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례적 동참' OSCE서 러시아 연설 때 퇴장…"당신은 전범"
우크라이나·폴란드·에스토니아 외무장관 자리 떠나
시비하 "러시아는 협력국 아닌 공동 안보 큰 위협"
라브로프 "서방, 직접 충돌 도발…열전 확대 위험"
[바르샤바=AP/뉴시스]이례적으로 러시아와 한 국제회의장에 나란히 앉았던 우크라이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연설하자 자리를 떴다. 사진은 안드리 시비하(왼쪽)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하는 모습. 2024.12.06.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이례적으로 러시아와 한 국제회의장에 나란히 앉았던 우크라이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연설하자 자리를 떴다.
AP에 따르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5일(현지시각) 몰타 수도 발레타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에서 라브로프 장관 발언 도중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과 마르구스 차흐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도 이에 동참해 라브로프 장관 연설 중 자리를 피했다.
시비하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생존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전범"이라며 "러시아는 협력국이 아니라 공동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다. 러시아의 OSCE 참여는 유럽 내부 협력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코르스키 장관은 "당신은 러시아 '제국'을 재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면에서 당신으로부터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은 러시아를 공동의 적으로 취급해 직접적인 충돌을 도발하고 있다. 긴장이 더욱 고조할 수 있다"면서 "그 결과 냉전이 부활했다. 이제는 냉전이 뜨거운 국면으로 확대될 위험이 훨씬 더 커졌다"고 경고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야신 폴 세네갈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4.09.01.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 동료는 청자를 잘못된 정보의 해일에 빠뜨리는 데에 매우 능숙하다"라며 "라브로프 장관은 모든 회원국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주권적 권리를 언급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이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주권적 권리다. 이는 러시아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고 날을 세웠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양국이 한 행사에 동시 참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난해 북마케도니아에서 열린 OSCE 회의 때는 우크라이나가 라브로프 장관의 참석을 문제 삼아 행사 참여를 거부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라브로프 장관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방문하는 것도 처음이다. 마지막 EU 국가 방문은 전쟁 전인 2021년 12월로, 당시에도 OSCE 회의 참석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을 찾았었다.
EU는 그를 향해 자산 동결을 비롯한 제재를 부과했지만 여행 금지령은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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