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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희생자 휴대폰 지인번호 제공 허용한 정부…추후 다른 유족들도 받을 수 있나

등록 2025.01.11 10:01:00수정 2025.01.11 10: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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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카카오, 유가족 요청 시 희생자 지인 연락처 제공

정부 "개인정보보호법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결정"

또다른 사고 유족 요구 나올 가능성 커…기준 정립 필요

[무안=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8일째인 5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철책에 피해자를 향한 추모 메시지가 놓여 있다. 2025.01.05. ks@newsis.com

[무안=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8일째인 5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철책에 피해자를 향한 추모 메시지가 놓여 있다. 2025.01.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삼성전자, 카카오가 정부와 협의 끝에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휴대전화, 카카오톡에 저장된 지인 전화번호를 유가족에게 전달한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유가족에게 특정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건 이례적이다. 향후 다른 유가족으로부터 비슷한 요청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때는 주고 어느 때는 안 주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 ICT 업계에서는 향후 혼란을 막을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0일 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애플, 카카오는 최근 과기정통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협의해 유가족 희망 시 희생자 휴대전화 또는 카카오톡에 저장된 지인 전화번호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름 등 기타 정보는 제외하고 전화번호만 제공한다. 자칫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유가족을 대상으로 희생자 지인 전화번호 수집 희망자를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희생자 본인 설정에 따라 클라우드에 백업된 지인 연락처를 유가족에게 제공한다. 카카오도 서버에 저장된 희생자 친구(지인) 내역의 전화번호를 유가족에게 제공한다.

애플은 자사 디지털 유산 정책에 따라 한국 정부와 협의해 유가족에게 희생자 지인 전화번호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계정 소유주가 생전에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할 관리자 최대 5명에게 접근 키를 부여할 수 있다.

지정하지 않았다면 유가족은 미국 법원 명령서를 통해 고인의 애플 계정과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요청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애플이 미국 법원 명령서 대신 면책동의서(고인의 애플 계정을 요청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요구하는 서면동의서)와 인감증명서 제출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카톡 비번·친구 목록 제공은 불가…지인 전화번호는 OK"

[무안=뉴시스] 김근수 기자 = 5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의 유가족 대상 마지막 브리핑을 마치고 유가족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1.05. ks@newsis.com

[무안=뉴시스] 김근수 기자 = 5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의 유가족 대상 마지막 브리핑을 마치고 유가족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1.05. [email protected]


정부와 ICT업계의 이번 조치는 일부 유가족 요청으로 이뤄졌다. 유가족대표단은 희생자의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등록된 지인 정보 등을 유족에게 공개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고인 지인에게 부고 소식을 알리는 등 장례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카카오 등 관련 기업과 지원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따라 회원 정보 등을 제공할 수 없다고 전했다.

대신 정부는 기업이 유족에게 전화번호만 제공하는 데 개인정보보호법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개인정보위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2항 10호에 따라 희생자 지인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데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기업 등 개인정보처리자는 공중위생 등 공공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의 대형 사고다. 특히 유가족이 부고 소식을 전하고 싶어도 희생자 휴대전화가 소실된 경우가 많아 알릴 수단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유가족이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 조항에 따라 전화번호를 전달하는 데 이번 사고에 한정해서는 위법사항이 아니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어느 때는 되고 안되고…기준 필요해"

[무안=뉴시스] 김근수 기자 =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색대원들이 엔진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1.04. ks@newsis.com

[무안=뉴시스] 김근수 기자 =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색대원들이 엔진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1.04. [email protected]


정부의 이번 해석으로 사고 희생자 유가족이 기업 또는 기관에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선례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고 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향후 또다른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개인정보 요구와 관련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보다는 사망자 규모가 적지만 비슷한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유가족이 삼성전자, 카카오 등에 희생자 지인 전화번호를 요청할 수 있다. 개인정보위 측은 이번 사고에 한정해서라고 밝혔지만 이와 비슷한 요구는 끊이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국 일부 주가 도입한 디지털 유산 상속법 'RUFADAA' 등 제도 개선이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RUFADAA는 고인이 생전에 상속인이나 대리인에게 디지털 자산(이메일, 소셜 미디어 계정 등)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한 경우 상속인이 해당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 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계정을 휴면으로 설정하고 이용자가 생전에 정한 방식으로 유산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지난 21대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참사나 일반적인 사고나 유가족이 겪은 아픔을 비교할 수 없다. 이번 참사에서는 유가족을 돕기 위해 지인 전화번호를 제공했는데 향후 다른 사고에서는 유족 요청에도 제공할 수 없다면 기업, 기관이나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해진다"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향후 혼란을 막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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