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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FTA, 위기를 기회로⑧]최적화 환경 '생산성 40배↑'…K-스마트팜, 재배→유통까지

등록 2023.03.15 06:05:00수정 2023.05.30 18: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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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플랜티팜' 평택 식물공장 방문기

5G·인공지능 활용해 재배환경 중앙 관리

샐러드채소·딸기·새싹인삼 등 재배→유통

[평택=뉴시스] 임하은 기자 = 스마트팜 기업인 플랜티팜의 평택 식물공장 내부 모습. 2023.03.14. rainy71@newsis.com

[평택=뉴시스] 임하은 기자 = 스마트팜 기업인 플랜티팜의 평택 식물공장 내부 모습. 2023.03.14. [email protected]



한국이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2003년 2월 한국-칠레 FTA 체결 이후 한국은 그 동안 전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었다. 첫 FTA 체결 당시만 해도 농업은 큰 피해가 예상됐다. 값싸고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물밀 듯이 쏟아지면 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20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농식품 업계의 자생 노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한 신품종 개발과 신성장 동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류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FTA 확대가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에게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총 10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봄·가을은 물론이고 혹서기에도 문제없어요. 스마트팜에서는 사계절 내내 원하는 작물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습니다."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플랜티팜 식물공장은 24시간 내내 22도의 저온, 습도 70%가 유지된다. 자연 상태에서 400ppm가량인 이산화탄소를 900~1000ppm으로 공급해 광합성 양도 최대한 늘린다. 태양 빛 대신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는 작물이 필요로 하는 빛의 파장대를 구현한다. 광합성량의 효율이 가장 좋은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식물공장은 밀폐된 공간에 다층구조로 농산물을 재배해 수직농장으로도 불린다.

이같이 기술을 바탕으로 작물이 필요로 하는 모든 환경적 조건을 조절해 생산성을 높이는 농장이 바로 스마트팜이다. 이 모든 재배환경 통제는 5G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중앙관제시스템에서 운영된다. 플랜티팜은 70여개소의 농장을 5G 네트워크로 연결해 환경 데이터를 모니터링, 수집하는 통합관제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 환경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재배 여건에 이상징후가 있으면 AI가 자동 포착해 스마트팜의 현장 관리자에게 경보를 보낸다.

건물 3층에 위치한 990㎡(300평) 농장에는 양상추, 새싹 채소, 어린잎채소, 셀러리 등이 먹기 좋은 초록빛을 띠며 자라고 있다. 재배 요건을 제어해 식물이 자라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품질이 고르다.

씨앗 파종부터 수확까지 스마트팜에선 40일이면 거뜬하다. 노지에서는 60~70일이 걸리는 시간이 절반가량으로 단축되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도 재배의 전 과정이 이뤄지고, 단을 쌓는 다단 재배로 수확 면적을 늘릴 수 있어 생산성이 확대된다. 보통 스마트팜은 노지 재배보다 40배 높은 생산성을 가진다고 한다. 플랜티팜은 6단을 기준으로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인력 감축 효과도 있다. 330평에 총 5~6명의 직원이 파종부터 수확을 책임진다.

[평택=뉴시스] 임하은 기자 = 스마트팜 기업인 플랜티팜의 평택 식물공장 내부 모습. 2023.03.14. rainy71@newsis.com

[평택=뉴시스] 임하은 기자 = 스마트팜 기업인 플랜티팜의 평택 식물공장 내부 모습. 2023.03.14. [email protected]


한기원 교육팀장은 "스마트팜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 기후에 상관없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작물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샐러드 회사가 가장 어려운 점이 원료 수급이다. 스마트팜은 장마와 태풍 등 생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기후 변화가 심해지는 여름에도 변함없이 수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통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에 적용하는데, 플랜티팜처럼 밀폐된 건물보다 환경 제어가 어렵다는 점이 있다. 태양광을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은 절감되지만, 예측이 어려운 기후변화가 발생할 땐 정밀한 환경 대응이 어려워진다. 밀폐된 건물 안에서 다단 재배를 하게 되면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모든 여건을 제어할 수 있어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운 재배가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일반적으로 시판 샐러드 재료로 많이 쓰이는 양상추, 버터헤드레터스, 스탠포드, 카이피라, 이자트릭스 등 소비자 선호도에 맞는 품목 10여가지를 재배하고 있다.

플랜티팜은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와 단체급식 서비스 업체와 협력 중이다. 이 가운데는 스타벅스, 서브웨이, 롯데리아, 아워홈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업체들이 대다수다. 온라인 채널로도 판로를 넓혔다. 마켓컬리, 쿠팡, B마트 등에서도 가공 샐러드 상품을 판매 중이다.

플랜티팜의 작물 수급은 사실 아직도 60%는 유리온실에서 이뤄진다. 스마트팜 수직농장으로 재배하는 비중은 15%다. 플랜티팜은 수직농장 재배의 비중을 전체 수급의 50~60%까지 늘리려 계획 중이다.

[평택=뉴시스] 임하은 기자 = 스마트팜 기업인 플랜티팜의 평택 식물공장 내부 모습. 시험재배 중인 딸기가 자라고 있다. 2023.03.14. rainy71@newsis.com

[평택=뉴시스] 임하은 기자 = 스마트팜 기업인 플랜티팜의 평택 식물공장 내부 모습. 시험재배 중인 딸기가 자라고 있다. 2023.03.14. [email protected]


1층 입구 앞에는 암막 커튼이 쳐진 99㎡(30평)의 실험재배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양산 테스트 단계에 있는 딸기가 자라나고 있다. 무병 조직 배양부터 증식, 수확까지 각 단계를 테스트하면서 당도, 모양, 중량 등 품질을 맞춘 조건들이 메뉴얼화된다. 이렇게 시험이 완료되면 정식으로 유통할 수 있는 양만큼 규모를 키워 재배하게 된다. 딸기는 25도가 넘어가면 꽃을 피우지 않는 저온성 작물이기 때문에 겨울에 재배된다. 스마트팜은 봄, 여름, 가을에도 변함없이 딸기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플랜티팜은 올해 안에 딸기의 시험 재배를 마치고 본격적인 양산재배에 들어간다.

2층에는 새싹인삼, 부추, 루꼴라가 자라고 있다. 부추는 노지에서 자라면 흙과 벌레 사체 등 이물질 관리가 어려운 편인데 스마트팜에서는 병충해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수확 이후 선별 과정에서 드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이처럼 플랜티팜이 직접 운영·투자하고 있는 농장은 전국에 9900㎡(3000평) 규모다. 시설을 구축해주고 원물 판매처가 없을 시 전량을 매입하는 파트너 농장까지 합하면 총 2만3100㎡(7000평)에 달한다. 호남을 거점으로 한 광산공장은 4620㎡(1400평)에 달하고, 영남을 거점으로 한 공장 설립을 올해 계획 중에 있다.

재배농장 옆에는 가공과 포장을 책임지는 공장이 자리해있다. 이곳에서 우리가 편의점, 마트에서 흔히 접하는 새싹채소, 간편 샐러드 등이 만들어진다.

FTA 시대 한국의 첨단 ICT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팜은 중동과 같은 농업 낙후 지역에 대안으로 부상했다.

플랜티팜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신규 수직농장 계약을 체결해 올해 완공 운영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몽골은 각각 4950㎡(1500여평), 5280㎡(1600여평)의 농장을 완공 중이며, 뉴욕과 에스토니아는 660㎡(200평)의 농장을 수출하기 위해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남극, 일본, 쿠웨이트 등에서 스마트팜이 운영 중이다.

[평택=뉴시스] 임하은 기자 = 스마트팜 기업인 플랜티팜의 평택 공장에서 직원이 재배 후 가공, 포장을 거친 샐러드를 들고 있다. 2023.03.14. rainy71@newsis.com

[평택=뉴시스] 임하은 기자 = 스마트팜 기업인 플랜티팜의 평택 공장에서 직원이 재배 후 가공, 포장을 거친 샐러드를 들고 있다. 2023.03.14. [email protected]


지난 2021년 플랜티팜의 매출은 154억원이었는데, 이 중 스마트팜 관련 매출이 110억원에 달했으며 꾸준히 증가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농업시장은 2020년 374억 달러에서 2025년 571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 가운데서도 국내 스마트농업 시장은 온실구조 및 설비 비용을 포함해 2020년 6억6000만 달러에서 2025년 12억7000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대응해 농식품부는 네덜란드의 세계적 스마트팜 선도기업인 '프리바'와 같은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스마트팜 수출 지원 정책을 내놨다.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수출업계 지원펀드 400억원, 4월부터 스마트팜 수출융자 1000억원을 신규 조성해 해외 합작투자, 수출계약 이행 등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농식품부는 K-스마트팜 해외 수주를 위한 시장 개척 지원책도 마련했다. 지난해 9월부터 스마트팜 수출지원단을 통해 현지 바이어를 연계하는 등 기업 상담 및 지원 서비스를 확대해왔으며, 콘텐츠 제작, 해외 광고·홍보, 특허·인증, 컨설팅 등 4개 분야에 대한 마케팅 비용도 10개 사업체당 1500만원을 지원했다.

박은성 기획팀장은 "스마트팜의 필요성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아직 스마트팜 수출에 정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아주 제한적인데, 정부에서 금융지원 등이 뒷받침되면 실질적으로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스마트팜의 수출은 마치 원전 수출과 유사하다. 계약 체결부터 품목 제조, 수출 인증, 선적 및 포장 등으로 생산시설 안정화 기간을 거친 후 정상적으로 발주처에 인계하기까지 약 1년이 소요된다"며 "스마트팜은 이제 막 태동단계에 있는데, 금융지원 등 피부에 와닿는 지원이 있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 2022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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