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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쥬라기 공원',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산울림' 리마스터

등록 2022.10.06 18: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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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올해 데뷔 45주년 맞은 산울림 헌정 프로젝트
청춘·저항 상징이던 사이키델릭 록그룹
전작 17장과 김창완 솔로 앨범 3장, LP·디지털 음원 재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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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창완. 2022.10.06. (사진= 뮤직버스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45년 전 제 목소리를 지금 듣는다는 게 슬펐어요."

가수 겸 배우 김창완(68)의 고백은 의외였다. 6일 오후 서울 벨로주 망원에서 열린 삼형제 사이키델릭 록그룹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관련 간담회에서다.

그는 누누이 "세상에 사라지지 않는 건 없다"라는 인생철학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세상에 스러지지 않는 것이 있을까요. 별도 스러지는데요."

그래서 자신이 리더도 있던 산울림 전작 17장과 자신의 솔로 앨범 3장을 순차적으로 LP·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하는 리마스터 프로젝트 제안이 처음엔 "별로 내키지 않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이제 와서 옛날 걸 끄집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마스터 작업을 시작한 뒤 "(영화) '쥬라기 공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했다. "'산울림 DNA가 있을지도 몰라'라면서 뒤적였던 릴테이프에 이런 게 있었구나 싶었다"는 것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원작으로, 화석에 갇힌 모기의 피에서 공룡의 DNA를 채취해 6500만년전의 공룡을 되살려내 만든 공원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쥬라기공원'(1993)과 이번 작업을 비교한 것이다. 그 만큼 놀라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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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창완. 2022.10.06. (사진= 뮤직버스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이날 원곡과 리마스터링을 비교해서 들려준 산울림 정규 2집(1978) 타이틀곡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베이스 기반의 몽환적인 전주가 특징인데, 리마스터링 버전은 그 소리가 좀 더 명징해져 곡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이 더 짙어졌다. 그 만큼 사운드의 입체감이 더 풍부했다.

이번에 새롭게 재발매되는 리마스터 앨범들은 모두 김창완이 간직하고 있던 릴 테이프로 작업했다.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해 김창완의 감수 아래 리마스터 작업을 거쳤다. 미국에서 래커 커팅(래커 판에 마스터 음원을 소리골로 새기는 작업), 스탬퍼(LP 생산을 위한 원판) 작업이 이뤄졌다.

지난 2012년과 2016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녹음 기술상과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상을 수상한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이 디지털 변환과 리마스터를 맡았다. 황 엔지니어는 이날 "릴의 소리를 최대한 그대로 빼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최초로 녹음할 때 생기는 효과만 보정했다"고 설명했다.

황 엔지니어의 손길을 거친 음원은 세계적인 마스터링의 거장 버니 그런드만에게 넘어갔다. 그런드만은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 프린스의 '퍼플 레인(Purple Rain)', 닥터 드레의 '더 크로닉(The Chronic)' 등을 포함해 지미 헨드릭스, 도어스, 핑크 플로이드, 카펜터스 등의 앨범 마스터링과 래커 커팅을 맡았다.

스탬퍼 작업을 담당한 RTI(Record Technology Incorporated)는 70년대에 설립된, 오디오파일 전문 제작 회사다. 이 스탬퍼는 일본으로 건너가, 59년 역사를 지니는 일본의 토요 레코딩에서 최종적으로 LP 프레싱을 마쳤다. 김창완이 '쥬라기공원'을 언급할 만한 과정을 거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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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산울림. 2022.09.23. (사진 = 뮤직버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 김창완이 젊은 시절 목소리를 듣고 슬퍼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릴테이프를 듣고 '요즘 내가 노래를 엉터리로 부르고 다니는구나'를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 노래 부르는 게) '순 가짜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새 부르는 건 겉멋이 들었다는 걸 느꼈죠. 저때엔(릴테이프에 녹음된 목소리엔) 떨림·불안 등이 다 느껴져요. 그래서 45년 전 제 목소리가 이렇게 저를 질책하는 것 같았어요. '노래 제대로 해라.'"

김창완은 제대로 된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노래를 듣는 점도 감격스러워했다. "(산울림 활동 시절) 판(음반)을 집으로 가져간 날 오밤중에 삼형제가 앰프의 파워는 켜지도 못하고 골방에 모여서 (턴테이블) 바늘에 귀를 대고 거기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것조차 우렁차게 들렸죠. 그렇게 듣던 음악이고 그게 다인 줄 알고 '좋아라' 했는데 이렇게 공룡처럼 되살아날 지 몰랐습니다."

1970년대 후반 한국 록의 부활을 알린 산울림은 김창완(68), 김창훈(66), 김창익(1958~2008) 삼형제로 이뤄진 록밴드다. 1977년 데뷔해 록 발라드, 헤비메탈, 동요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실험적인 음악으로 인기를 누렸다.

사이키델릭과 개러지 록, 하드 록, 팝, 포크와 블루스, 발라드에 이르는 다채로움은 관습적이고 정형적인 요소를 벗어난 독창적 스타일을 특징으로 한다. "꼭 그렇지 않았지만 구름 위에 뜬 기분이었어" 같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의 노랫말은 도치법으로 관성에 저항하는 청춘의 표상이었다. 이를 통해 '청춘의 부대낌'을 나타냈다. 2008년 막내 김창익이 캐나다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의 이름은 전설이 됐고 올해 데뷔 45주년을 맞았는데도 여전히 회자된다.

이렇게 산울림은 새로운 음악의 상징이었지만 김창완은 최근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과 힙합을 그냥 흘려들었다고 이날 반성했다. "1977년 저희가 나왔을 때 '저게 무슨 노래나'는 소리도 들었어요. '파격이다'라면서 일부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웬만하면 듣지 마라'고 하셨죠. 이번에 작업하면서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하하. (지난 6월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인) 임윤찬 씨를 비롯해 우리 클래식도 성과가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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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산울림. 2022.09.23. (사진 = 뮤직버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창완은 지난 2020년 발매한 솔로 앨범 '문(門)'의 수록곡이자 비교적 신곡인 '노인의 벤치'를 이날 직접 들려줬는데 신곡도 아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사라지는 건 사라지더라도, 그 속엔 소중한 가치가 있죠. 이번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그 가치들이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생명력을 지닌 산울림 음악이 저희 형제들 것만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 작업 과정에서 삼형제의 막내이자 그룹에서 드럼을 맡은 김창익 생각도 너무 많이 났다. "연주를 이렇게 잘해놓았는데 말이죠…. 그동안 숟가락 통 두드리는 듯한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니요. 결과물은 산울림을 사랑하는 분들께 큰 선물이 될 거 같아요." 다만 산울림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까지 모든 작품들이 다 발매될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새로운 아티스트의 발굴로도 이어진다. 뮤직버스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에꼴 드 고래'(Ecole de Gorae·고래 학교)라는 레이블을 출범했다. 레이블 이름을 만들고 로고를 그린 김창완은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맡는다. 김경진 에꼴 드 고래 대표는 "산울림의 위대한 유산을 제대로 남겨보고 싶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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