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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상속세 피하려 부친 사망 수년간 숨겨

등록 2022.10.06 13:00:00수정 2022.10.06 15: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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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내두르는 고액 자산가들 변칙 상속·증여 천태만상

국세청, 해외이민 가장·금융거래 조작 등 99명 철퇴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국세청이 지능적·변칙적 상속·증여 혐의를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한 고위자산가 중에서는 부친의 사망사실을 숨기고 상속세 신고를 누락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기업 자금을 불법 유출해 직원 명의(차명계좌)로 분산 관리하다가, 해당 자금을 자녀 등에게 우회 증여하고 금융소득 합산 과세를 회피한 사례 등도 확인됐다.

국세청은 6일 ▲해외이민 가장, 사망사실은닉, 국내재산 편법 증여(21명) ▲직원명의 차명계좌 이용(21명) ▲허위·통정 거래(57명) 등 고액자산가와 자녀 99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며 주요 탈세 사례를 공개했다.
[서울=뉴시스] 해외이주를 가장하여 국내재산 반출 후 국외에서 편법 증여 사례. (자료=국세청 제공) 2022.10.0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해외이주를 가장하여 국내재산 반출 후 국외에서 편법 증여 사례. (자료=국세청 제공) 2022.10.06.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외 이주로 속여 국내 재산 반출 후 국외서 자녀에 편법 증여

국세청은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미성년자 A씨가 수십억원대 국내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추석·분석했다.

분석 결과, 부친 B씨는 해외이주 신고를 하고 이주 목적으로 외환을 반출한 후에도 국내 사업을 영위하고 신용카드를 결제하는 등 국내에서 계속 거주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B씨는 해외 반출 자금으로 국외자산 등을 취득한 사실이 없고, 자녀 A씨는 고가의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만한 자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비거주자가 국외재산을 증여하면 납세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B씨가 자녀에게 국외에서 자금을 편법 증여한 혐의를 확인하고 증여세 조사에 착수했다.

소득도 적은데 고가 외제차?…외환 송금 이용한 편법 증여

근로 소득자 C씨는 소득 대비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고, 해외에서 사업이력 등이 없음에도 본인의 해외계좌로부터 고액의 외환을 국내에 반입한 사실이 있어 국세청이 자금 출처를 분석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해외에서의 자금거래를 포착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C씨가 부친 D씨로부터 본인 명의 해외계좌로 자금을 이체 받은 뒤, 국내 계좌로 재이체하는 방식으로 증여받은 혐의가 확인됐다.

또한 C씨의 동생 E씨 역시 신고 소득이 미미하지만 고가의 외제차를 취득하고 매년 고액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등 편법 증여 혐의가 드러났다.

국세청은 편법 증여 혐의가 있는 C씨와 동생 E씨 등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동시에 착수하고 법적 조치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해외이주자 사망 사실 은폐를 통한 상속세 탈루 사례. (자료=국세청 제공) 2022.10.0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해외이주자 사망 사실 은폐를 통한 상속세 탈루 사례. (자료=국세청 제공) 2022.10.06. *재판매 및 DB 금지



부친 사망 사실 은폐하고 상속세 탈루…임대소득도 편법 증여

해외 이주자 F씨는 최근 수년간 국내 출입국 사실이 없고, 국내 보유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소득으로 국내 재산을 취득하거나 해외로 송금한 이력이 없어 국세청이 자금 사용처를 조사하게 됐다.

조사 결과 F씨는 해외 현지에서 이미 수년 전 사망했지만, F씨의 국내 부동산은 상속 등기 없이 본인 명의로 계속 유지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 거주하는 F씨의 자녀가 임대소득과 관련된 부가세·소득세까지 사망한 부친 명의로 신고하는 등 사망 사실을 숨기고 상속세를 탈루한 혐의가 확인된 것이다.

또 F씨 사망 전에 발생한 부동산 임대소득도 해외로 송금하지 않고 국내에 있는 자녀가 향유하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한 혐의도 확인됐다.

국세청은 국내 거주 자녀에 대한 사전증여를 포함해 해외이주자 F씨에 대한 상속세 조사에 착수하고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해외 이주자 부동산 소득 변칙 증여…가공 인건비로 소득세도 탈루

해외 이주자 G씨는 국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소득에 비해 해외 송금액이 미미해 국세청이 자금 사용처를 분석하게 됐다.

분석 결과 아들 H씨가 임대 부동산의 임대차 계약 등을 관리하면서 임대소득을 본인 신용카드 결제대금 등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H씨는 최근 몇 년간 입국 사실이 없는 G씨 명의로 콘도 회원권, 고급 외제차 등을 취득해 향유한 사실도 확인됐다.

아울러 임대사업장에 근로 사실이 없는 여동생 I씨 명의로 가공(가짜) 인건비를 계상하는 방법으로 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임대소득을 유용한 혐의가 있는 아들 H씨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하고, 가공인건비 계상을 통해 소득세를 탈루한 혐의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부모 G씨에 대한 개인통합 조사도 동시에 착수하기로 했다.

법인소득 탈루해 친인척 차명계좌로 빼돌리고 자녀에게 편법 증여

제조회사 J 법인의 사주 K씨는 소득과 자금원천에 대비해 고액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등 재산이 급격히 증가해 과세 당국이 자금출처를 분석하게 됐다.

그 결과, 허위세금계산서 수취, 가공 인건비 계상 등을 통해 법인소득 수십억원을 탈루하고, 해당 자금을 유출해 임직원·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분산 관리하면서 탈루 사실을 은닉하고 자금을 유용한 혐의가 확인됐다.

사주 K씨는 차명계좌를 운용하면서 무기명채권, 회사채 등 고액 금융상품에 투자해 이자·배당 등 투자수익 수억원에 대한 금융소득 합산과세를 회피한 혐의도 드러났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차명 예금의 일부를 자녀 L씨에게 증여해 부동산 취득 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편법 증여 혐의도 함께 확인됐다.

국세청은 사주 K씨와 자녀 L씨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와 J법인의 법인세 누락혐의 확인을 위한 법인통합 조사를 동시 착수키로 했다.
[서울=뉴시스] 특수관계 부실법인을 중간에 끼워 넣어 금융거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위장·양도하여 양도세를 탈루한 사례. (자료=국세청 제공) 2022.10.0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특수관계 부실법인을 중간에 끼워 넣어 금융거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위장·양도하여 양도세를 탈루한 사례. (자료=국세청 제공) 2022.10.06. *재판매 및 DB 금지



특수관계 부실법인 끼워 넣어 금융거래 조작하고 양도세 탈루

건설업자 P씨는 수십 년 전 취득한 토지를 특수관계법인 Q(P씨 지분 100%)에게 취득가액과 비슷한 수십억원에 양도하고, 법인 Q가 토지를 짧은 기간에 제3자인 부동산 개발업체에 수백억원에 재양도하도록 했다.

이 거래를 통해 특수관계법인 Q에게는 거액의 양도차익이 발생했지만, 법인 Q는 부동산 취득 자력이 없는 결손법인(부실법인)으로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과세 당국은 P씨가 부동산 개발업체에 직접 양도했음에도 거래 중간에 부실법인을 끼워 넣어 실거래를 위장하는 방법으로 고액의 양도 소득세를 탈루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사주가 법인에 자녀명의 자금 대여, 자녀는 이자 받으며 펑펑

과세당국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미성년자 R씨가 고액의 부동산과 주식을 취득한 사실이 있어 취득자금 출처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부친 S씨가 사주로 있는 T 법인에 R씨의 수십억원 대여금이 설정돼 있으며, 그 대가로 고액의 이자를 수취하고 원금을 상환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R씨는 별다른 소득과 재산이 없어 고액을 대여할 수 없지만 동일한 시점에 부친 S씨의 예금이 감소한 사실 등을 고려할 때, S씨가 본인 자금으로 대여금을 지급하고 법인 장부에서 자녀 R씨로 올려 편법 증여한 혐의가 있다.

국세청 "편법적 부 승계하는 반칙 특권, 국민통합 저해 강력대응"

국세청은 경제의 엄중한 상황을 감안해 세무조사는 납세자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운영하면서도, 편법적인 반칙 특권 탈세 등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악의적 탈세는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를 드나들며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교묘하게 부를 대물림하거나, 고액 자산가의 기업 운영·관리 과정에서의 사익 편취 및 지능적 탈세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의위장, 차명계좌 이용 등 악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고발 조치 등으로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며 "성실 신고가 최선의 절세이므로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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