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얼굴들처럼'…국제갤러리 부산, 최욱경 개인전
최욱경(1940-1985) 〈Untitled〉 c. 1960s Conté on paper 33.3 x 51.6 cm Courtesy of the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머뭇거림 없는 대범한 필치에는 '내일은 희망찰 것'이라는 믿음이 베여 있다.
요절화가 최욱경(1940~1985)의 개인전이 25일부터 부산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낯설은 얼굴들처럼' 타이틀속에 종이작업 26점과 크로키(인체 드로잉) 8점을 선보인다.
'낯설은 얼굴들처럼'은 최욱경이 1972년 첫번째 미국 체류를 마치고 잠시 한국으로 돌아와 활동하던 시기에 출간한 국문 시집의 제목이다. 유학 시절에 쓴 45편의 시와 16점의 삽화로 구성된 이 시집은 작가가 ‘뿌리를 흔드는 경험’이라 표현했을 만큼 모든 것이 새로웠던 당시의 생경한 환경과 자극을 마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능동적으로 다져가던 과정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텍스트 및 이미지의 기록인 셈이다.
시집에 삽화로 소개되는 16점의 작품 중 '습작(習作)', '실험(實驗)', 'I loved you once', 'Study I', 'Study II', 'experiment A'등 6점이 이번 전시에 포함됐다. 작가만의 유머를 기반으로 때론 직설적인 제목이 붙여졌던 다수의 회화 작품이 일견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식이었다면, 이번 전시의 드로잉들은 작가의 일상을 채우던 생각의 파편들, 일기장 속 미완의 이야기들을 엿보는 듯하게 연출됐다.
드로잉 작품에는 종종 의식의 흐름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단어 또는 생각 등이 담긴 텍스트가 등장한다. 'Untitled'(c. 1960s)에서는 최욱경 자신인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이질적인 인물 옆에 영문으로 “I DON’T KNOW WHAT YOUR DOING, BUT. I CAN’T HELP YOU BECAUSE I DON’T LIKE IT. (당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렇지만. 내 맘에 안 들기에 난 도와줄 수 없겠다.)”라 쓰인 문구를 볼 수 있는데, 작가가 직접 들은 말이든 생각의 단상을 적은 글이든 이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1969년 3월 22일이라는 날짜가 명시된 'Untitled' 작품 속 컴컴한 어둠에서 태아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과 함께 “When the time comes will the sun rise / … / will the time ever come to me? (때가 되면 해가 뜰까 / … / 과연 내게 때가 오긴 할까?)”라는 글귀는 암담한 당장의 현실 속에서 기대해보는 희망의 미래를 솔직한 언어로 서술하고 있다. 전시는 10월22일까지.
최욱경(1940-1985) 〈Untitled (When the Time Comes)〉 1969 Ink on shiny paper 42.5 x 56 cm Courtesy of the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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