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두산에너빌리티 분할·합병안에 "내일 주가 20% 올라야 찬성"(종합)
사실상 기권 해석…주식매수청구권 확보 위한 것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국민연금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안에 기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는 12일 두산에너빌리티 임시 주주총회에서 안건에 찬성하기로 했지만 회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인 2만890원 이상일 경우에만 표결하겠다고 조건을 달았기 떄문이다. 현재 주가는 1만7000원대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9일 제15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총 2개사의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12일 예정인 두산에너빌리티 임시주주총회 안건 중 두산로보틱스와의 분할·합병 계약서 승인의 건에 대해 '찬성' 결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회사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진행 중이다. 분할·합병 비율이 자회사 두산밥캣의 가치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란에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과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반발이 적지 않았던 만큼 시장은 국민연금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권을 행사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책위의 '찬성' 결정에 조건이 달렸기 때문이다.
수책위는 오는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 가액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찬성 표결을 행사하고 그 외엔 기권하겠다고 결정했다. 자본시장법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원할 경우 회사가 주주의 보유 주식을 일정 가격에 매수하도록 보호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 매수 청구가액은 2만890원이다. 이날 오후 2시42분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전일 대비 660원(3.65%) 하락한 1만7420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19일 2만2800원 고점 대비 약 24% 하락한 수준이다.
다음날 주가가 약 20%는 올라야 국민연금의 찬성 표결 조건을 맞추게 된다.
수책위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시가보다 훨씬 높아지게 됐을 때 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경우 주식을 팔고 다시 사는 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두산로보틱스의 임시 주총 안건인 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승인 건에도 찬성 결정했다. 역시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해 합병 반대 의사 통지 마감일 전일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 가액인 8만472원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찬성 표결을 행사하고 그 외에는 기권하기로 했다.
두산로보틱스는 같은 시간 전일 대비 3100원(5.07%) 내린 5만8100원에 거래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면 시장이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주매청 가격을 크게 밑돌면 매수 청구권을 확보해 팔고 나온 뒤 싼값에 다시 매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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