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반희수였다…뉴진스, 추억이라는 뼈 'OMG'
뉴진스·팬덤 버니즈의 불안하지만 애틋한 관계성 풀어내
민희진 어도어 대표,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 손잡고 다른 아이돌 궤적 그려내
[서울=뉴시스] 'OMG' 뉴진스. 2023.01.03.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룹 '뉴진스(NewJeans)'가 지난 2일 발매한 새 싱글 'OMG'는 우리에게 '추억이라는 뼈'를 일깨운다. 그 추억의 대상은 아이돌이다.
아이돌을 보면서 우리가 두려운 건 역설적이지만 아이돌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행복이 잠시나마 삶의 잔혹한 진실을 까먹게 해버리기 때문이다.
뉴진스 같은 예쁜 소녀들의 청춘들도 언젠가는 찾아올 잔인한 세월에 아연해질 것이라는 걸 뉴진스 팬덤 버니즈도 뉴진스의 제작자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도 안다.
좀 더 냉혹하게 말하면, 지금 일련의 활동들은 우리가 함께 나눌 추억을 위해 일종의 봉헌과도 같다는 것. 그래서 뉴진스를 보면 설레는 동시에 아득해진다.
[서울=뉴시스] 뉴진스. 2023.01.02. (사진 = 어도어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때문에 뉴진스는 특별한 산물이 된다. 이번 'OMG'의 선공개곡인 '디토'에 이어 영화, 광고 스튜디오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이 참여한 타이틀곡 'OMG'의 뮤직비디오도 특별하다.
일본 감독 이와이 슌지의 감수성 자장이 느껴졌던 '디토'에선 막 데뷔한 뉴진스, 얼마 전에 생겨난 팬덤 버니즈의 불안하지만 애틋한 관계성을 풀어낸다. 우리는 모두가 어른이 될 것이고 언젠가 서로를 유령처럼 잊고 살 거라는 걸 보여준다.
음원과 함께 공개된 '디토' 뮤직비디오는 서사와 연출적인 요소로 그 느낌을 끄집어낸다. 영화, 광고 스튜디오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이 참여해 1, 2부로 연결된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는데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감성 영화를 즐겼을 이들이 좋아했을 일본 감독 이와이 슌지의 영화 느낌이 가득하다.
[서울=뉴시스] 'OMG' 뉴진스. 2023.01.03.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에 한국 학원 공포물 '여고괴담'를 변주한 반전은 단순한 낭만을 넘어 슬픈 기억 너머의 근원적인 존재를 더듬거리게 만든다. 뮤직비디오엔 사슴이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하는데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보는 그 사슴은 근본적인 향수 또는 자화상을 뜻하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 등은 '러브 레터'와 '하나와 앨리스'처럼 '화이트 이와이' 영화에서 출렁이는 장면들이고 미스터리한 풍경은 '릴리슈슈의 모든 것'처럼 '블랙 이와이' 영화에 담긴 고독한 정경들이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디토' 뮤직비디오에 계속 등장하는 캠코더로 찍은 듯한 느낌도 준다.
뮤직비디오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뉴진스 다섯 멤버들의 모습을 항상 캠코더로 담는 인물 '반희수'다. 그는 바라보고 응원하는 자인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를 뜻한다. 반희수와 버니즈 단어 사이엔 묘한 언어유희도 있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배우 박지후가 희수 역을 맡았다. 희수는 팬덤과 스타가 단순히 서로를 응원하는 걸 넘어 "미로 안으로 들어가"(Walk in this 미로) 때로는 상실도 겪을 수 있다는 걸 은유한다.
[서울=뉴시스] 반희수가 촬영한 뉴진스 멤버들. 2023.01.03. (사진 = 반희수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신우석 감독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과 인터뷰에서 '반희수'라는 캐릭터가 팬클럽명인 '버니즈'에서 따온 것이 맞다면서 "팬을 상징하는 캐릭터니까 접점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반희수'라고 이름을 짓게 됐다. 그렇게 태어난 캐릭터가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됐고, 작품 밖에서도 존재하면 어떨까 해서 반희수의 유튜브 계정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OMG'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디토'의 문제 의식을 이어간다. '디토'에 등장하는 희수의 깁스에 써진 낙서들 중 'OMG파이팅' '천재 감독 반희수' 등 뉴진스 멤버들이 낙서한 흔적 등이 발견됐기 때문에 자연스레 연결고리도 있다.
'OMG' 뮤직비디오 주요 배경 중 하나는 정신병원. 초반 자신이 아이폰의 시리라고 주장하는 하니(하니는 OMG 작사에 참여했다)를 비롯 각자 망상에 빠져 정신병원에 오게 된 이들(심지어 의사 역인 것처럼 보이는 민지 역시 그 의사라는 망상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이 쉽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길로 뮤직비디오는 가지 않는다.
[서울=뉴시스] 'OMG' 뉴진스. 2023.01.03.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민 대표와 어도어는 전작인 데뷔 앨범 '뉴 진스'에 이어 핫한 음악 레이블 '비스츠앤네이티브스'(Beasts And Natives Alike·BANA·바나)와 협업하며 기존 아이돌 음악과는 다른 궤도를 이번에도 떠돈다.
하니가 작사에 참여한 'OMG'는 힙합 드럼 소스와 퍼커션을 기반으로, UK 개러지(Garage) 리듬과 트랩(Trap) 리듬을 오가며 만들어낸 통통 튀는 힙합 R&B인데, 팝 보컬과 멜로디 랩 등 다양한 스타일로 멤버들의 서사에 힘을 싣는다. '뉴 진스'에 실렸던 '쿠키'를 박업한 작곡가 박진수, 역시 '뉴 진스'에 함께 힘을 실었던 스웨덴 작곡가 일바 딤버그(Ylva Dimberg) 등이 참여했다. 박진수는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소속인 힙합 듀오 'XXX' 멤버인 DJ 겸 프로듀서 프랭크(FRNK)다.
따뜻하고 포근한 콰이어 패드(Choir Pad) 사운드와 클래시컬(Classical)한 올드 스쿨 드럼 브레이크가 인상적인 곡인 '디토'는 애틋한 정서를 품고 있는 볼티모어 클럽 댄스 뮤직을 재해석한 것인데 이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프로듀서 겸 DJ 이오공(250)이 작업했다. 그 역시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소속이다.
[서울=뉴시스] 'OMG' 뉴진스. 2023.01.03.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대중적 인기에도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는 평이하게 나갈 생각이 없다. 서사적 도전은 이어진다. 'OMG' 뮤직비디오 막바지에 '뮤비 소재 나만 불편함? 아이돌 뮤비 그냥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줘도 평타는 ㅊ'라는 트위터에 트윗을 올리기 직전에 글을 클로즈업하며 현 아이돌 신(scene)에 대해 생각할 거리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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