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 野 감액안대로?…증액 명분 약화에 역점 사업 좌초 위기[탄핵안 폐기]
野 677.4조 규모 내년도 예산안 673.3조 감액 처리
예산 복원에 대한 명분도 약화되고 與협상력 하락
이재명표 예산 포함되면 건전재정 목표 희석 우려
전문가 "예산 처리 시기 늦어져도 합의점 찾을 것"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정 국회 예결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3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가결 후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2024.11.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와 야권의 탄핵 추진으로 인해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안갯속에 갇혔다. 탄핵안이 폐지 됐지만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어 예산안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인다는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오는 31일까지 타협안을 찾고 국회를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감액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거나 준예산 편성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여야 모두 이득을 볼 수 없는 예산안을 통과하는 것보다 매년 반복된 것처럼 연말을 앞두고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8일 기획재정부·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677조4000억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673조3000억원 규모의 예산 수정안을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당초 예산안 수정안은 이달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수정안을 두고 여야의 대립이 격화된데다 정부가 예산안에 대한 일방적 삭감에 반발하면서 오는 10일까지 의견 수렴 또는 협상할 수 있는 기간을 뒀다.
민주당은 정부가 올린 4조8000억원 규모의 예비비 중 절반에 달하는 2조4000억원을 감액했고 대통령실 특활비 82억5100만원, 검찰 특활비 506억9100만원, 경찰·감사원 특활비 31억원, 60억원을 삭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감액안의 문제점으로 ▲경제 리스크 가중 ▲산업 경쟁력 골든타임 실기 ▲민생·지역경제 지원 계획 차질 등을 지적했는데 삭감된 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추진하고 있는 역점사업이 좌초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후 발생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태와 야당 주도로 8년만에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다뤄지면서 현재 상황은 180도 변했다. 탄핵 정국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여 내년 예산안 처리가 시계 제로 상태에 놓인 것이다.
사태가 어느정도 수습되고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돌입하더라도 정부와 여당의 경우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로 인해 주도권을 일정부분 내주고 협상에 임해야 하는 것이 뼈아픈 점으로 꼽힌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군 장갑차가 진입하고 있다.(사진=독자제공) 2024.12.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단 야당이 전액 삭감한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 등의 특경·특활비 예산의 원상 복원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번 탄핵을 주도한 대통령실 예산 복권은 쉽지 않을 수 있고 경찰도 상황에 따라 예산이 대폭 삭감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특경·특활비 예산 중 일부라도 복원하기 위해 야당과의 협상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2조원 등 정부의 재정 운영 방침과 동떨어진 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주문하고 있는 확장재정을 위한 예산이 중간에 끼어들 경우 윤석열 정부가 지향했던 건전재정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사용하면서 약자를 위해 복지를 두텁게 한다는 목표는 희석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시추를 위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아이 돌봄 예산, 군 장병 인건비, 전공의 수련비, 각종 기술 개발 투자 등 민생·경제 예산을 되살릴 수 있을 지 여부도 미지수다.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예산의 경우 윤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밀어붙였던 사업인 만큼 삭감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이 경우 한국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좌초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해 편성한 '정공의 수련환경 혁신 지원 사업 예산'과 '전공의 등 수련수당 지급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도 되돌릴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해당 예산 삭감은 의료 개혁을 늦출 수 있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군 장병 인건비 645억원 삭감, 금융위원회 청년도약계좌 출자금 260억원, 여성가족부 아이돌봄 지원사업 예산 384억원 등의 예산이 감액될 경우 민생·지역경제 지원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계엄 사태와 탄핵으로 인해 예산안 협상이 쉽지 않지만 야당이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이 내년도 예산으로 확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시기가 늦어질 뿐 준예상 편성보단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매년 국회에선 예산안 처리를 두고 벼랑끝 전술을 사용해왔다"며 "오는 1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여야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감액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여 현재로서는 시계제로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와 탄핵 추진으로 인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협의가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라며 "예산안이 12월 31일까지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임시로 준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만큼 여야가 시간을 두고 타협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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