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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저승사자' 고승범…위기속 '방파제' 쌓고 떠난다

등록 2022.07.05 14:27:45수정 2022.07.05 14: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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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해 이임사를 하고 있다. 2022.07.0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마지막 공직이었던 금융위원장 자리에서 부채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른 느낌이다. 그 과정은 지극히 어렵고 힘든 고됨의 연속이었다."

'가계부채 저승사자'라 불리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5일 이임식을 끝으로 37년 5개월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 했다.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지난해 8월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비교적 짧은 재임기간이지만, 취임 당시 부여받은 책무였던 '가계부채 안정'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명예롭게 금융위를 떠나는 그의 모습은 '홀가분'해 보였다.

그가 '치열한 전쟁'이라고 표현했듯 가계부채 문제는 결코 풀어내기 쉽지 않은 난제였다. 고 위원장이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당면 현안의 핵심을 지적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숙명"이라고 말했듯, 제대로 대응을 하면 할 수록 국민들로부터 '미움'을 살 수 밖에 없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더군다나 고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8월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에서 풀었던 유동성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풀린 돈을 거둬들이자니 실물경기가 부진하고, 그렇다고 돈을 더 풀자니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가격만 오르는 금융불균형이 초래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자니 고 위원장의 눈앞엔 머지않아 돌진해올 '회색 코뿔소'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고 위원장이 "약 38년간의 공직 생활 동안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많은 금융위기를 겪었는데, 특히 지난 2년여 동안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며 그 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과 과도한 부채 문제와 씨름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럼에도 고 위원장은 재임기간 내내 중심을 잃지 않았다. '가계부채 저승사자'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필요시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하겠다"며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일관되게 고강도 규제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밑도 끝도 없이 몸집을 불리기만 했던 가계부채가 고 위원장의 취임 4개월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취임 직전인 지난해 7월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던 전년동월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현재 3%대까지 대폭 낮아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고 위원장이 '뚝심'을 잃지 않고 '금융안정'을 최우선하며 가계부채와 함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 온 덕분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리스크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국내·외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인상을 추진 중이어,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 위원장도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지난해 여름 당시의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가계부채 급증 차단 등을 통한 '금융안정 도모'임을 위원장으로 지명받았을 때부터 명확히 했다"며 "그리고 8월 말 취임 당시 많이 고민했다. '부채 관리'가 일반 국민들로부터 칭찬받기 어려운 인기 없는 정책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취임 당시를 되돌아 봤다.

이어 "하지만 당장의 불편함이 가중되더라도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했다"며 "취임사를 통해 이러한 생각을 천명한 이후, 금융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위험관리'를 금융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놓고 매진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의 '소신 행보'는 가계부채 뿐 아니라, 가상자산 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 9월24일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른 신고 유예기한 만료를 앞두고, 업계와 정치권 등에서 신고 기한을 연장하거나 기준을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고 위원장은 흔들림없이 '원칙'을 고수했다. 그 결과 시장의 큰 혼란 없이 거래소 등록을 마무리하는 등 가상자산 제도화의 첫 발을 내딛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한편 고 위원장이 이날 이임식을 진행하면서, 후임인 김주현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7일 신임 금융위원장에 내정됐으나, 국회의 '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아직까지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했으며, 송부 기한은 오는 8일까지다. 이 기한 내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할 수 있다.

단 일각에서는 여야가 전날 후반기 원 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한 만큼,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이 이번주 중 확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자 취임하기 전까지 금융위는 김소영 부위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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