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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서명'만 있으면 끝?…끊이지 않는 사망보험 사기

등록 2022.07.05 06:00:00수정 2022.07.05 07: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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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서명 없는 사기 수법 문제되자 금융당국 감독강화

보험, 타 상품과 달리 계약자-피보험자 다른 경우 존재

이 경우 불완전판매 소지 더 커져…더 철저한 관리 필요

[인천=뉴시스] 이영환 기자 =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2.04.19. 20hwan@newsis.com

[인천=뉴시스] 이영환 기자 =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2.04.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 북면 도대리 용소폭포에서 이은해(당시 27세)씨는 지인들과 남편 윤모(당시 39세)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고 사고사로 위장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윤씨 사망 시 이씨가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은 8억원대였다.

#2014년 8월 남편 이모(당시 44세)씨는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일부러 들이받아 동승한 만삭 아내(당시 24세)를 죽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스무살이나 어린 캄보디아 출신 아내가 임신 7개월 상태에서 남편이 낸 사고로 숨진 참혹한 사건인데, 남편 앞으로 95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보험금이 걸려 있어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수년 간의 재판 끝에 그의 살인혐의는 결국 무죄로 확정났다. 보험금을 둘러싼 민사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관리·감독 강화와 지난해 금융소비자법 시행으로 보험사기는 최근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사망보험사기(의혹) 사건은 여전히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들 사건의 경우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계약자와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다른 경우가 잦아, 이에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망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사망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상품으로는 전통적으로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죽을 때까지 보장하는 '종신보험'과 특정 나이까지 보장하는 '정기보험'이 가장 대표적이다.

사망보험, 특히 종신보험은 설계사들에게 돌아오는 보험료와 타 보험에 비해 많고 보험기간도 긴 만큼 이들에게 수당이 많이 돌아와, 효자상품으로 통한다. 과거에는 일부 설계사들이 종신보험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 계약자에게 피보험자의 서명을 거짓으로 받거나 본인이 거짓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보험에 가입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보험사기의 주 원인으로 주목되자, 금융당국은 피보험자의 자필서명 여부 확인을 강화하고 이를 어길 시 설계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불일치한 계약에 대한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해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불완전판매 규정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불완전판매'란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금융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등을 의미한다. 보험에서 불완전판매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가입자들이 그 상품의 구조와 위험성 등을 제대로 모르고 가입한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방송인 박수홍씨는 지난주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망 담보가 고액으로 설정된 보험이 한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였다. 형은 연금보험, 저축성보험이라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박수홍의 주장에 따르면 그의 형 박모씨는 박수홍씨를 피보험자로 10억원 보험금 규모로 여러 보험을 가입시켰다. 이 중 4건은 박수홍이 계약자가 박수홍의 전 소속사인 법인명으로 가입돼 박수홍씨는 약관상 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자인 가족이 피보험자를 대동해 함께 계약을 함께 된다. 이 경우 피보험자는 계약의 주체인 계약자를 믿고 따를 뿐, 수십 분에서 1시간 가까이 되는 설계사의 약관설명을 경청하고 온전히 이해하는 이는 드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자필 서명이 있고 이미 충분한 납입내역이 있는 상황이라면, 박수홍씨가 불완전판매를 증명해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살인 의혹 사건도 1심 법원이 일부 보험사는 아내가 '서툴은 한국어'로 보험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인정했지만, 일부 또 다른 판결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사망보험은 실손보험과 달리 '중복가입'과 중복보장이 가능한데, 실질적으로 이를 막을 명목이 없다.

다만 가입자들이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설계사는 고객 동의 하에 타사의 보험가입 정보 조회를 통해 해당 가입자가 어떤 상품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보험 인수(심사) 과정에서 소득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면 보험을 악용할 의도가 있는지 사전에 알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경제력에 비해 과한 보험료를 내는 상품에 가입한다면 인수 시 보험사(설계사)가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득자료 등을 증빙해 계약 심사할 때 반영하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계약 인수 과정에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 경향이 강해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사들이 소득을 보험요율 변수에 넣지 않는 만큼,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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