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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R 마친 SKB vs 넷플 변론…'무정산' 공방 평행선

등록 2022.11.28 20:47:09수정 2022.11.29 08: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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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차 변론 이어 또 한번 '무정산 합의 여부' 공방

넷플 "無 계약서 무정산 피어링, 인터넷계 관행"

SKB "피어링 대가, 캐시 아닌 '마케팅비'로도 수용 가능"

재판부, 무정산 합의 심리 종결…내년 3월부터 '감정 방법' 심리

[필라델피아=AP/뉴시스]넷플릭스 로고. 2018.07.17.

[필라델피아=AP/뉴시스]넷플릭스 로고. 2018.07.17.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망사용료 논란' 시발점 중 하나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적 공방이 여전히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항소심을 시작하고 벌써 7번째 변론을 진행하면서 '무정산 합의 여부', 'ISP(인터넷제공사업자)와 CP(콘텐츠사업자)간 무정산 관행 인정 여부'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28일 오후 3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민사소송 7차 변론에서 '무정산 피어링' 문제를 두고 그간 지리하게 이어온 논쟁을 반복했다. 재판부가 빠른 진행을 촉구한 만큼 일부 쟁점은 정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여전히 평행선을 그렸다. 이날 공판에는 SK브로드밴드 측 증인으로 SK브로드밴드의 B2B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조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초 이들 양사는 미국 시애틀의 IXP(인터넷접속지점)인 SIX에서 '퍼블릭 피어링(다자간 트래픽 교환)' 관계에 있었다. 연결성 확보를 위해 다수의 ISP와 CP가 모두 연결돼있던 만큼 특정 사업자 간 망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었던 것.

하지만 지난 2018년 양사가 비용 절감 및 콘텐츠 품질 향상을 위해 일본 도쿄의 BBIX로 IXP를 옮기고 연결 방식도 '프라이빗 피어링(양자간 트래픽 교환)'으로 바꾸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SK브로드밴드는 고화질 동영상 콘텐츠를 전송하는 넷플릭스와 자사 망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 막대한 트래픽이 유발된 만큼 넷플릭스가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넷플릭스는 양사가 최초로 연결됐을 당시부터 인터넷 업계의 관행에 따라 무정산 피어링 합의가 성립됐다고 맞섰다.

넷플릭스 "전세계 7800개 ISP와 무정산 피어링 중…SKB, 디피어링 가능한데도 연결 유지"

넷플릭스는 그간 법정 내외에서 밝혀왔던 주장을 거듭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해 전 세계 7800여개의 ISP와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고, 별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약 6300건)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4일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1.11.04

[서울=뉴시스]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4일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1.11.04


당초 넷플릭스는 지난달 6차 변론에서 양사 갈등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SFI(무상 상호접속 약정) 계약서를 SK브로드밴드가 암묵적으로 수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SK브로드밴드에 무정산 피어링에 대한 내용이 담긴 SFI 계약서를 보내 넷플릭스의 방침을 고지했는데, SK브로드밴드가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아 암묵적으로 무정산 피어링 합의가 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번 공판에서는 더 나아가 무정한 피어링을 하면서도 SFI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게 인터넷 업계서 확립된 관행이자 통상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는 양사가 최초에 시애틀에서 연결할 당시와 그 이후 사정을 종합해 보면 무정산 피어링 합의가 성립됐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통신사업 규제를 총괄하는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 베렉)와 영국 통신규제기관 오프컴의 보고서와 같이 해외의 사례를 언급하며 망 이용대가 납부가 국제적 대세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베렉의 보고서는 ISP의 망 관리 비용은 이용자에 부과되는 요금으로 충분히 충당되고 CP가 '무임승차'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기술했고, 오프컴 보고서는 ISP가 CP에게 강제 과금을 한다 해서 이것이 망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봤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BBIX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하는 것의 유일한 근거는 루트 서버를 거치지 않고 직접 BGP(경계 경로 프로토콜) 세션을 설정했다는 건데 이건 단순한 기술적 절차에 불과하다"며 "SK브로드밴드가 마음을 바꿔 돈을 요구할 지라도 (무정산 피어링이라는) 쌍방 관계가 바뀌진 않는다. 오히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무정산 피어링 정책을 알고 있고 언제든지 디피어링(연결 해제)할 수 있음에도 무정산 피어링 관계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B "무계약 무정산,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넷플 이용권'도 대가로 받는다?

지난 공판과 마찬가지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측의 주장을 모두 정면 반박하며 맞섰다. 넷플릭스가 인터넷 업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한 별도의 서면 계약 없는 무정산 피어링을 '애초에 업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개념'으로 일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민사소송 항소심 5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양측은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민사소송 항소심 5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양측은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사진=SK브로드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넷플릭스가 보낸 SFI 계약서를 두고도 '프라이빗 피어링'에 관한 합의서로 '퍼블릭 피어링'인 SIX 트래픽 소통과는 관련이 없고, SFI 계약서를 보낸 이메일에도 '피어링 대가 미지급'이라는 내용이 없었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에 '암묵적 합의'라고 주장했던 것에 대해서도 무상 합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SIX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트래픽을 소통시켰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SIX로 연결됐을 당시에는 퍼블릭 피어링의 형태였던 만큼 망 이용대가를 요구할 근거나 명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세계 7800여개 ISP와 무정산 합의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날 출석한 SK브로드밴드 측 증인 조씨가 다소 새로운 쟁점을 던졌다. 조씨는 "전 세계 7800여개 ISP와의 무정산 피어링이라는 데 조건이 다를 것 같다"며 "꼭 피어링만을 가지고 무정산 합의가 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SK브로드밴드도 망 이용대가를 꼭 캐시로 받지는 않아도 된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피어링 대가(망 이용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사업을 제휴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이익이 있다면 넷플릭스와 충분히 합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SK브로드밴드 이용자들에게 기간제 넷플릭스 무료 이용권을 주는 등의 마케팅 비용 지불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조씨에 따르면 양사의 협의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가 이같은 방안을 제시했으나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 측은 "(IXP를) SIX에서 BBIX로 옮긴 것은 양사의 공통 고객인 최종 이용자를 위해 전송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넷플릭스는 자사 이용자와의 계약에 따라 고화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만 하니 전송 품질 향상은 양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나아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으로 콘텐츠 정송하는 것은 부가통신사업자로 스스로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의무 이행은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기간통식역무를 이용할 때만 비로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5시간에 걸친 이날 공판에서도 무정산 피어링 합의 여부를 두고 양측이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으나, 재판부는 무정산 합의에 대한 심리를 이날로 종결하고 다음 기일부터 감정 방법에 관한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8차 변론기일은 내년 3월29일 오후 4시로 예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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