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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시민 "글 쓰는 일은 생계 수단...벌금 내려면 돈 벌어야죠"

등록 2022.07.05 11:27:36수정 2022.07.05 11: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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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지난해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 퇴임
3년 만에 '유럽 도시 기행' 2권 출간하고 작가로 귀환
"난 글 쓰면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멘토? 생각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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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시민(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작가가 4일 경기 파주시 돌베개 출판사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유 작가는 3년 만에 신작 '유럽도시기행 2'를 출간했다. 2022.07.0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5권까지 내면 제가 70살이 되는데 여행서라면 그때까지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유시민(61)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년 만에 여행기 시리즈 '유럽 도시 기행' 2권으로 돌아왔다. 제16대, 17대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낸 정치인으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최근 만난 유시민은 "외부 활동 없이 집 근처에서 작업에 몰두히고 있다"고 했다. 3년 만에 신간 출간이지만 그간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나의 한국현대사'의 개정판을 출간하며 꾸준히 집필하고 있었다고 했다.

"글 쓰는 일은 제 직업이에요. 국회의원, 장관 이런 건 뭐 길어야 5년, 짧으면 1년 반 했던 일이고 글 쓰는 일은 35년간 해온 일이거든요. 제 주된 생계 수단이고 생업이잖아요."

작가로 돌아왔다지만 여전히 정치권 이슈 인물이다. 지난달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시민에  1심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고했다. 검찰과 유시민은 판결에 불복해 쌍방 항소한 상태다.

"벌금을 내야 할지 모르고 손해배상도 해야 할지 모르는데 (책을 써서) 돈 열심히 벌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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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시민(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작가가 4일 경기 파주시 돌베개 출판사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유 작가는 3년 만에 신작 '유럽도시기행 2'를 출간했다. 2022.07.05. pak7130@newsis.com


◆60대 작가 된 유시민…왜 여행기인가

58세의 나이로 첫 여행서인 '유럽 도시 기행' 1권을 펴낸 그는 앞으로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며 노년을 보낼 계획이다. 지난 4월 시리즈 다음 권을 위해 이탈리아 사전 답사도 다녀오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춘의 독서',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로 큰 사랑을 받던 작가는 왜 여행서를 쓰게 됐을까?

유 작가에게 여행서는 집필을 위해 "고도의 집중력이나 창의력을 요구하지 않는 책"이다. 점차 총명함을 잃는 자신이 노년에도 쓸 수 있는 책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저는 저를 의심해요."

노화를 몸으로 체감하는 그는 그간 사회적인 논의를 포함한 책이 아닌 대중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서로 눈을 돌렸다. 독자에게 기대하는 평가는 "흠, 이 도시에 이런 게 있단 말이지. 나름 재미있군" 정도다.

"운전 중에 신호를 잘못 보는 일도 생기고 밥을 먹다가 물을 엎지르는 일도 더 잦아지고… 이제 운전할 때 더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세상에 대해 말할 때도 더 조심하고 나 자신을 의심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죠."

글을 쓰는 루틴도 나이가 들며 바뀌었다.

여느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에 작업실로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글을 쓰고 퇴근한다. 퇴근 이후와 주말에는 글을 붙잡지 않고 여가 생활을 즐긴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작업이 잘 될 때는 새벽까지도 일했다는 그는 이제는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집중하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져요. 그래서 주5일제에요. 주 120시간씩 일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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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시민(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작가가 4일 경기 파주시 돌베개 출판사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유 작가는 3년 만에 신작 '유럽도시기행 2'를 출간했다. 2022.07.05. pak7130@newsis.com


◆'콘텍스트(context)'로 읽는 여행서…3권은 바르셀로나·마드리드·리스본·포르투

"나는 도시의 건축·박물관·미술관·길·광장·공원을 '텍스트(text)'로 간주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콘텍스트(context)'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유럽 도시 기행 2' 중에서)

이번 책을 통해 유시민은 '콘텍스트'를 강조한다. 여행 과정에서 마주하는 도시의 풍경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한 도시의 역사를 서술하는 일도 잦다.

"도시의 건축물이나 공간, 광장 이런 것에는 다 발생사가 있어요.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었고 이름은 왜 그렇게 붙였고. 그런 배경 정보를 가지고 그 대상을 만나게 되면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면 대화가 더 잘 되는 그런 느낌과 비슷하죠."

처음 여행서를 쓰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사진도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인인 한경혜 씨가 여행에 함께 해 직접 찍었다. 수학 박사인 한 씨는 사진 아카데미에서 사진을 배워 여행서 집필에 함께 나섰다.
 
"대개 제가 쓴 책은 자료만 보고 쓰는 책이잖아요. 역사, 경제 뭐 이런 게 다 데이터나 문헌을 보고 쓰는 건데 (이 책은) 몸으로 가서 해야 하는 거고 비용도 많이 들어요. 답사도 갔다 와야 하고 취재도 해야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유럽 도시 기행'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여행지를 사전 답사로 다녀오고 집필을 위해 다시 한번 방문한다. 여행을 가면 하루에 10~14km씩 걸어야 하기 때문에 유 작가는 다음 여행을 위해 근력 운동도 하고 있다.

2년 안에 나올 3권에서는 이베리아반도의 바르셀로나·마드리드·리스본·포르투로 향한다.

◆"주 수입원은 늘 책이었다"…책 쓰는 일은 본업이자 생계

유시민과 책은 뗄레야 뗄 수 없다. 그가 진행하는 '알릴레오' 방송부터 그의 생계까지 모두 책으로 설명된다.

그는 "주 수입원은 늘 책이었다"며 "방송을 많이 할 때도 늘 책으로 살아왔다"고 전했다. "잘되면 대기업 과장 월급 정도 벌고 잘 안될 때는 그보다 못할 때도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이번 신간은 출간과 동시에 주요 출판사에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방송 출연이 적어진 그가 유일하게 이어가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도 책에 대한 애정을 갖고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으면 하고 싶었 하셨을 형태의 프로그램이에요. 시민들의 지적인 수준을 높이는 이런 것이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 제일 근본적인 거라고 늘 말씀하셨으니까요."

여행서 출간 이후에도 유시민은 책을 쓰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한다. 최근 주제를 정하고 쓰기 시작한 책 등 아직 출간해야 할 책이 남았다. 그는 나이가 더 들수록 "압축이나 지적인 밀도가 갈수록 낮은 책을 쓰게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저는 나이 들면 지혜로워진다는 말을 믿지 않아요. 나이 들면 어리석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제 밀도를 떨어뜨려도 괜찮은 장르의 글을 쓰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요."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고스트 라이터(유령작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여행서 이후에 뭘 쓸지 지금 구체적으로 상상은 안 되는데 고스트 라이터도 괜찮을 거 같아요. 총기는 흐려지겠지만 테크닉은 남으니까. 자서전은 노인이 많이 쓰는데 젊은 작가보다 같이 나이 먹는 고스트라이더가 쓰는 것도 괜찮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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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시민(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작가가 4일 경기 파주시 돌베개 출판사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유 작가는 3년 만에 신작 '유럽도시기행 2'를 출간했다. 2022.07.05. pak7130@newsis.com


◆개인적인 이야기는 이미 다 털어놨다…"나는 평범한 글 쓰는 사람"

"개인적인 이야기는 이미 다 해서 할 말이 남아있지 않아요. 제 인생에서 뭐 그렇게 특별히 얘기할 게 많이 있겠어요."

앞서 출간한 책들을 통해 유시민은 자신의 이야기는 다 털어놓았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은 더 이상 쓰지 않을 계획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썰전', '알쓸신잡' 등으로 대중에게 인기를 얻은 그는 방송 출연도 "섭외가 없기도 하며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알쓸신잡'은) 큰 부담 없이 다니면서 하는 거라 다음 시즌을 한다면 출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또 봐야죠. 방송도 또 블랙리스트 같은 게 생길지도 모르고 그러니까(웃음)"

방송 출연이 많았던 과거 젊은 층 사이에 있었던 인기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텔레비전에서 본 친숙함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그는 젊은 세대의 멘토가 되는 것도 단호히 거절했다.

"저는 멘토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저는 제 인생을 사는 사람이잖아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 멘토 역할을 하게 되면 무서워서 살겠어요. 그런 부담스러운 인간관계에 들어가기 싫어요."

유시민은 자신이 그저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저는 어디까지나 작가예요. 존경받을만한 어떤 업적을 이룬 것도 아니고 그냥 글 쓰는 사람으로 인정해주면 제일 좋아요. 그렇게 작가로 살다 쓸 게 없어지면 그만 써도 되겠죠. 그러면 그때 가서 노후 자금 비축하고 바닷가에 오두막 하나 얻어서 낚시나 다니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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