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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여배우 7명, 뮤지컬 '다시, 봄'에 인생 녹였다

등록 2022.09.28 18: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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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서울시뮤지컬단, 중년 여성들의 고민과 꿈 담은 공연
배우 인터뷰 기반 '디바이징 시어터' 방식으로 창작돼
내달 7~10일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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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다시, 봄' 시연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왕은숙·권명현·오성림·임승연·박정아·박선옥·이신미….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뮤지컬단의 50대 여배우 7명이 중년 여성들의 고민과 꿈에 대해 말하는 창작뮤지컬 '다시, 봄'에 자신들의 인생을 고스란이 녹여냈다.

다음달 초 막을 올리는 창작뮤지컬 '다시, 봄' 연습에 매진 중인 50대 여배우 7명은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뮤지컬 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디바이징 시어터' 방식으로 창작한 이번 무대에 참여한 경험을 밝혔다.

디바이징 뮤지컬은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들에 대한 리서치(인터뷰)를 기반으로 창작된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들은 강원 화천의 한 폐교에서 2박3일간 지역의 50대 여성들과 워크숍을 갖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이 이야기들은 대본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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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다시, 봄' 시연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총괄프로듀서를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연극에서는 디바이징에 대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산업화 체계화된 뮤지컬의 경우 쉽지 않다"며 "뮤지컬에서는 생소한 시도지만 그런 역할을 공공단체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뮤지컬단 소속 50대 단원 중 남성 2명을 제외한 여성 단원이 전부 참여했다"며 "관객에게 제 2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지만 무대에 서는 7명의 단원에게도 깊은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7명의 배우들은 모두 화려한 시절이 있었고, 50대를 넘기며 무대에서의 역할이 적어졌다"며 "기대수명이 늘고, 60대 이후에는 노년의 삶을 살던 패턴이 바뀌는 때인만큼 '다시, 봄'이라는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기쁨 연출은 "어찌보면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이 시대를 살아내는 이들에게 너무나 보편적인 이야기들"이라며 "날 것 같은 진정성을 보여드리면서도 공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이 불편하지 않고 진심으로 즐겁게 이야기하는 순간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봄'에서는 7명의 여배우가 각자 맡은 역을 소화하며 자녀·남편 등 조연 역할도 소화한다. 이 연출은 이와 관련, "러닝타임 내내 배우들의 퇴장이 없다"며 "일인다역을 하며 춤추고, 노래하고, 움직이는 것이 힘들지만 그런 모습을 보며 관객들이 위로받기를 바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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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다시, 봄' 시연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과 안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도 배우 고유의 특징들이 최대한 반영됐다.

연리목 작곡가는 "뮤지컬의 내용이 배우들에게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수십년간 캐릭터를 연구해 그에 맞는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배우들로부터 본인의 진짜 목소리를 끌어내고, 각자의 음역에 맞춰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단체로 코인노래방에 가기도 하고, 노래를 녹음해서 보내달라고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길려 음악감독은 "우리 안의 이야기로 만들다보니 가장 자연스러운 각자의 소리가 필요했던 것"이라며 "기존 작품들보다 조금 더 서로의 소리를 듣는데 집중했다"고 했다. 박경수 안무가도 "쇼가 아닌 공감의 에너지를 넣고 싶었다"며 "배우들로부터 움직임을 끌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대본을 받아 자신의 역할을 분석하고,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것에 익숙했던 배우들은 이 공연을 준비하며 자신을 분석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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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다시, 봄' 창제작진과 배우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왕은숙은 갱년기로 인한 안면홍조로 메인앵커에서 밀려난 진숙역을 맡았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그래, 나 애 키우면서 저랬지', '갱년기를 겪었지' 공감이 됐고,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교통사고 후 우울증을 겪는 수현역을 맡은 권명현은 "워크숍에서 국제결혼 후 화천에서 농사를 짓는 여성, 교통사고가 나 7개월간의 기억을 잃은 여성을 만나 대화를 나눴고, 저와 이들의 사연을 녹여 무대 위에서 표현했다. 작품 내내 먹먹하고,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남편과 사별한 후 시부모님과 사는 중학교 교사 은옥역을 맡은 박선옥은 "지금까지는 다른 존재를 연기해왔지만 이번에는 내가 나를 연기했다"며 "나를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고, 나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출판사 팀장을 하다 명예퇴직당한 성애역을 맡은 오성림은 "1991년 23살에 뮤지컬단에 들어와 50대 중반이 됐다"며 "그동안 무수히 많은 작품을 했지만 이 작품을 접하며 설레임이 크다"고 했다.

아들 둘과 남편까지 키우며 파트타임 마트직원을 하는 승희역은 임승연이 맡았다. 임승연은 "저는 중3, 고3 아들을 둔 엄마"라며 "작품을 하며 '내가 너무 화를 많이 내나 생각해보게 됐다. 갱년기는 다 한 번은 겪는 일이고, 다 지나가니 함께 으샤으샤해보자"고 했다.

박정아는 무뚝뚝해진 아들에게 섭섭함을 느끼는 가정주부 경아역을 맡았다. 그는 "'여태 살아온 경력 있으니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는 노랫말을 연습하며 여러 생각을 했다"며 "우리도 20대, 30대, 40대 뛰고날던 배우였는데, 이제는 엄마·아줌마 역할만 주어진다. 이 작품에서 모두 같이 주인공을 맡게 됐는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취미를 가진 50대 독신 직장인 연미역은 이신미가 맡았다. 그는 "워크숍에서 나온 작은 이야기들이 모두 작품에 녹아들었다"며 "버스편으로 워크숍에서 돌아오는 길에 천둥, 번개와 함께 엄청난 비가 내렸는데 작품이 빗길 사고로 시작하는 것을 보니 설레고 흥분되더라"고 했다.

유일한 남성배우이자 객원배우인 김한종은 7명의 친구들이 버스사고 후 마주친 미스터리한 존재 '백작'을 연기했다. 김한종은 "이번에 뮤지컬이 처음인데 선배들이 너무 편하게 잘 이끌어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다시, 봄'은 10월7일부터 9일까지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공연된다.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10월 말 전북 순창, 11월 초 강원 화천에서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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