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당한다"고 했다.

왕의 주변 사람들도 생각이 비슷하다. 전세계적으로 이데올로기 대립이 선명해지고 있다. 미국의 정치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갈수록 중국, 러시아와의 경쟁의 관점으로 세계를 본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의 대리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단합해 "자유"세계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것에 대해 중국인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문전에서 서방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중국정부도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부추기면서 주민들이 해외의 적에 분개하도록 만들어 국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도록 유도한다.

헤이허의 경우 많은 주민들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생각이 중국 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정부의 선전이 어디까지 먹힌 건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경우 처벌당하는 일이 종종 있는 탓인지 헤이허의 일부 주민들은 말을 아끼기도 한다. 78살의 치쉬데는 "시골 사람들이 무슨 생각이 있겠나. 전쟁이 나면 보통 사람들만 다치는 거지"라고 했다.

그러나 왕은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 애완견 토이 푸들의 이름을 "트럼프"라고 지어서 "안돼. 물어뜯지마"라고 야단친다.

그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불쌍하다면서 러시아를 섬기지 않는 지도자들 때문이라고 했다. "아랫 사람은 아랫사람답게 굴어야지. 서로 도와야 한다. 쓰레기같은 미국을 따라다니니까 그렇지"라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오래도록 좋지 않았다. 마오쩌둥과 소련 시절인 1950년대초부터 관계가 악화해 1960년대 북동부 지역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새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에 맞서면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협력이 "끝이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양국은 공식 동맹이 아니며 양국관계가 정략결혼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난달 10일 헤이허에서 블라고베슈첸스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다리가 개통했다. 시주석은 지난 15일 푸틴과 통화하면서 1280m 길이의 이 다리를 양국 협력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정의 징표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다리가 완공된 것은 2019년 11월이지만 중국측이 팬데믹 봉쇄와 통과료 미정을 이유로 개통을 미뤘다. 하루 600대의 트럭이 다닐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하루 1대 정도만 다닐 정도다.

중국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위반해 2차제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한다. 또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할 생각도 전혀 없다. 러시아 관광객의 헤이허 방문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양국 주민들은 아무르 강위의 보트 위에서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만 할 뿐이다.

중국의 러시아 석유 및 기타 상품 수입이 급증했지만 중국의 수출은 전혀 늘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의 지원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심하는데도 미 상무부가 중국 기업 5곳을 러시아군 및 방위산업체 지원 혐의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아무르강에서 낚시를 하던 헤이허의 한 주민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휘발유값이 오른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뉴스를 들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수는 없다. 미국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다른 주민 리홍쟈오(57)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총알받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같은 운명이기에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무너지면 다음은 중국"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지원요청도 거부하지만 서방의 러시아 비난 요구도 거부했다. 일부 중국인들이 러시아를 비난했지만 중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상대 전쟁범죄 소식을 통제한다.

헤이허의 경우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을 직접 당한 경험이 있다. 1900년 중러간 국경충돌 당시 러시아 코사크부대가 중국 주민들을 강으로 밀어부쳐 빠트렸고 수천명이 숨졌다. 헤이허 주민들은 당시 사건을 지금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발생한 사건인데도 그렇다. 리우는 "강물이 온통 피로 물들었다"고 했다.

헤이허 외곽의 아이후이 역사 박물관에는 블라고베슈첸스크에서 벌어진 중국인 학살 사건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고 청왕조시대인 1858년 강건너 중국 땅을 러시아에 빼앗긴 것과 같은 다른 굴욕 사건들도 전시하고 있다.

왕은 손자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두번 갔었다고 했다. "손자들에게 "나라의 치욕을 잊어선 안된다"고 가르친다"고 했다. "힘이 약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알아야 한다. 러시아 부대가 철조망을 잘라내고 농부들을 강으로 밀어넣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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