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난무하는 합법적 개싸움"…연극 '대학살의 신'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대학살의 신' 배우 김상경(미셸 역), 정연(베로니끄 역), 민영기(알랭 역), 임강희(아네뜨 역)가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12.10. [email protected]
연극 '대학살의 신'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과정을 통해 위선과 가식으로 뒤범벅된 인간의 민낯을 까발리는 연극이다.
작품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소년의 치아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랭'(민영기/조영규)과 '아네뜨'(임강희)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김상경/이희준)과 '베로니끄'(신동미/정연)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됐던 그들의 만남은 대화를 거듭할수록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변질된다. 가해 아동 부부와 피해 아동 부부의 대립에서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눈물 섞인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대학살의 신' 배우 이희준(미셸 역), 신동미(베로니끄 역), 조영규(알랭 역), 임강희(아네뜨 역)가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12.10. [email protected]
김태훈 연출은 "네 명의 인물이 자신의 욕망 때문에 이기적이고 다른 이들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누구를 죽이지 않더라도 욕심과 탐욕으로 다른이들의 것을 뺏고 짓밟는 것도 큰 의미에서 학살이라고 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학살은 계속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상경, 신동미, 이희준 등 매체 연기에서 낯이 익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신동미는 "드라마를 많이 찍다 어느 순간 연기적으로 뭘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에 다행스럽게 이 작품이 왔다"며 "초반에는 다시 연극의 매커니즘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지만 긴 호흡의 연기를 할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완벽하게 짜인 현실적인 테스트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핑퐁처럼 이어지는 대사들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대학살의 신' 배우 이희준(미셸 역), 신동미(베로니끄 역)가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12.10. [email protected]
이희준은 "시작만 보고는 끝이 어떻게 될 지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계속 흘러간다"며 "네 명의 연기로만 꽉 채우는 작품이어서 매력적"이라고 했다.
뮤지컬배우 민영기는 이번 작품으로 연극에 첫 데뷔한다. 그는 "디테일한 목소리, 상황에 맞는 목소리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다"며 "말 잘하는 변호사 역할을 맡아서 이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연극의 무대는 심플하다. 중산층 가정 거실의 소파, 예술 서적들, 꽃, 그림 등 최소한의 소품이 전부다. 무대 전환도, 배우들의 퇴장과 등장도 없다. 대사로만 가득 찬 공연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연극 '대학살의 신' 배우 김상경(미셸 역), 정연(베로니끄 역)이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12.10. [email protected]
공연은 1월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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