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에게…이혜미 에세이 '잠정의 위로'
![[서울=뉴시스] 잠정의 위로(사진=위즈덤하우스 제공) 2025.0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20/NISI20250120_0001754090_web.jpg?rnd=20250120143509)
[서울=뉴시스] 잠정의 위로(사진=위즈덤하우스 제공) 2025.01.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현관문을 열어 한 발자국 내디디며 스스로를 낯선 곳으로 내던지고 기꺼이 모험을 만끽하다 익숙한 곳으로 회귀하는 삶. 매일매일의 담금질이 용기 근육을 키워줬다. 익숙한 고향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요새를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래서 집을 구할 때도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보고 싶은 동네를 거리낌 없이 탐색한다. 왕복 한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에도 심리적 장벽이 거의 없다. 이 같은 맘이면 40세, 50세가 되어서 훌쩍 외국에서 살아볼 수도 있겠다 싶다. 이 모든 마음의 시작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닫힌 문을 열고 내딛는 한 걸음, 바로 그 작은 걸음에 있다."(79~80쪽)
에세이 '잠정의 위로'는 약 100년 전 영국에 살던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열두 문장을 가려 뽑아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답장을 쓴 책이다.
저자인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는 그동안 1만여 독자에게 젠더·페미니즘 뉴스레터를 보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함께 해방할 길을 모색해왔다. 이 기자는 최은희여기자상, 올해의 여기자상, 이달의 기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책에는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자기만의 방’을 뒤로하고 잠정의 자리에서 써 내려간 ‘자기만의 삶’이 담겨 있다. 사나운 세상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고자 애쓴 시간을 풀어냈다.
"100년 전 울프는 “다른 무엇이 되기보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나는 이 결정이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길이라 확신한다. 잠정을 사랑하는 탓에 영영 안정의 세계를 겉돌 뿐이라 해도, 고향 없는 슬픔과 야생의 행복 사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의 삶 있으리니."(263쪽)
저자는 잠정에 대해 "자기만의 삶을 살더라도 불안으로 굴러떨어지지 않고 머물 공간, 여전히 기울어진 땅 위에서 안정적으로 주어진 여성의 역할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라고 설명한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살아남았다. 결코 정답은 아니며 앞으로도 오답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도 꽤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다. (중략) 그리고 이 모든 성장과 성취, 자존의 근간은 내가 직접 쌓아 만든 안전 요새, 즉 '자기만의 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감히 증언하고 싶다."(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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