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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공유하면 돈내라고? "그럼 안볼래"…소비자들이 등돌리는 이유

등록 2023.01.28 09:00:00수정 2023.01.28 21: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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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계정 공유 요금제' 확대 예고…韓 도입 시 약 1인당 3500원 예상

4인용 프리미엄 요금제, 분담료 기존 4250원에서 최대 8000원까지 올라

초고화질 보려고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했는데 이제 계정 공유마저 차단

"1인 고화질 요금제는 안 내놓고"…억울해하는 가입자들

넷플릭스 "단기적으로는 구독 취소 있겠으나 가입자 수는 점차 늘어날 것"

[뉴저지=AP/서울] 넷플릭스 애플TV 앱 아이콘 로고. 2022.01.27. *재판매 및 DB 금지

[뉴저지=AP/서울] 넷플릭스 애플TV 앱 아이콘 로고. 2022.01.2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넷플릭스가 오는 3월 우리나라에서도 계정 공유 유료 정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용자 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말에 계정 공유 유료 정책을 다른 국가로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리나라도 유력 서비스 대상국에 속한다.

계정 공유 유료 정책은 넷플릭스 요금제에 따라 그동안 무료로 1~3명까지 가능했던 계정 공유에 수수료를 받겠다는 걸 말한다. 넷플릭스 이용약관상 가구 구성원만 같은 계정을 쓸 수 있는데, 이 약관대로 친구, 지인 등과 계정을 공유하기를 원할 경우 추가로 돈을 더 내라는 뜻이다.

3월 넷플릭스 계정 공유 유료화…인당 3500원 추가요금 낼 듯

현재 남미 일부 국가(칠레, 코스타리카 등)에 시범 운영되고 있는 유료 계정공유 요금제는 계정 소유자가 한 가구에 같이 살지 않는 지인들과 계정을 공유하고 할 때 적용된다. 동거인은 무료로 쓸 수 있으나 같이 살지 않는 가족이나 친구 등은 유료로 최대 2명까지 계정 공유를 허용했다. 넷플릭스는 이 요금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계정 소유자의 IP 주소, 계정 활동 등으로 동거인과 제3자(지인)를 구분하고 있다. 또 여러 기기에 같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인증 절차도 거치도록 했다.

넷플릭스코리아에 따르면 계정 공유 유료 정책의 국내 적용 시점과 정확한 가격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칠레, 코스타리카 등에서 책정한 공유 수수료(월 2.99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1인당 월 3500원씩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 집안 동거인이 아닌 다른 집 식구, 친구, 지인들과 함께 계정을 공유해왔던 이용자들의 월 이용료는 최대 7000원(2명 기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월 1만7000원짜리 프리미엄 요금제의 경우, 그동안 별다른 제약이 없어 친구나 지인들까지 합쳐 총 4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했다. 하지만 계정 공유 유료 정책이 국내 도입될 경우, 앞으로 동거인이 없으면 3명까지만 이용할 수 있고, 이 경우 매달 내는 총비용도 2만4000원으로 늘어난다. 4명이 매월 4250원씩 부담했던 넷플릭스 요금이 이제는 3명이 매달 8000원씩 부담해야 할 판이다.

2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스탠다드 요금제(월 1만3500원)도 1명에게 유료 공유 수수료를 부과하면 1인당 부담금은 기존 6750원에서 8500원으로 오른다.

"그러면 차라리 안 본다" vs "넷플 중독 못 끊어"

OTT 서비스 요금 지불 방식.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OTT 서비스 요금 지불 방식.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반발한다. 이용자 과반이 계정 공유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접해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10명 중 6명이 계정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중 60%는 다른 사람과 요금을 분담하고 있다.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보다 계정 공유율이 더 높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가 계정 유료 공유 정책이 시행될 경우 구독을 해지하겠다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본인 명의로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이용자 120명 중 42.5%가 '계정 공유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면 구독을 취소하겠다'고 답했다. '추가 비용을 내겠다'는 이용자는 24.2%에 그쳤다.

실제로 공유 요금제 확대 소식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이용자는 "아무리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게 정당하겠지만, 초기에는  무료로 계정 공유하는 걸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시장을 독과점한 뒤 정책을 바꾸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1인 요금제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는데 고객들에게 추가비용을 청구하면서 책임을 전가한다면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통신사와 다를 게 뭐냐"고 따졌다.

최고화질 영상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4명까지 계정 공유가 가능한 프리미엄 요금제를 가입한 이용자들이 적지 않은데 인제 와서 계정 공유를 못하게 막겠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이럴 바에는 4K 영상 1인 요금제 등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진다. 따로 사는 가족이라 IP가 다르기 때문에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이용자들이 꼽은 불만 사항이다.

경기 성남에 사는 대학생 김모(27)씨도 "계정 공유 요금을 갑자기 요구하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프리미엄 요금제를 취소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넷플릭스 이용 문화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쉽게 이탈하진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 동작에 사는 직장인 조모(25)씨는 "그래도 베이식 요금제보다는 저렴하니까 지금처럼 친구들이랑 계정 공유를 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잘 알면서도 넷플릭스 계정공유 유료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에서 "남미 지역에서 관찰한 것처럼 계정 공유 유료화 시 일부 가입자는 구독을 취소할 수 있다"면서도 "기존에 계정을 빌린 가구가 자체적으로 계정을 만드는 등 계정 수가 늘어나 전체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앨리시아 리즈, 마이클 패처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도 광고형 요금제가 계정 공유 요금제로 발생할 수 있는 이용자 이탈을 보완해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이런 현상으로 넷플릭스가 연간 1700만명의 신규 가입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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