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의심을 확신으로…엄태구 로코도 된다

엄태구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엄태구(40)는 인터뷰하기 어려운 배우 중 한 명이다. 어떤 질문을 해도 한 두 문장에 끝나고, 한참 생각하다가 답한다. 목소리도 크지 않아 귀를 쫑긋 세워 집중하고,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다. 평소 내향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 "하루 종일 말을 안 한 적도 있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쇳소리 섞인 중저음과 솔직담백한 답변은 몰입시키는 힘이 있었다. 최근 막을 내린 JTBC '놀아주는 여자'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는데, 시청자들도 이러한 매력에 빠져든 게 아닐까. '엄태구 로코도 된다'는 호평을 받았고, 팬들은 '앞으로 누아르 금지'라며 반겼다.
"그동안 안 해본 색깔 해보고 싶었다. 조금 겁은 나지만 도전해볼 만큼 극본이 무해하고 재미있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극본을 준 게 감사했다. 첫 로코라서 부담이 많았고, 다 찍고 나서도 확신이 없었다. 방송을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좋게 봐준 분들 덕분에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 포기하고 싶진 않았냐고? 일단 시작했으니 중간에 그만둘 순 없었다(웃음). 직업이다 보니 해내야 했다."
이 드라마는 조폭 출신 '서지환'(엄태구)과 키즈 크리에이터 '고은하'(한선화) 로맨스를 그렸다. 1~16회 내내 시청률 2%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에 그쳤지만, 엄태구표 로코에 빠진 시청자들이 많다. '구해줘2'(2019)와 '홈타운'(2021)에 이어 세 번째 주연작이다. 첫 로코인 데다가 대사량도 많아서 도전의 연속이었다. "한 신 잘 끝나면 감사하고 기쁜 순간도 있었지만, '다음 신은 또 어떻게 하지?' 싶었다"며 "그 동안 영화를 많이 해서 8개월 내내 촬영한 적은 거의 처음이었다. 약간 페이스 조절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뷰]의심을 확신으로…엄태구 로코도 된다](https://img1.newsis.com/2024/08/05/NISI20240805_0001620614_web.jpg?rnd=20240805124436)
극중 순간 순간 애교가 나왔는데, 실제 성격을 반영한 걸까. "일단 내가 했으니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면서도 "애교가 있는 것 같진 않고, 극본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짚었다. 특히 은하와 '장현우'(권율)가 집 앞에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질투할 때 인상적이었다. 지환은 은하 손을 낚아 챈 뒤 "애기야 가자"라고 외쳤다. "극본에는 '애기야 가자'까지면 써 있고, 애드리브로 '오빠가 라면 끓여 줄게'라고 했다. 왜 그런 말을 했나 싶다. 올라가는 계단이 길어서 재미있게 살리려고 한 것"이라며 부끄러워했다.
형인 영화감독 엄태화(42) 반응도 궁금했다. "엊그제 형과 형수를 만났다. 형수님이 놀아주는 여자 보는 형 모습이라며 영상을 보여줬다. 형은 형수님을 찍었더라"면서 "형수님은 보면서 계속 울고, 휴지로 눈물 닦고 있었다. 형은 내가 오글거리는 말을 하니 인상 쓰면서 다른데 쳐다보더라"며 웃었다.
![[인터뷰]의심을 확신으로…엄태구 로코도 된다](https://img1.newsis.com/2024/08/05/NISI20240805_0001620613_web.jpg?rnd=20240805124414)
최근 엄태구는 tvN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했고, 인스타그램도 개설했다. 놀아주는 여자 출연 후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직도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다며 "형이 몇 년 전 핸드폰을 가져가서 '이런 것도 해야 한다'며 카톡을 가입시켰다. 근데 '카톡' '카톡' 계속 와 '오오오!' 하면서 확인도 못하고 바로 탈퇴했다. 셀카도 안 찍는다. 작년에 친구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만들어줬다. 첫 작품이다 보니 반응을 많이 봤다"고 귀띔했다.
데뷔 18년 차지만 한결 같다. 2007년 영화 '기담'을 시작으로 '잉투기'(2013) '밀정'(2016) '택시운전사'(2017) '낙원의 밤'(2021) 등에서 활약했다. 하반기 디즈니+ '조명가게'로 인사할 예정이다. 대표작은 하나만 꼽기 어렵다면서도 "밀정을 찍고 '배우를 직업으로 해봐야겠다'는 계기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현장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욕도 많이 먹었는데, 밀정에서 송강호 선배가 자신감을 줬다. 어떻게 연기해도 받아주고, '잘 하고 있다'는 힘을 줬다. '이런 게 연기의 재미인가?' 싶어서 신났다"고 했다.
"데뷔 때나 지금이나 마음가짐은 비슷하다. 매 작품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배우가 직업이다 보니 잘 해내야 하고, 더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 사실 (놀아주는 여자처럼) 이렇게까지 좋아해준 작품은 처음이다. 마지막 (로코) 작품이 될 수도 있었는데, 좋게 봐줘서 감사하다. 시켜주면 또 하고 싶다. 이왕이면 안 해본 멜로가 좋다. 정통 멜로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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