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 "한국, 사랑할 수밖에 없죠"

등록 2022.12.02 16:03:5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오는 3~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7살때까지 사할린서 자라…"한국에 애착"

"전쟁 마음 아파…평화롭게 해결됐으면"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 (사진=한화클래식/Ksenia_Zasetskaya 제공) 2022.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 (사진=한화클래식/Ksenia_Zasetskaya 제공) 2022.12.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한국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라죠. 올봄에 통영(국제음악제)을 찾았을 땐 왠지 모르게 더 벅차오르고 감성적이었어요. 바닷가의 향기나 바람이 어린 시절 사할린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죠. (전쟁으로) 상황이 어렵고 가족들과 떨어져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선지 감정을 자극했죠."

러시아 출신 세계적인 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가 오는 3일과 4일 이틀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선다. 고음악을 꾸준히 소개해온 '한화클래식'의 10번째 무대다.

레즈네바는 2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생일(5일)을 앞두고 두 번의 콘서트를 하게 돼 뜻 깊다. 한국은 올 때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사람들에게 감동 받는다. 고향(사할린)과 지리적으로도 가까워서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다"며 "한국 무대에서 음악을 나누는 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로 건너가기 전 7살 때까지 사할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지금까지 생생할 정도로 재미있는 추억이 많다. 인생에서 중요한 기억"이라고 떠올렸다. 레즈네바와 부모님 모두 한국 친구들이 있었고, 자연스레 한국 문화도 접했다. "당시 시장에 가면 90%가 한국인이었다. 김치와 반찬 등을 구입해 먹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가 2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한화클래식 제공) 2022.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가 2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한화클래식 제공) 2022.12.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레즈네바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연이 주로 이뤄지고 있는 유럽에 거주하고 있다.

"마음이 아프고 무거워요. 갑자기 터진 일에 누구도 대비하지 못했고, 일상이 깨진 기분이죠. 러시아 음악가들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주변에 걱정해주고 안부를 물어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 위안이 돼요. 마음이 어지럽고 슬프지만, 최선을 다해 연주해내는 게 음악가로서의 사명이기도 하죠. 평화롭게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17살에 엘레나 오브라초바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9년 헬싱키에서 열린 미리암 헬린 국제 성악 콩쿠르, 이듬해 파리 국제 오페라 콩쿠르에서 연달아 최연소 1위를 거머쥐었다. 바로크 성악계의 계보를 잇는 레즈네바는 이번 공연에서 비발디, 헨델을 중심으로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이 쓴 아리아를 부른다.

그는 "애정이 큰 곡들이다. 바로크 음악을 대중들이 한번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걸 안다. 하지만 마음이 열려 있다면, 어느 순간 본능적으로 가슴을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 (사진=한화클래식/Ksenia_Zasetskaya 제공) 2022.12.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소프라노 율리아 레즈네바. (사진=한화클래식/Ksenia_Zasetskaya 제공) 2022.12.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바로크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흐의 음악이었다. 어렸을 때 성악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듣게 된 음반 속 바흐의 성악곡에 매료됐다. "바흐 곡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지금 바로크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지 않나 싶다. 마음속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곡가"라고 했다.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성악가이자 작곡가인 포르포라도 영감을 얻는 작곡가다. "공중에 떠다니는 것 같은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극찬했다.

바로크 음악은 연주자에게 즉흥성과 자유로움을 준다는 점이 재즈와 비슷하다고 했다. "견고한 구조를 바탕으로 감정을 최대한 담아내며 자유로운 연주를 해요. 이번엔 쉽겠지, 잘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리허설에 오르지만 같은 곡을 여러 번 불러도 매 무대가 새롭죠. 그때그때 곡에 해석을 담는 것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성악가로 목 관리는 일상 그 자체다. "옛날엔 특별한 시간을 투자하진 않는다고 했는데, 돌아보니 생활 자체가 목 건강에 맞춰져 있다. 비행기를 탔을 때나 겨울에 실내 히터 등 목이 건조해지는 상황에 늘 신경 쓴다. 지금도 매운 음식을 매우 먹고 싶은데, 컨디션 조절을 위해 자제한다"고 웃었다.

공연엔 바로크 음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1997년 창단된 앙상블팀 베니스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10여년 전 첫 만남을 포함해 레즈네바와 세 번 정도 공연했다. 그는 "평생 호흡을 맞춘 것처럼 많은 것이 통하는 오케스트라"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